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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메뉴얼 #루시아벌린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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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루시아 벌린은, 척추장애을 가진 장애인이었고, 3번의 결혼과 이혼 이후 혼자 힘으로 4형제를 키우며 틈틈이 소설을 썼다. 청소부부터 간호보조 스페인어교사 등 많은 일들을 하며 ‘근근이’ 먹고살며 알코올중독에 빠지기도 하며,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갔다. 그녀의 책이 대중적으로 히트를 친 것은 그녀의 사후 10년이 지나서였다. 살아생전 책으로 많은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그녀에게 가난은 일상이었고, 평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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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려있는 43편 중 그녀의 삶을 읽을 수 있는 몇편을 추려 시대 순대로 배치해 본다. ‘가난’의 냄새 안에서 인간의 삶을 스며내는 작품들이다. 그와중에 웃음까지 안겨주는 장면들ㄹ 마주치자니 그녀의 삶의 폭을 느낄 수 있었다.
*침묵 : 어머니는 날 사랑하지 않았다. 죽을때까지 어머니에겐 자비를 베풀 수 없다. 아버진 먼 곳으로 일을 떠났고, 난 초등학교 3학년 텍사스 시골구석에서 외톨이 생활을 했다. 알코올중독자인 엄마와 외할아버지 때문에 밖으로 돌았다. 역시 알코올중독자지만 가끔 오는 외삼촌은 나를 사랑했다. 그때 만난 첫 친구가 ‘호프’였다. 시리아 이민자,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바로 친해졌다. 어른들은 겨우 행복할 날 그대로 두질 않는다.
*H.A모이니헨치과 : 외할아버지 집에 살때 일이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나름 유명한 치과의사인 할아버지를 미워한다. 어느 날 나는 할아버지가 남은 몇 개의 이를 뽑고 틀니를 하는 걸 돕기로 했다. 할아버지의 요청으로 나는 집게로 몇 개째 할아버지의 생치아를 뽑았내었다. 피가 흥건하다.
*별과 성인 : 나이가 좀 차서 상급학교에 진학을 한다. 왠일인지 집에선 무리해서 보낸 학교. 수녀님들이 선생님이신 성요셉학원에서 난 잘 적응을 못했다. 계속 가난했고, 척추교정기가 아이들 눈에 거슬렸던 걸까? 학교식당에 쥐덫에 걸린 쥐 몇 마리씩을 처리해 주고 점심 식권 구해서 밥을 먹는다. 좋은 수녀 한 분을 만나 일이 잘 풀리나 했다. 하지만 웬걸.
*선과 악 : 다행히 아버지도 운이 좋을 때가 있었다. 칠레광산에 고위직으로 발령이 난 덕분에 잠깐이지만 난 칠레에서 부유층으로, 좋은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도슨선생님은 미국자본이 만들고 있는 칠레민중의 고통을 그녀에게 보여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말실수 한마디에 선생님의 운명은 바뀌고 만다.
*제어 불가 : 새벽에 알코올중독에 의한 섬망떨림이 왔다. 집에 있는 잔돈들을 긁어모아 40분 거리에 있는 술판매장까지 겨우겨우 간다. 매일 보는 인간들이 보인다. 집으로 돌아와보드카 2/3병을 마시고서야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아이들을 깨우고 출근준비를 한다.
*청소부매뉴얼 : 하루에 버스를 타고 몇 집의 청소를 해주는 것이 내 직업이다. 다른 청소부처럼 뭘 많이 훔치진 않는다. 그저 만약을 대비해 수면제를 티 안나게 훔쳐 모으고 있을 뿐이다. 메뉴얼 중 하나를 공개하자면, 일 한 티를 내려면 청소가 끝났을 때 작은 가구 정도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둬야 한다는 정도다.
