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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by 기시군 2024.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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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마음은딱딱하고어떤마음은물러서 #문보영 #이소호 #오은 #황인찬 #아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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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점에서 집어 든 책이다. 시집도 산문집도 아닌 책. 얇은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아 어디서 미팅 기다릴 때나 살살 읽으려 샀다. ☺️ 4명의 시인이 자신의 시와 산문을 같이 담았다는 컨셉도 특이했다. 부제가 ‘시인들의 생활 풍경을 담은 시와 산문’이란다. 젊은 시인들의 생활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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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문보영 시인
시인에게 여행은 힐링이 아니란다. 일상을 벗어나 떠난 유럽여행 이야기. 그녀 혼자만의 여행은 아니었다. 친구 ‘소롱포’와 유럽여행을 떠난 것은 존엄사 지원단체 #디그니타스 를 방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연회비 40만 원씩 내고 있는 데, 별다른 소식도 없고 궁금해하는 소롱포가 꼭 그곳에 방문하고 싶다고 한다. 

두번째, 이소호 시인
시인의 생활이 가장 직설적으로 묻어나는 산문과 시들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시인’하기의 어려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벌이에 온 힘을 쏟다 보면 깜깜한 밤. 쉴 시간도 없는데 언제 창작의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녀는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다. 프리랜서라도 생활이 만만해지는 건 아니다.  또 다른 형태의 삶과의  전쟁이랄까.

세번째, 오은 시인
시인의 산문 중 ‘말하기’ 방법론 부분이 재미있다. 3단계 말하기 전략 ☺️ 먼저, 정갈하게 말하기. 부사와 형용사 사용을 최소화하여 핵심을 전달하는 것. 두번째, 맛깔나게 말하기. 치밀한 묘사와 풍성한 감정 표현으로 현장감을 줌. 마지막, 정확하게 말하기. 정갈에다 날카로움까지 더하면 맵시 있는 말하기가 된다는 것이다. 말에는 힘 이상의 것이 있단다. 

네번째, 황인찬 시인
시인의 말, ‘결국 문학이 상실에 대해 말하는 일’ 이라니. 상실에 상처를 잊고자 책을 드는 나 같은 독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 그가 어디선가 들었다는 ‘ 모든 소설의 제목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될 수 있다.’는 말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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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인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황시인은, 웃고보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무해함을 드러내기 위해, 그러는 모습이 습관이 된 착한 사람. 왜 사냐거든 웃지요 하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좋다. ☺️

내 진심을 스스로도 알기 어렵다. 말로 안되는 진심의 전달. 흘러가버리는 의미의 출렁임 순간을 포착해 내어 그것을 글로 바꾸는 것이 ‘시’라 한다. 직유와 비유와 은유는 쓰는 이의 손에 갈고 닦여 빛을 발할지 모른다. 공감이란 단계를 거치며 말이다. 황인찬 시인이 생각하는 시의 의미이며, 나 역시 그의 말에 반대하기 어렵다. 

✍ 한줄감상 : 시인의 시와 산문을 같이 읽는다는 것은  시의 뒷 얘기를 시인에게 직접 듣는 것 같은 친밀감이 느껴진다.  

p19 “ 올리비아가 생각하는 / 이상적인 인간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지쳐 있는 존재다. “ 

p53 “ 여행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게 여행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너무 지루해서 뭔가를 ‘지어내지 않으면 시간을 견디기가 어려운, 말하자면 그것은 경험의 실패였다. “ 

p65 “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오늘의 마음은 어땠는지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쓸 수 있다. 나는 그걸 가끔 ‘시’라 부른다. “ 

p68 “ 어쩌다 한 집에 태어났다는 그 끔찍한 이유로 / ‘우리’는 그런 것이에요 “

p72 “ 첫 줄을 시작하는 것보다 슨 것을 다시 쓰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 

p73  “ 자칭 ‘개인주의자’인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내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봐주고 있다, 라고 느끼게 하는 거였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가여운 예술가를 자신들이 거두어 먹인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늘 자랑스레 떠들었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그래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

p86 “ 회사를 정주행하면 시름을 드려요 / ……. 최대한 / 화려하면서 심플하게 “ 

p112 “ 시는 미결 상태의 그림자가 된다 / 온종일 내 뒤꽁무니를 따라다닌다 “ 

p133 “ 몸뿐 아니라 마음 점검을 하는 시간이 점심이지 않나. “

p158 “ 결국 모든 문학은 고백일 수밖에 없고, 자신의 가장 치졸하고 연약한 부분을 노골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187 “ 슬픔만은 이따금 무겁고 두껍게 내려앉는다. 슬픔이란 무겁고 낮고 축축한 것이어서, 발끝부터 조금씩 젖어 들어간다. 사지의 말단부터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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