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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땅 #천쓰홍 #민음사 #鬼地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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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소설을 통해 잘 모르는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저 뉴스의 일부로 중국의 위협을 받는 지역, 삼성의 라이벌이라는 TSMC라는 대기업이 있는 곳이라는 정도로는 그곳의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없다.
귀신들의 땅이라는 제목처럼 단 한순간의 웃음도 허락하지 않는 처절한 서사들에서, 그곳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나마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타이완은 우리나라 1/3 정도의 작은 크기의 땅덩이에 우리보다 더 많은 시련을 겪은 곳인지 모른다.
원래의 주인은 폴리네시아인들이었다. 청나라 힘들게 살던 농민들이 이주해와 원주민들과 섞여 살았다. 네덜란드인들이 와서 기지를 세우기도 했고, 청일전쟁이후엔 일본의 식민지로 50여 년의 세월을 겪었다. 중국 국민당이 공산당에게 쫓겨 본토에서 이 작은 섬으로 쫓겨와 폭정을 시작했고 47년 2.28 사태라는 원주민 학살사건(2만8천명)이 벌어지기도 했다. 독재자 장개석은 자기 아들에게 정권을 넘겨주었고, 45년에 시작된 계엄은 1987년에야 끝낼 수 있었다.
우리로 치면 광주가, 43사태가 이 한 곳에서 계속 벌어진 것이다. 죽어나간 사람들의 흔적인 귀신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귀신들의 땅일 것이다. ‘손이 떨어져 나갔지만 피가 나지 않p238’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기. 70년대생 이반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고향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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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시골, ‘용징’의 한 가족들이 살았고 살고 있다. 천씨 집안의 사람들. 아버지 아산은 성실하지만 고지식한 인물, 어머니 아찬은 말 많고 드센 성격에 7명의 자식을 키웠다. 큰 딸 ‘수메이’는 가난한 집이 싫어 가출을 해 공장에서 일을 하다 도박쟁이 남편을 만나 고생하며 고향에 살고 있다. 둘째 딸 ‘수리’는 공무원이 되어 타이베이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부 잘하던 셋째 딸 ‘수칭’는 명문대를 나와 유명 앵커와 결혼을 했으나 그렇게 행복하지 못하다. 넷째 딸 ‘쑤제’는 부잣집에 시집을 갔으나 정신이 혼미하다. 다섯째 딸 ‘차오메이’는 가장 이쁜 외모를 가졌었으나 자살을 했고, 여섯째이자 첫아들 ‘텐이’는 마을 향장(이장? 군수?)에 당선되었으나 부정부패로 감옥에 갔다. 막내아들 ‘텐홍’은 작가가 되었다.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로 독일 베를린에 머물다 어린 애인 T를 만난다. 거기서 사건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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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에 입각한 백색테러, 독재, 극심한 남존여비, 부패 등 많은 나쁠일만 있었던 타이완에게 발전의 시작은 아마 토지개혁이 아닐까 한다. 누적된 부의 재분배는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물론 그것 말고는 우리보다 눈에 띄게 좋은 ‘경험’을 찾기 힘들다. 아이큐에 따라 반을 나누는 학교. 북한처럼 대를 이어 정권을 이어가는 독재.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수척한 문장들이다. 위로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안도의 상황도 그렇게 안도스럽지 않다. 습기와 더위는 가족들 모두에게 덤벼든다. 관계는 더 끔찍하게 엉킨다. 더위가 삭혀버리는 관계의 점액질, 견디기 힘든 질척함 사이에서 그들은 이야기를 이어간다. 귀신이 아닌 산 사람의 이야기들이 이 긴 서사 가운데 깊숙이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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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은 원래 고독하다. 인간 스스로 놀랠 뿐, 귀신이 사람을 직접 상하게 하는 일은 없다. 상호작용 없는 귀신이랄까. 무서운 것은 남은 사람들이고 귀신을 파는 사람들이다. 어떤 부분은 #천명관 의 #고래 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땅의 사람들과 계속 비교해 가며 읽어갔다. 쓰리다. 무채칼날에 피부가 살짝씩 썰리면서 느끼는 따끔함과 만만한 끔찍함이 멈추지 못하고 계속 이야기 안에서 맴돌게 한다.
어쩌면 귀신은 그 땅에서 죽어갔던 사람들의 ‘한’이다. 풀리지 못한 한은 땅을 떠나지 못해 머물고 해메인다. 사람들은 그것이 무서워 제를 올리고 위로하고 달래려 한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살아는 있으나 이미 ‘귀신’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표정이 아닐까 했다.
✍ 한줄 감상 : 몰입할수록 그 안의 더위와 관계의 삐걱거림이 괴롭게 다가올 수 있다. 견딘 자에게 귀신들은 희망의 자욱들을 보여줄 것이다.
p15 “ 오후의 고온은 시간의 속도를 늦웠다. 나무들은 낮잠을 자고 바람은 멈춰 있었다. 숨을 숙이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땅이 숨 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p26 “ 그녀는 배고픔의 고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 바닥이 없는 결핍이었고, 평생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
p32 “ 기억은 떠돌아다닌다. 안정적이지 못하고 사람들을 속인다. 스스로 말소되면서 사실을 곡해한다. 하지만 피부에 찰싹 달라붙어있다. “
p81 “ 어머니는 쉴 새 없이 낮은 목소리로 내게 욕을 해 댔다. 나는 너희 할머니가 빨리 죽게 해 달라고 귀신들에게 그렇게 기도를 하는데 귀신들을 모욕하니까 할머니가 죽지 않찮아…… 할머니는 백 세까지 살았다. “
p151 “ 나는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되면 다른 귀신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귀신이 되고 나서야 귀신은 가장 고독한 존재이며 공간과 시간 속에서 어떤 사람이나 사건과도 만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
p197 “ 타이완은 국민당이 건너온 1945년부터 줄곧 계엄령 상태를 유지했다. 1987년이 되어서야 계엄령이 해제되었고 국민당 일당 독재 체제도 깨지고 민진당이 설립되었다. “
p232 “ 고향에서는 모든 것이 진하기만 했다. 국화는 너무 처연했고, 봉황나무는 너무 붉은 핏빛이었다. 그녀는 어둡고 흐린 것을 갈망했다. “
p278 “ T는 곰파 잎을 씹으면서 그에게 키스했다. T는 곰파의 냄새를 그의 이와 혀 사이로 전달했다. 그의 입에 숲이 하나 생겨났다. “
p289 “ 암 말기 환자는 매일 시간을 헤아린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아주 두꺼운 소설 같아 다 읽지도 못했고, 다 지나가지도 않았다. “
p363 “ 예의를 갖춘 말은 농구 골대에 마구 공을 던지는 것과 같아서, 절대 정확하게 던지지 않고 누구도 핵심에 다가가지 않으며 골을 넣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했다. “
p373 “ 그의 어깨 위에는 선인장이 자랐다. T의 어깨 위에도 마찬가지였다. “
p406 “ 거친 말을 주고받는 세 자매의 어투가 급상승했다가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했다. 목소리가 중첩되고 기업이 겹쳤다. 상대방을 지적할 때 끈적끈적한 점성이 느껴졌다. 누나들의 모든 말이 하나로 들러붙어 혼잡하고 탁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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