*웃음을 보여줘 : 큰 아들 또래의 제시와 사랑에 빠진 메기는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잘 나가는 변호사 코언은 왠지 모르게 이 커플에게 끌려 사건을 변호하게 한다. 제시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 ‘이미 서로의 내면에 들어갔다 나온 것p417’ 같다는 제시. 잘못하다간 오랜 시간 감옥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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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기억력으로 축조해 내는 묘사가 디테일하다. 삶에 대한 관심보다 살아내기 위한 집중의 힘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삶의 대부분을 거칠고 포악한 환경에서 보냈을 그녀의 글 가운데엔 언제나 따뜻한 정이 스며있다. 간호사 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듣고 공감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는다.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한 번도 아이들을 때려본 적이 없다는 말에서 그녀가 크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작가 #김연수 가 추천하고, #레이몬드카버 와 비교되는 작가. #부코스키 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보단 더 깊고 좋았다.
✍ 한줄감상 : 결심과 실행, 그리고 실패 사이를 반복하는 우리들에게 그 과정에서 남을 수 있는 무언가를 이야기해주는 소설로 만들어진 인생담.
덧,
읽는 동안, #아니에르노 가 생각나기도 했다. 자신이 경험한 일을 쓰는 행위. 어떤 소설가는 자신의 삶이 소설에 직접적으로 녹아들어 가는 걸 싫어하기도 한다. 한편 극단적으로 경험한 것만 쓰는 애르노 같은 작가도 있다. 벌린은 당연히 ‘소설’을 썼다. 하지만 그 안엔 이미 소설꺼리인 자신의 삶이 깊숙이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분량 때문에 넘친 두개의 단편 정리를 덧붙힌다.
*그녀의 첫 중독치료 : 칼로타는 알콜중독 재활 병동의 홍일점에 예뻤기에 조금은 편안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집에 전화를 하니, 첫째와 둘째 아이가 셋째와 넷째 아이를 잘 돌보고 있단다. 다행이다. 7일 후면 퇴원이다.
*안녕 :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셀리’가 암에 걸렸고 시한부였다. 미국생활을 정리해 셀리 곁에 갔다. 2여 년간의 같이 생활한다. ‘ 그날그날 생활의 무늬와 리듬을 따라 천천히 표류 p395’ 하는 생활을 계속할 뿐이다.
p34 “ 아들은 그날의 모든 활동을 엄마에게 말해주었다. ‘우리 새끼 정말 특수해! ‘ 엄마가 아들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특수하다는 건 발달장애라는 뜻이야!’ 그렇게 말하는 아들은 겁에 질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
p51 “ 버스가 늦는다. 차들이 휙휙 지나간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부자들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절대로 보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본다. “
p72 “ 학생들의 친구가 되어주려 하지 말라는 겁니다. 이 아이들은 모든 걸 지배력과 약점의 괌전에서 생각해요. “
p109 “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에게) 사는 게 끔찍하죠. 아버지? “
p139 “ 나는 왜 여전히 죽음을 가지고 그렇게 품위 없는 동담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나는 죽음 공부를 한다. 직접은 아니고, 그냥 돌아다니며 킁킁 냄새만 맡는다. 나는 죽을 사람처럼 대한다. “
p142 “ 내가 죽음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좋은’ 사람일수록 더 사랑이 많고 행복하고 배려심이 많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생기는 틈은 그만큼 더 작다. “
p148 “ 버클리대학 시험 주간, 자살이 많다. 어떤 경우는 성공한다. 대게는 동양인이다. “
p325 “ 난 작가가 되고 싶어서 저널리즘을 존공하는데, 저널리즘의 생명은 기름진 부분을 다 잘라내는 거란 말이지…. “
p336 “ 고독은 앵글로색슨의 개념이다. 멕시코시티에서는 버스에 혼자 타고 있는데 다른 누군가 타면, 그 사람은 혼자 타고 가던 사람 옆에 가서 앉을 뿐 아니라 곧잘 그 사람에게 기대기도 한다. “
p342 “ ‘연애의 비극’, 메르세데스가 한숨을 쉬었다. ‘좋은 남자들은 예외 없이 섹시하지 않다는 사실. ‘“
p353 “ 난 그런 발상을 굉장히 싫어해 …. , 자기 자식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것, 부모가 자식들이 성취한 걸 자신들의 명예로 여기는 것, 난 우리 애들을 좋아해. 다정하고 성실한 아이들이야. “
p353 “ 난 지난날은 필요 없어. 그냥 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냥 가던 길을 갈 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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