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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강물처럼 #셀리리드 #다산책방 #Go_as_a_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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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뿐 아니라, 서평가로서의 #이동진 평론가를 많이 신뢰한다. 그렇다고 그가 좋게 평가한 모든 책을 읽는 건 아니다. 사실 이 책은 스킵하려 했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한 여성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낸 소설이라는 홍보문구가 조금은 식상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이런저런 책 구경을 하다가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게 되었다. 손으로 꼼지락 거리다 집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 뭐 생각이야 언제든 바뀌기 마련 아닌가. 아름답다니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번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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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복숭아농장을 하는 집안의 외동딸 17세 빅토리아는 반복적인 농장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마을로 들어온 ‘윌’이라는 또래의 청년을 만나고 한눈에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문제는 그가 인디언 핏줄이라는 것.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적대시하고, 심지어 도둑의 누명을 씌워 현상금까지 걸어 버린다. 그 와중에 사랑에 빠진 빅토리아는 몰래 그와의 야밤 데이트를 계속했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사라져 버린 윌. 배는 불러오는 데 집안 사람들에게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살아가던 빅토리아는 따로 이런 문제를 상의할 사람도 없다.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빅토리아는 집을 떠나겠다는 선택을 한다. 나귀 한 마리에 먹을 것 등 최소한의 준비물을 갖추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게 된다.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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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콜로라도는 곳의 자연풍광은 어떨까?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머지 않아 그 재현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책은 기대했던 것처럼 섬세하게 한 여성의 성장 모험담을 잘 담아내고 있다.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 덕분에 읽는 내내 이야기를 따라가는 즐거움을 풍부히 느낄 수 있었다. 예상 밖의 선택, 우연적인 만남, 좌절하지 않는 빅토리아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들. 잘 만들어진 여성소설로 호평을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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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루는 주제의 식상함을 뛰어넘는 무언가는 없었다. 사춘기때의 불같은 사랑, 그걸 홀로 지켜 나가는 한 여성의 모습. 상실감과 거기 머무르지 않고 헤쳐가는 주인공의 의지와, 좋은 동료들 뻔하게 나쁜 주변사람들. 단순히 말하면 잘 만들어진 주말 TV연속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주인공은 평생을 한 한 번의 사랑을 하고 늙어간다. 아무리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라도 남자든 여자든, 그건 주인공에게 너무 가혹한 상상력이다. 🤔
이동진평론가가 유튜브 방송에서 그가 말한, ‘인간은 한 번만 살기 때문에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경험’으로써의 소설의 의미는 아주 오래 전 부터 내가 ‘소설 읽기’를 선택한 이유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삶들을 잠시나마 대신 살아보는 것. 그것이 소설의 의미일 것이다. 나는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한 한 여성의 삶에 잠시 들렸다. 그것 만으로도 의미 있는 독서였다.
✍ 한줄감상 : 사람은 적고, 한적하며 넓고 넓기만 한 미국 시골에선 연애한번 하기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p32 “ 그는 정말로 그랬다. 그는 내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 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
p100 “ 그의 눈동자에서 내가 본 적은 생각지도 못한 부류의 남자 한명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새로운 내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의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
p130 “ 농가를 떠나온 하룻밤 사이에 나는 그전까지의 순종적이고 소심한 소녀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여성이 되어 있었다. “
p143 “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
p284 “ 나는 과거를 뒤로하고 새롭게 출발할 것이었다. 나는 기적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토양이 충분히 강인하기만을 바랐다. 뿌리째 뽑힌 내 나무들이 새로운 곳에서 온갖 역경을 견디고 살아남는다면, 빌어먹을 온갖 불행이 닥치더라도 나 역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p303 “ 나는 하루하루 내가 선택한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그건 좋은 삶이었다. 내게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내 앞에 놓인 것들에 감사했다. “
p364 “ 소리 없는 우울이 루카스 안의 기쁨을 서서히 밀어내고 있었다. 스스로 설명 할 수 없는 자신의 무언가를 강물이 설명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
p387 “ 나는 맥스가 평화를 지지하는지 전쟁을 지지하는지, 이 여자를 좋아하는지 저 여자를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전혀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
p420 “ 얇은 구름이 흩어지고 윤슬이 반짝이는 걸 보며 생각했다. 내가 삶이라고 불러온 이 여정도 잠겨버린 이 강물과 비슷하지 않은가. 저수지로 만들어놓았는데도 온갖 걸림돌과 댐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고 흐르는 이 강물,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해 그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가지고 계속 흘러가는 이 강물이 내 삶과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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