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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율리시스

by 기시군 2024.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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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제임스조이스 #어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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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그렇다. 그 율리시스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 한 가지. 과하게 작은 활자크기, 노안이 더 오기 전에 끝내고자 함이었다. 쉽지 않겠다고 각오는 했지만, 정말로 쉽지 않았다. 🥹 초반엔 오기로 글자를 따라 눈을 계속 움직였고, 중반 즈음 되니 쪼오금 느낌이 왔으나, 후반엔 쉬웠다고 말할 순 없다. 본문을 다 읽고 주석 부분을 넘기니 뒤쪽에 각 장의 줄거리부터 인물소개 등 쓸만한 내용이 다 담겨있었다. 혹시라도 이 책을 생각 중인 분이시라면 뒤쪽 내용부터 보시고 시작하라 권하고 싶다. (엄청 후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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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것처럼, 호머의 #오디세이아 의 구성을 따른다고 하나 여정을 떠나서 귀환한다는 줄기는 비슷할지 몰라도 상세 내역은 많이 다르다. 1904년 6월 16일 단 하루에 일어난 사건으로 3명의 주인공이라고는 하나, 총 18장의 내용 중 17장은 두 명의 남자 주인공 ‘블름’과 ‘스티븐’의 이야기고 마지막 18장 전체를 ‘몰리’라는 여자주인공의 독백으로 채워져 있다. 

명문대 졸 22살의 스티븐, 현재 8개월 동안 목욕을 하지 않고 있다.(병이라해야하나)  프랑스 유학 중이었으나 어머니 병환 문제로 얼마간 더블린에 머물고 있다.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알바로하고 있는 학교 선생일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받은 월급을 펑펑 쓰며 술에 쩔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책에선 ‘과학적인 것’을 대표한다고 한다. 작가의 지성과 이성의 분신으로 보인다. 

영업사원 38살의 불룸, 아내인 여배우 몰리를 무척 사랑한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몰리의 애인이 집에 오는 날은 집에도 못 들어가고 더블린 거리를 헤맨다. 책에선 ‘예술적인 것’을 대표한다고 한다. 작가의 감성과 색정 부분의 분신으로 보인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이 두 명은 계속 주변을 스쳐 지나가며 각자가 바라보는 더블린과 더블린의 사람들을 묘사하고 그 안의 관계들을 집는다. 중반 이후, 둘은 술자리에서 만나게 되고 블룸은 스티븐에게 이상하게 끌린다. 술기운 덕분인지 스펙터클한 환상 속에 같이 빠져들게 되고,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같이 있던 두 사람은 몰리가 자고 있는 블룸에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블름은 내심 지금의 몰리의 애인보다, 똑똑하고 마음에 드는 스티븐이 몰리와 관계를 가져도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 떠난 스티븐과 몰리는 만나지 못하고, 몰리는  ‘’Yes’로 시작하고 ‘Yes’로 끝나는,  ‘사랑’하는 남편을 둘러싼 길고 긴 독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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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소설 쓰기의 로우데이터를 읽는다는 느낌에 빠지게 된다. 졸음을 참으며 읽다 보면 조금 쉬운 부분이 나타난다. 오호 하며 조금 달리려고 하면 이건 웬걸 말도 안 되는 판타지들의 출현. 등장인물 100여 명… 중간쯤에서 작가는 ‘독자 길들이기’를 하나 보다란 생각에 빠진다. 😒

관념소설에서 희곡으로, 퇴폐 판타지에서 당시 고국 아일랜드의 대한 정치소설로, 이 모든 내용이 주인공들의 ‘사랑’의 사유와 행동들로 뻗힌다. 

발톱냄새 패티쉬가 있는 불름, 아내의 애인들까지 포용하는 ‘친 스와핑’ 정서?를 가진 그는 의외로 사랑스럽다. 집안에서 밀어줘서 지식인이 되었으나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스티븐, 영국 식민지의 아일랜드 지식인들에 대한 조소와 자기 혐오, 자기 파괴 행위가 묘한 설득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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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당대 지식인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다. 아마 조이스는 외로웠을 것 같다. 뻔한 소설로 세상에게 적당히 인정받는 걸론 성이 차지 않았을 것이며, 이미 시대를 통찰하는 많은 언어학, 역사, 과학, 철학, 문학, 음악, 종교에 대한 지식들은 꿈틀대며 작가의 머릿속을 넘쳐흘렀을 것이다. 이때 마침, 몇 년 전에 발표된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의 ‘의식의 흐름기법’이라는 세련된 창작방법론은 조이스를 그냥 그런 작가에서 모더니즘 문학의 대가로 한 번에 업그레이드시켜버렸다.

완독에 의의를 둔다로 마침말을 맺을 수밖에 없다. 특이한 경험이었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도 했다. 😂 하지만 고통 와중에도 이것은 대작임엔 틀림없다는 동의는 몇 번 표했던 걸로 나의 독서력의 한계를 위로하고자 한다. 

