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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0%를 향하여

by 기시군 2024.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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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를향하여 #서이제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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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고통은 욕망에 도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과잉에서 나온다. 세월은 청춘을 포기시키고 일상으로 삶을 끌고 가지만, 소수의 작가들는 그것을 기억하고 글을 남겨 자신의 삶의 의미를 새긴다. ‘서이제’라는 젊은 작가는 글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재간’과 글과 삶 사이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 #젊은작가상수상집 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고 조금 더 자세히 지켜보려, 첫 단편집을 골랐다.  

7편의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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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작품 #미신
어린여자는 어린남자를 좋아했고 남자가 살인을 했다고 고백한 날, 그들의 평온했던 여자선생님은 자살을 했다. 10년이 지나 어리지 않은 여자가 된 그녀는 자신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어린남자였던 이군은 살인고백은 사실일까? 독백체의 안개같은 문장들이 소설에 눅진하게 퍼져있다.

p16 “ 고백은 언제나 행위 다음에 온다. “

- 두번째 작품 #셀룰로이드필름을위한선
영화과 졸업작품을 찍는 학생들은 모두가 진지하다. 영화에 대한 숙고와 즐거움과 고통을 파편화하여 어질러 놓아도, 일직선으로 모아 놓은것보다 나쁘다 할 수 있을까.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들을 적당한 단락별로 잘라 독자 앞에 재정열시킨다. 인과는 뒤섞여버려 읽은 이를 모호하게 만든다. 소설이 목적했던 바이고 의미있는 실험이고 흥미로운 데뷰작이다.

p70 “ (1차세계대전시기) 전쟁이 끝나면 필름은 대부분 사라졌고, 일부만 남았어. 영화인들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필름들을 모아 편집했고, 이렇게도 붙혀보고 저렇게도 붙혀보고, 시간 순서대로 붙일 수 없어 시간 순서와 무관하게도 붙여봤다가, 이러다가 저러다가, 여러 가지 편집 방법을 고안해냈지. “

- 세번째 작품 #임시스케치선

X와 X는 사랑하며 싸운다. 어떤 X는 불우했고 어떤 X는 책을 읽었다. X의 애인은 사랑한다 X에게 말하기도 했다. 내러티브를 가져다 버린다. 어떻게 스토리를 쌓아가는지, 그 변화와 효과에 대한 젊은 작가의 실험이 무모와 대범 사이에 존재한다.

p145 “ X는 애인과 잠만 자면서 애인을 사랑한다고 했다. X는 애인과 자는 게 재미없지만 그래도 애인을 사랑한다고 했다. “

- 네번째 작품 #사운드클라우드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 들어갈때까지 실컷 놀려했던 나에게 부모님은 경찰공무원 시험을 권했다. 말 잘들으면 전역 후 아우디를 사주겠다 한다. 노량진에서 만난 가난한 수철은 상황이 다르다. 열심인 수철은 불행히도 내가 입대를 하고 상병이 될때까지 공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세월은 간다.

p177 “ 그는 합격하지 못하는 공시생과 사랑에 빠진 군인 중에 누가 더 불쌍한지 알고 있냐고 물었다. “

- 다섯번째작품 #그룹사운드전집에서삭제된곡

엄마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노래도 잘 불렀다. 가출도 했다. 사기도 당했다. 결혼을 했고, 이제 겨우 엄마가 되었다. 엄마를 살필줄 아는 딸을 가진 ‘겨우’ 엄마가 되었다.

p228 “ 한 번 실패하면, 한 번 실수하면, 모든 게 무너져 내릴 것 같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이 망가질까 봐. “

- 여섯번째작품 #(그)곳에서

그녀는 학생이고 돈이 없다. 살곳은 없지만 대학 교양과목에 ‘스토리텔링의 기초와 실제’라는 과목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매일 잠자리를 찾아야 했다. 어디선 모멸감을 어디선 서글픔을 느낀다. 교차되는 시간들 장면들, 장소, 내가 누울 수 있는 방 혹은 집. 영화 #소공녀 가 떠오른다.

