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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뒤라스의 말

by 기시군 202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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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의말 #마르그리트뒤라스 #마음산책

🇫🇷
오래전, 소설 #연인 을 읽었고 영화도 보았다. 작가는 프랑스인 뒤라스. 언젠가 작가의 뒷조사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잠재되어 있었다. 흔히 하지 않을 이야기, 베트남에서의 15세 소녀의 섹스스캔들 혹은 사랑이야기는 개인적 시선으로 보편을 바라본다는 소설의 문법에 어긋나진 않지만 무언가 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주었었다.😊  그럴 땐 작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고, 마침 이 책 ‘뒤라스의 말’을 만났다.

🇻🇳
일단 놀란부분은 소설 ‘연인’의 이야기가 대부분 본인이 체험한 이야기에 기반한 소설이라는 점이었다.

‘(연인) 책 속의 모든 것이 사실이에요. 의복, 엄마의 분노, 우리에게 삼키게 했던 들큼한 음식들, 중국인 연인의 리무진.p64’

뒤라스는 베트남에서 태어났고, 부유하지 않았으며 현지학교를 다니는 단 두 명의 백인여학생 중 한 명이었다. 실제 ‘사랑’ 또는 ‘떨림’ 혹은 ‘관계’가 있었고 그 배경인 식민지 베트남과 그 안을 부유하는 가난한 프랑스 가족도 있었다.

‘ 작은 오빠는 엄마의 히스테리와 분노를 함께 받아내는 나의 유일한 동지였죠.p27 ‘

나쁜 부모가 좋은 작가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 약한 자는 피할 곳을 찾는다. 어린 그녀에겐 그것이 글쓰기였다. 이후 그녀의 소설은 ‘글’ 자체가 목적인 ‘문학’의 길을 걷는다.

‘(글쓰기는) 내가 느낀 무언가를 지체 없이, 설사 완벽한 상태가 아닐지라도, 백지에 복원해 놓을 필요성이요. p57’

‘글쓰기’는 그 자체를 인간을 구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뒤라스는 얌전히 자기 방에만 앉아 글만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조국인 프랑스로 돌아와 나치에 대항해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미테랑과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고, 노동자의 당이라 할 수 있었던 공산당 활동도 8년이나 이어진다.

‘ 인간의 의식을 단순화하려는 그 모든 시도가 그 자체로 파시스트적이었죠. 그런 의미에서는 스탈린주의나 나치즘이나 다를 바 없어요.p40 ‘  

정치활동에 환멸을 느낀 후 사상에 기대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에 기대어 반항적이며 매혹적인 예술활동을 이어간 예술가. 영화를 찍고, 시나리오를 쓰고, 다시 소설을 쓰며 시대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작가, 그녀가 뒤라스였다.

🇫🇷
진술보다 그 사이 존재하는 침묵에 대해 무게를 두는 작가. 진술은 주관적이나 그 사이 존재하는 침묵은 사회성을 내포하게 된다. 의식/무의식적인 것 과 상관없다. 내면, 경험, 고백, 자전, 기억, 연상, 그 순간 느꼈던 글 쓰는 이의 감정은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환기시킬 수밖에 없다.

카뮈를 지루해하는 작가. 글의 ‘교훈성’에 대한 반감과 라캉의 권위적인 대화가 싫었고 모호한 바타유는 ‘역겨워하면서도 매혹‘버렸음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작가가 인터뷰로 새로 만날 수 있었던 뒤라스였다.  

🇻🇳
소설 ‘연인’은 프랑스에서만 15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24개국 번역되었다고 한다. 어떤 부분이 그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을까.

뒤라스의 지향점, ‘만나는 일 없이 엇갈리는, 감정이 극에 달한 시선들의 게임 속에, 결코 진정으로 말하는 일 없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 그리고 실은 말로 할 수 없는 깊은 진실을 숨긴 그 끝없는 침묵 p119 ‘은 가장 진부한 동시에 가장 모호하며 매혹적인 욕망과 사랑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아무튼, 오래된 궁금증을 풀었다. ☺️

✍ 한줄 감상 : 작가의 말로 이해하자 ‘ 나는 오직 두 경우에만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자살하거나, 글을 쓰거나. ‘ 😌 그런 작가다.

덧, 하나
늦은 저녁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연인을 다시 봤다. #장자크아노 감독의 걸작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봤는데, 한편으로 이 영화가 이렇게 야했던가 깜짝 놀랐다. 🙈

덧, 둘
인상적인 이야기를 놓칠 뻔했다. 66세의 뒤라스에게 28세의 남자가 찾아와 구애를 한다. 거절하던 뒤라스는 결국 남자를 받아들였고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생활을 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얀 앙드레아’로 그 역시 작가였으며, 동성연애자였다. 펜을 들 힘도 없어진 노년의 뒤라스를 위해, 그녀의 구술을 받아 적어가며 뒤라스의 작품활동을 돕는 등, 헌신적이었던 그의 ‘사랑’과 그를 받아들이며 함께 삶을 보낸 그녀의 ‘사랑’은 비일상적인 멋짐이 있다. 👍

p29 “ 한 인간의 존재 속에서 엄마란 그가 만난 사람들 중에 결단코, 가장 시아하고 예측이 불가하며 파악되지 않는 사람일 거예요. “

p43 “ 글은 독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쓰기는 매번 앞서의 문체를 깨트리고 새로운 문체를 창조하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에요 “

p46 “ 68년 5월 혁명이나 프라하의 봄은 이데올로기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다른 어떤 승리보다도 유익한 정치적 실패였어요. “

p65 “ 완전히, 감정을 넘어 비인격적이고, 맹목적인,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난 그 남자의 나에 대한 사랑이, 철저히 모호한 우리 관계에 자극받아 번번이 타오르는 그 에로티시즘이 좋았어요. “

p78 “ 내 모든 책들은 확실히, 늘 제시된 다음 결여되는 것을 중심으로 탄생하고 전개되죠. “

p84 “ 언어의 무의식적 자동기술과 결별하고, 시간에 마모된 것들을 정화하는 거예요….. 오직 결여와, 연속되는 의미들 속에 숭숭 뚫린 구멍들과 빈 공간에서만, 무언가가 생겨날 수 있어요. “

p88 “ 글쓰기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이야기를 둘러싼 것들을 환기시켜, 이야기를 중심으로 순간을 창조하고 이어서 또 다른 순간을 계속해서 창조하는 작업이에요. 거기엔 모든 것이 있고,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으며, 두 경우가 교환 가능할 수도 있죠.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처럼 말이에요. “

p95 “ 모든 작가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자기 자신에 관해 써요. 그들 인생의 핵심 사건인 그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작가가 언뜻 그에게 낯선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그건 늘 그의 자아, 그의 강박과 연관돼 있죠. “

p122 “ 인간 존재는 그저 단절된 충동들의 한 묶음일 뿐이에요. 문학은 그 상태 그대로를 복원해야 하죠. “

p173 “ 내가 관심 있는 건 섹스 - 대체로 일종의 탈색된 관능 속에서 이루어지는 - 가 아니라, 에로티시즘의 기원인 욕망이에요….. 욕망은 잠재적인 활동이고, 그래서 글쓰기와 흡사해요. 우리는 늘 글을 쓰듯 욕망하죠. “

p182 “ 알코올은 고독이란 유령을 미화시켜요. 이곳에 없는 ‘타인’을 대신해 주고 오래전, 어느 날, 우리 안 깊숙이 팬 구멍을 메워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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