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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 #고병권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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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든 북카페이든 눈앞에 펼쳐져 있는 책들을 고르는 일은 의미 있다. 매번 온라인상의 정보 만으론 만날 수 없는 책들을 만나게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 책은 북카페에서 집어든 책이다. 고병권이라는 니체를 많이 공부했던 철학자가 있었고, 과거 몇 편의 철학강좌를 들었던 기억은 있지만 달변가는 아니었고 그에게 집중하지 못했기에 무심히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철학책이 아닌 에세이에서 만난 그는 달랐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강의보단 글이 좋은 분들. 대학 때 만났던 교수님들 몇 분이 떠오른다. 책을 통해 ‘말’이 아닌 ‘몸’을 통해 철학하는 철학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우연히 만날 수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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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알았다. 아직도 야학을 중심으로 배우고, 가르치는 분들이 계셨다. 특히 그가 함께 했던 ‘노들야학’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일반 공부뿐 아니라 ‘철학’까지 같이 공부하는 공간이었다. 철학선생으로 ‘사유하는 인간’과 ‘고통받은 인간’들의 목소리와 책임을 다하는 시간의 기록들. 넘치는 진심과 세심한 고민이 글자 사이로 전해져 온다.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약하고 가난한 자에게 필요한 것은 ‘빵’만이 아니다. ‘장미’의 필요성은 #레베카솔릿 도 말했다. 철학자 고병권은 이미 20년 가까운 세월을 약한 자들 곁에서 ‘장미’를 전해주는 실천을 해 오고 있었으며 세상의 편견과 그들의 권리를 위해 몸으로 싸워나가는 인물이었다.
하나의 챕터 제목이 내 안에 편견을 흔든다. ‘감히 해외여행을 떠난 기초생활수급권자를 위하여’라는 글. 기초생활대상자 아이가 바우처로 비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당국에 항의를 했다는 ‘어떤 시민’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왜 분식집에 가야 할 아이가 비싼 음식을 먹느냐는 이야기. 우리 안엔 이기적인 야수가 산다.
또 하나를 배운다. ‘수급권’ 이란 한자어는 ‘권’이란 단어로 끝난다. ‘권리’라는 말이다. 잊고 있었다. 시혜의 마음으로 대하면 안 되는 것이 장애인, 약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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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도 좋고, 걸작도 좋다. 책은 세상의 이야기 차분하게 전달해 주는 수단이다. 귀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들이 의미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책에 대한 나의 무심함의 시작이다. 지식을 쌓는다? 교양을 쌓는다? 어디다 집 지어서 팔아먹을 것인가. 좋은 책은 내 삶의 깨달음과 느낌의 재료가 되는 지식을 전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스스로의 삶’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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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얇고 잔잔한 삶의 기록들 안에서, 잔인한 사실을 깊게 깨달았다. 글을 읽는 독자가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상관없이 늙고 병듬은 피할 수 없으며 가진 부에 따라, 비용이 비싸거나 혹은 저렴한 시설에서 ‘직원들의 일감’으로 취급받으며 죽어갈 것이다. 장애인들을 관리받아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우리도 늙어 ‘쓸모’ 없어지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당신들이 사랑하는 자식이나 국가가 제공하는 ‘비용’으로 관리받다 죽어갈 것이다.
왜 지금까지 장애인이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을 했을까. 왜 죽음의 사유는 놓지 않으면서 죽기 전에 난 ‘장애인’이라는 단계를 무조건 거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남의 이야기로만 두고 있었을까. 장애인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었다. 내가 들뢰즈처럼 삶을 선택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 상황이 오기 전에, 보다 많은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일단 지하철에서 이동권 관련 시위를 하는 장애인 단체를 향한 따가운 시선부터 거두어야 한다. 그게 시작이다.
✍ 한줄 감상 : 남의 삶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묵묵’히 옆에서 거들어 주는 소중한 책.
p31 “ 현장 인문학을 인문학자가 쌓아둔 지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그런 지식복지 서비스 가은 같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가능한 사람들이 현실에서 겪는 좌절은 지식과 정보의 부족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비유하지면 그것은 조명의 문제이다 사물의 문제가 아니다. “
p32 “ 희망 때문에 하는 공부는 ‘절망’에 너무 취약했다. “
p43 “ 오빠가 지적장애인이에요. 선생님, 오빠에게도 앎이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
p51 “ 목소리 없는 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고의로 침묵하게 되었거나, 듣지 않고 싶어 해서 들리지 않게 된 자들이 있을 뿐이다. (아룬다티 로이) “
p74 “ 우리 사회는 점점 가난한 사람을 채무자처럼 몰아가고 잇다…. 가난해서 국가로부터 복지수당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분위기로는 반쯤은 ‘죄인’취급을 받고 있다. 일종의 ‘보호관찰 대상자’처럼 생활규범을 통제받고 있으니 말이다. “
p100 “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살 가치가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삶의 효용이 없는 사람들에게 점차 확대 적용했다. 그렇게 해서 독일 각지의 정신병원에서 온 정신질환자 6만 명이 간단한 검사를 거친 후 가스실로 들어갔다. 아우슈비츠의 유대인들은 그 다음에 불려온 사람들이었다. “
p115 “ 현행법령에 따르면 동물 사체는 일반 쓰레기라고 한다. 그러니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이 법적으로도 맞고 많이들 그렇게 한다고 한다. “
p176 “ ‘미학(aesthetics)이라는 말은 ‘감각’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이스테시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원에 입각해서 보면 ‘미학’이란 일종의 ‘감각론’이라고 할 수 있다. “
p178 “ 우리는 무언가를 감각한 후에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어떤 선판단 속에서 그것을 감각한다. “
p185 “ 기술 수준의 활용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기술사회가 낳은 장애인이 될 것이다. “
p186 “ (니체의) 위버멘쉬는 인간적인 것의 극복, 인간적 가치의 전도를 가리킨다. 슈퍼맨이 능력주의 사회에서 최고의 능력의 발현을 뜻한다면, 위버멘쉬는 그런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능력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p202 “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 마음속에 맹목적인 희망을 심어 놓았다…. 인간이 죽음일나느 삶의 비극성을 보지 않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도록 말이다. 그러니가 ‘희망’이란 미래를 보며 갖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볼 수 없는 ‘맹목’에서 나온 것이다. “
p234 “ 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철학자들은 생에 대한 진실이 아니라 생을 대하는 그들 자신의 태도를 보여줄 뿐이다. …. 그들은, 니체의 말처럼, 모두 ‘생의 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우리는 모두 ‘생의 가운데’ 있을 뿐이다. 생이란 평가하는 것이 아고 살아내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실험하고 시도할 뿐이다. 우리는 끝을 관통하는 방식으로만 끝에 이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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