p267 “ 넓은 집과 좁은 집. 높은 층고 낮은 층. 새집과 낡은 집. 역세권과 비역세권. 전세와 월세. 집은 사람과 사람을 나누었다. “

- 마지막작품 #0%를 향하여

영화는 수단이었다. 그러다 그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사람들. 영화 찍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고 방과후교사를 하고 스튜디오를 열고 악착같이 영화 주위에 모여드는 그들. 시네필이었다가 영화감독이 되는 그들의 진심들.

p326 “ 로그라인, 영화의 주제와 줄거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말로 할 수 있었으면 말로 했지, 구태여 영화로 말하려고 하지 않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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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요약하자. 소설의 등장하는 인물들과 요즘 청춘들과 차이점. 등장인물들은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겐 돈을 버는 것과 그것을 폼나게 쓰는 것 외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 간극의 실감이 100의 거리로 느껴진다. 0%를 향한다는 말이 ‘0%’라도 존재하고자하는 지속의 의지라는 평론가의 해석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0%는 사멸로의 길로도, 비존재의 길일수도 있다. 소설가는 거기까지 가는 길과 생각과 일을 보여주고 싶어했던걸로 나에겐 읽힌다. 좀 더 지켜봐야할 작가다. 두번째 책을 구매해 두었다.  

✍ 한줄 감상 : 아픈것과 고통스러운것과 괴로운 것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정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걸 책으로 나누는 것, 그것이 소설을 읽는 의미일것이다.

덧, 하나
필요는 없으나, ‘셀룰로이드 필름을 위한 선’의 서술순서를 정리해 두고 싶었다. 5-1로 소설은 시작한다.

