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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에비해잘풀린사람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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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사무실 옆 팀에 회계담당 직원이 출산휴가를 간 적이 있다. 출산휴가 후 퇴직을 할지 복직을 할지 확정이 되지 않아서 담당팀장은 그 기간 동안 계약직 직원을 뽑아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성실하고 꼼꼼히 일 잘하는 직원이었다. 시간은 지났고 출산휴가를 갔던 직원이 복직을 원했다. 오래 같이 일한 직원이라 담당팀장은 계약직 직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는데, 그 직원은 내심 정규직으로 바뀔 것으로 믿고 일을 했었던지 무척이나 슬퍼하며 아쉬움을 표하며 그 팀장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한다. 출산휴가를 보장해 준 회사의 잘못도, 출산휴가 후 복귀를 요청한 직원의 잘못도 아니다. 떠나는 계약직 직원의 뒷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월급쟁이 세계에서 이 경우는 뭐가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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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기시의 책으로 뽑았던 책 #귀하의노고에감사드립니다 의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두 번째 작품집이 나왔다. 대장격인 #장강명 작가의 작품은 없지만 유명한 작가들이 동인에 새로 참여했다. 손원평 작가도 반갑고 눈에 익은 의사작가 남궁인작가, #쇳밥일지 의 천현우 작가의 단편도 반가웠다. 첫 작품집에서 언급되었지만 이 책은 지금 ‘당대’의 한국의 ‘먹고사니즘’을 ‘사실주의’적으로 쓴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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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몇편을 골라 스냅샷을 남긴다. 분량 때문에 나머지는 ‘덧’에 옮겨 놓는다.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 남궁인
지방방송국 계약직 업무와 전국의 각종 행사를 뛰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지민’은 하루가 정말 바쁘다. 잠시 틈을 내어 후배 아나운서 공중파 입사를 축하하는 식사자리에 참석하게 되는데..
*피아노 - 손원평
혜심의 노후는 나름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자가로 구한 아파트 1층에 공부방을 열어 학생들을 돌보며 홀로 잘 늙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동산 투자 실패로 자가를 잃어버리기 전까지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공부방 문을 닫고 지방으로 떠나기로 했다. 짐을 정리하고 당근을 통해 물건들을 처분했다. 자그마한 피아노는 잘 팔리지 않아 애을 먹다가 그냥 폐기물딱지를 붙여 내다 놓았다. 며칠 후 자기의 피아노가 당근에 올라온 것을 목격한 혜심은 분노한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화장품 프랜차이즈 영업사원인 진영은 가맹한 사업주들을 정기적으로 돌며 그들을 관리하는게 일이다. 영혼 없이 자동화된 배려의 말, 격려의 말들을 휘날리며 자기 구역을 배회한다. 그에게 최근에 목이 좋지 않은 곳에 개업을 한 젊은 여자 점주가 마음에 걸린다. 망할 텐데… 하지만 진영은 본사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람이다.
*두 친구 - 정아은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지현네 병원에 잘나가는 중학교동창 승미가 입원한다. 까칠한 환자로 지현을 괴롭힌다. 아는 척해야 하나. 그녀는 지현을 알아봤을까? 궁금하다.
*빌런 - 천현우
코인으로 폭망한 지윤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당을 벌기로 한다. 단순반복 작업의 무서움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고, 그 안에서도 정치가 있어 좋은 자리, 힘든 자리가 있어 정치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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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문학이 줄고 있다는 기획자 장강명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다행히 얼마 전에 읽었던 #김기태 작가의 #두사람의인터내셔널 과 이 책처럼 현실을 뒤지고 비춰주는 소설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고마울 뿐이다.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시는 나(또는 우리)의 의미의 이면, 그늘을 다룬다면 소설은 우리(또는 나)의 삶의 의미와 차이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소설은 의미와 차이를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지, 책은 독자와 대화하는 좋은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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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호조무사로 가장역할을 해야 했던 ‘지현’은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이었으나 경력단절과 남편의 사업실패로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갑작스럽게 닥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개인의 파탄은 지금 우리 사회구조에선 각자도생을 권하고 있을 뿐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사회과학 이론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다. 좋은 책, 좋은 기획이다.
✍ 한줄감상 : 2024년 대한민국 먹고사니즘의 현장 다큐멘터리.
덧,
분량문제로 몇 편의 개요를 여기에 남긴다.
*등대 - 이정연
고급 복어집에 수습으로 취업한 설희는 정말 열심히 업무에 임했다. 테이블 시바다리부터 복어손질하는 주방까지 몇달을 보내고 드디어 가장 중요하다는 VIP실 서포트 수습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뭔가 수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쓸모 있는 삶 - 최유안
번역가인 나는 수입이 별로 없다. 선배 추천으로 BBC의 다큐멘터리 ‘한국의 출산율’ 촬영에 코디로 들어가기로 했다. 촬영이 계속될수록 뭔가 석연치 않은 감독의 모습에 짜증이 쌓인다. 몇 달이 흘러 영국에서 보내온 완성본 다큐를 본 나는 놀라고 만다.
*식물성 관상 - 한은형
비건식당을 몇 개 운영하는 ‘보이사’라는 세련된 사업가가 식물관리 알바를 하던 민지에게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한다. 민지가 가진 ‘식물성 관상’이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불법적인 것도 아니기에 쉽게 동의를 했고, 민지는 보이사의 가게 중 하나의 가게의 매니저를 맡게 된다.
p36 “ 영원한 건 없어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있었다.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 주어진 일은 내가 하고 싶던 것이다. 꿈을 이룬 사람들은 불평해서는 안 되었다. “
p60 “ 함몰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어른이 되는 게 함몰이야. “
p101 “ 진영은 저 빳빳한 셔츠 깃을 볼 때마다 정답의 감각을 강하게 의식했다. 저항할 수 없는 정답의 영역. “
p122 “ 진영은 웃지 않았다. 웃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잘 웃을 것, 그냥 웃을 것. 그래야 인성 좋아 보여. 일도 잘 풀리고. 순오가 해줬던 조언이었다. “
p142 “ 작은 일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어대거나, 혹은 별것 아닌 일에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처럼 격렬하게 불행해하는 에너지가. 나는 이런 승미의 에너지에 압도당했던 것일까. “
p168 “ 이 초단순 노동은 그저 시간과 돈을 상호 교환하는 작업이며, 고통은 행동하는 육신이 아니라 지루함을 견디는 정신의 몫이었다. “
p204 “ 전문가 의견도 하나의 의견일 뿐이죠. 그런데 전문가의 말은 충격적일수록 정답으로 여겨지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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