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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감정의 혼란

by 기시군 2024.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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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혼란 #슈테판츠바이크 #하영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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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작가라고 했지만 내겐 #알릴레오북스 를 통해 알게 된 #다른의견을가질권리 한 권을 읽었을 뿐인 작가다. 그 책에서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의 전기를 가독성 높게 그려낸 점이 인상에 남아 있다. 책을 고르다 이 작가의 대표단편선이 나온 걸 알게 되었다. 한 권에 4편이 실린, 거의 중편소설 4편이라 봐도 무방할 볼륨이라 그의 소설 세계를 이해하기에 적당할 것으로 여겨져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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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상 3편의 작품의 개요만 다룬다.

하나, 감정의 혼란
액자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미 늙은 나이가 된 화자는 젊은 시절의 열정을 회상한다.  대학 1학년, 잠시의 방황 끝에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영문학 전공 노교수의 열정적인 강의에 끌려, 교수의 집 근처에 하숙을 하며 밤낮없이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공부를 하는 뜨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없이 친절하기만 하던 교수가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차갑게 대하거나 며칠을 여행을 핑계로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듯한 교수의 젊은 부인은 주인공을 다독여 주지만, 교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둘, 아모크
무더운 인도네시아. 식민지 의사로 일하는 내게 몇 개월 만에 백인여성이 찾아왔다. 그것도 아름다운 귀족 여성. 돌려 돌려 말은 하지만 요구사항은 남편 모르게 정부의 아이를 유산시켜 달라는 것이었고, 그녀의 거만함이 거슬렸던 의사는 그녀의 요청을 거절한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의 감정에 휩싸여 그녀에게 달려가 부탁을 들어주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녀의 하인이 의사에게 급한 도움을 요청을 해온다. 심각하다고 한다. 

셋, 체스 이야기
우연히 나는 세계 체스 챔피언 첸토비치와 브라질행 장기여객선에 같이 타게 된다. 무례하고 오만하지만 호기심은 어쩔 수 없는 법, 그와 안면을 트고 체스 한판이라도 두고픈 마음이다. 우연히 돈 많은 부자 승객과 그 사실을 공유한 덕에 한판에 얼마씩 받는 프로기사인 첸토비치와 체스대결을 벌일 수 있었다. 당연히 연속적인 패배를 맛보고 있던 차에, 옆에서 구경을 하면 어떤 신사의 도움으로 승부를 무승부로 만들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실력이 챔피언을 능가할 수 도 있다고 느끼고 그에게 다시 대결을 요청하려 그의 객실에 방문한다. 거기서 나는 놀라온 신사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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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혼란’는 세련된 현대 소설을 보는 느낌을 준다. 우리 감정의 흔들림, 즉 동경과 존경의 에너지, 인정욕에 대한 갈구, 이유를 알지 못하는 상대의 움직임에 격정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인간 본연의 심리를 박진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미스터리 한 형식을 띠기에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까 독자는 계속 조마조마하며 읽어갈 수밖에 없으며, 후반부의 원인을 알게 된 주인공의 혼란 안에서도 계속되는 사건들을 밀어 넣어 아주 밀도 높은 소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였던 건, 역시 ‘체스이야기’이다. 2년 전인가 #넷플릭스 에서 시청한 #퀸스갬빗 이 떠오르기도 했고, 2차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독일 그 사이에 자본들의 역사적인 팩트들 그리고 그 안의 벌어지는 고통스럽고 독특한 고문기술 등이 흥미진진하게 소설을 읽게 한다. 더군다나 승부소설이다. 절대 강자인 챔피언과 몇십 년간 실제 체스는 둬 본 적도 없는 늙은 신사와의 대결. 이런 형태의 소설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으며, 능력 있는 작가 츠바이크는 이 모든 걸 ‘웰메이드’하게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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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 감으로 선택하여 읽은 책이 좋을 때는 기분이 좋다. 아직도 읽지 못한 클래식들이 넘치고 넘치지만 취향에 맞는, 책에 쓴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을 만났을 때 보람을 느낀다. 이 책이 그렇다. 그리고 부록처럼 긴 분량으로 책 후반부를 채운 츠바이크에 대한 전기내용은 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두번의 결혼, 동반자살. 위대한 작가가 평범하긴 쉽지 않나 생각했다. 그는 우울증을 앓았으며 글을 쓸 때야만 그 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다. 다작의 이유를 알았다.

✍ 한줄감상 : 인간심리 불완전성과 감정의 격랑을 대중적으로 잘 풀어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대표작

p11 “ 내가 인문학이라는 것은 죄다 이를 갈고 거품을 물며 힘겹게 견디어 내야 하는 속박이었네. “ 

p58 “ 나는 짧막한 순간을 사는 인간이 되어버렸네. “ 

p165 “ 아모크는 만취 상태 이상의 것으로…. 광기입니다. 사람이 광견병에 걸렸다고나 할까… 어처구니없는 살인적인 편집증 발작이라서 알코올 중독 같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런… “ 

p197 “ 이 여자를 소유한 남자가 이랬으면 하고 바란 그대로… 바람둥이도 아니었고 오만해하지도 않은 데다가… 절반은 소년인 남자, 이런 순수하고 보드라운 존재에게 그녀는 자신을 선물했던 겁니다. “ 

p217 “ (맨델) 이 기이한 인물은 책 말고는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아예 없었다….. 그는 책을 읽어서 거기 담긴 의미나 지적 내용, 스토리를 이해하려고 하지조차 않았다. 그가 열렬히 관심을 두는 것은 책의 제목과 가격, 겉모습과 표지뿐이었다. “ 

p242 “ 책을 쓰는 목적은 협소한 자신의 존재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인생의 가혹한 적인 무상함과 망각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하는 나조차도 말이다. “ 

p292 “ 전환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전 체스판과 말을 내부로 투사했고, 공식만으로도 그때그때의 형국을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노련한 음악가가 악보를 보기만 해도 모든 성부와 그것들의 화음을 들을 수 있듯이 말입니다. “ 

p321 [해설] “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은 누구든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이는 작가에게는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다. 한편으로 자신의 주제를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안에 남김없이 녹여내어 다수 독자의 마음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점에선 축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이 쉽게 읽히는 바람에 그 안에 담긴 복합적이고 심오한 내용이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비껴갈 위험이 크기에 저주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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