5-1. 채식을 시작한 이 후 종로3가에 가면 소혓바닥 삶은 냄새를 느끼는 준영,
3-1. 정수인이라는 청춘스타를 주연으로 ‘무간지옥’이라는 졸작 르와르를 찍고 사라져 버린 유미선배
1.-1 졸업영화의 촬영감독을 해준 정경환. 현장에 와준 유미선배
4-1 한솔이는 힙스터일까 등신일까.
3-2 사라진 유미선배, 그녀의 과거 단편들.
3-3 준 형이라 부르던 후배 한솔.
4-2 정경환은 결혼을 한다. 나는 영화과를 졸업하고 입시브로커가 되었다. 그에게 전해들은 유미선배는 중국 쪽 웹영화를 한다고 한다.
5-2 오랜만의 해후, 소혓바닥 냄새를 맡아본적이 있다는 유미선배
2-1 숙취 다음날 이어진 촬영
4-3 시나리오를 쓴다는 이유로 카페에 나와 앉아있다.
1-2 새벽에 걸려온 유미선배의 전화의 용건은 자기의 필름들을 같이 없애버리자는 것이었다. 영화를 포기하는 건 아니라 한다.
2-2 뽑혀진 냉장고 코드안에 들어있는 썩어가는 음식들.
1-3 셀룰로이드 필름과 편집 기술의 이야기
3-4 필름이 없어도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더 많은 똥을 쌌p71’다.
5-3 바보와 멍청이를 구별하는 준영에게 화를 내는 유미선배
2-3 지워진 메모리카드의 범인은 준영
2-4 엉망인 냉장고를 치우기. 썩은고기들로 부터 시작한 채식
4-4 촬영아르바이트 자리, 유미선배의 정경환 결혼식 방문. 수치의 강도.
3-5 결혼식 촬영 아르바이트
5-4 실패한 영화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사람. 한때 대가리였던 그녀.
3-6 보리스 레만 감독의 ‘장례식’
2-5 아방가르드 영화가 탄생하다.
4-5 정경환에게 유미선배의 연락처를 받다. 영사기사로 일한다는 그녀.
1-4 장 뤽 고다를 만났다는 한솔의 이야기.
3-7 영화를 일기라고 생각하며 500여편을 찍었다는 보리스레만 감독.
5-5 횟집. 산낙지, 정수인과의 연애를 이야기하는 유미선배
1-5 이런날은 술을. 클로드 사브롤의 죽음. DVD에 담겨 전달받은 그의 영화
5-6 정수인의 뜻에 따라 제작된, 중국시장을 노린 무간지옥
5-7 로메르의 ‘로맨스’ 가장 못만들어 좋아한다는 유미선배.
6-1 토렌트로 다운받아 자막없이 다시 본 로멘스. 다시 잠들다.
5-8 언젠가 한국을 떠날 유미선배
3-8 장례식의 원제는 ‘on the art of dying’이었다.
5-9 택시를 타고 떠나는 유미선배.
6-2 오리대가리에게 고다르의 DVD를 꺼내 싸인을 요청하다. 왜 생겼는지 모를 오징어 젓갈을 먹다
5-10 유미선배에게 영화를 찍을 거예요. 라고 말하다. 필름이 끊긴날의 비밀을 알게되다.
6-3 정경환과의 통화. 우연히 알게된 유미의 영화 불태우기의 배경.
7-1 오랜만의 한솔의 메시지. 우울증이 심각해요.
6-4 준영에게 남겨져 있는 초기 유미선배의 단편영화 한편.
7-2 정경환 결혼식에 유미선배는 없었다. 똥을 싸며 유미선배를 생각하다.
6-5 유미선배가 전화했다. 필름이 끊겼고 그날 실수를 물었다.
5-11 종로 길바닥에 누워 고어영화를 찍겠다는 생각과 함께 해롱거렸다. 어디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p70 “ (1차세계대전시기) 전쟁이 끝나면 필름은 대부분 사라졌고, 일부만 남았어. 영화인들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필름들을 모아 편집했고, 이렇게도 붙혀보고 저렇게도 붙혀보고, 시간 순서대로 붙일 수 없어 시간 순서와 무관하게도 붙여봤다가, 이러다가 저러다가, 여러 가지 편집 방법을 고안해냈지. “

p66 “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이 인생에서 꼭 한 번쯤 들어볼 필요가 있는 말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 말을 몇번이고 곱씹어보았다. “

p87 “ 아방가르드는 실수를 숨기기에 가장 용이한 던어, 혹은 실패한 영화를 가장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했다. “

p121 “ 영화가 인생의 전부 일때보다, 영화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은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더 행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p150 “ 끔찍하다는 말을 알게 되다니, 끔찍했다. 감자기 끔찍하게 외로웠다. “

p198 “ 이제 우리는 헤어지게 될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럴 수 밖에 없다면, 나는 그와 아주 천천히 헤어지고 싶었다. 즈렇다면, 정말로 그럴 수밖에 없다면, 결말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결말까지 가고 싶었다. 시간을 아주 길게, 느리게, 늘어뜨리고 싶었다. “

p239 “ 뇌를 꺼내서 냇물에 씻어버리고 싶어 “

p251 “ 한 학기를 버티지 못하고 자퇴하는 애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대학을 오기 위해 대학을 온 애들이었는데, 대학을 오기 위해 대학에 왔더니 대학이 아닌 것 같아서 자퇴했던 것이다. “

p257 “ 너는 (잘웃는) 혁진이를 볼 때마다 침을 뱉고 싶다고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참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

p274 “ 이상하게도 계속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내 방이 있었다면, 그러니까 내가 밤새 울어도 아무도 모를 그런 방이 있었다면, 나는 울 수도 있었을까. “

p326 “ 로그라인, 영화의 주제와 줄거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말로 할 수 있었으면 말로 했지, 구태여 영화로 말하려고 하지 않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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