✍ 한줄감상 : 완독이 쉽진 않으나, 완독 후 자기 만족감은 아주 높다. 도전하실 분은 인터넷이나 책 해설을 통해 전체 내용은 알고 시작하시길, 그렇지 않으면 소설에서 길을 잃을 지 모른다. 🥲

덧, 하나.
이렇게나 많이 출몰하는 야한 이야기를 읽은 동안 단 한 번도 야하게 느껴보지 못하게 하는 재주 역시 대단하다. ☺️👍

덧, 둘
그나마 남들은 가장 어렵다는 15장이 재미있었다. 희곡형태의 진행과 무작위 등장하는 귀신, 창녀, 죽은 어머니 등 아주 다이내믹했다. 그리고 17장도 인상적이었다. 문답으로 구성된 소설을 본 적이 있는가? 17장이 그렇다. 18장 몰리의 독백은 전체 문장에 마침표가 없다. 그리고 단락은 겨우 5번 나눌 뿐이다. 끝없이 늘어선 문장들을 즐겁게 감상하자. 😋

p23 “ 흉하고 무모한 : 야윈 목과 짙은 머리털과 달팽이의 흔적 같은, 잉크의 얼룩, 그런데도 누군가가 그를 사랑했고, 그를 그녀의 팔과 가슴에 안고 있었다. “

p40 “ 나의 햄릿 모자에 곁눈질을, 만일 내가 지금 앉은 이대로 갑자기 벌거숭이가 된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아. 도는 세계의 사막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황혼의 대지로 이주하면서, 태양의 불타는 칼을 따라. 그녀는 짐을 움직이며, 당기며, 끌며, 나르면서, 터벅터벅 걸어간다. “

p56 “ 조용히 그는 읽어 나갔다. 스스로를 힘을 주면서, 첫째 단을 그리고 굴복하면서 그러나 버티면서, 둘째 단을 읽기 시작했다. “

p76 (주인공은 아내의 애인을 보고 생각한다.) “ 블룸 씨는 그의 왼손의 손톱을 자세히 살폈다. 이어 오른손의 손톱을, 손톱, 그래 여인들 그녀가 저 녀석에게 느끼는 별다른 게 뭐람? 매력. 더블린에서 가장 나쁜 놈 “

p89 “ 양극은 서로 만나기 마련, 애태우는 것은 불쌍한 사자야. 굶주림에 구운 비프스테이크 냄새, 자신의 활력을 파먹고 있는 거다. 사람들은 흥분시키고 싶은 욕망. 창가에서 그걸 하고 싶어 하던 몰리. “ 

p114 “ 음률과 이성 “ 입(mouth), 남쪽(south). 입과 남쪽은 여하튼 관계가 있나? 혹은 남쪽이 입과? 틀림없이 뭐가 있지. 남쪽, 내밀다(pout), 밖으로(out), 소리치다(shout), 갈증(drouth). 음률 :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닮은 두 사람, 두 사람씩 두 사람씩. “  

p136 “ 꿈꾸듯 몽롱한 갈매기는 흐릿한 바다 위를 요동치누나. “ 

p154 “ 유령이란 무엇이겠소? 스티븐이 흥분하듯 힘주어 말했다. 그것은 죽음을 통하여, 부재를 통하여, 관습의 변화를 통하여, 인지불능으로 시들어 갔던 거요. “ 

p193 “ 블룸 씨는 ‘마리아 멍크의 무서운 폭로’의 책장들을 빈둥거리며 넘겨보다가, 이어, 아리스토텔레스의 ‘걸작’으로 넘어갔다. 비뚤어지고  어설픈 인쇄. 삽화들: 도살된 암소의 간처럼 선혈 빛의 자궁 속에 공처럼 웅크린 유아들. “ 

p225 “ 그걸로 됐어. 급사(웨이터)인 패트가, 기다렸다(웨이티드), 들으려고 기다리며(웨이팅), 왜냐하면 그는 문 곁에서 듣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 

p320 “ 잊지 마시라 여러분, 그는 말했나니, 시간의 페허가 영원의 궁전을 세우는 거요. 이것은 뭘 의미하겠소? 욕정의 바람은 가시나무를 멍들게 하나 이내 그의 시간의 좁은 땅 위에 가시덤불로부터 장미를 피어나게 하는 거요. “ 

p330 “ 오늘날의 도의는 심히 퇴폐하여, 우리들의 가정주부들은 옛 로마 백부장의 무거운 불알과 단단한 페니스의 발기보다는 오히려 거세당한 갈리아인들의 음탕한 손가락의 간지럼을 더 좋아하도다. “ 

p338 “ 목소리들이 뒤엉키며 흐린 침묵 속으로 스며든다. 무한한 공간인 침묵 : 그리하여 재빨리, 소리 없이 영혼은 지금까지 살아온 돌고 도는 수많은 세대의 층들을 넘어 부동한다. “ 

p421 “ 블룸 : 엉엉 울고 싶은 기분이에요. 용서하세요. 아아? 고로. (그는 거듭한다.) 그로 하여금 그들의 젖꼭지를 탐욕스레 빨도록 내맡기기 위해 도마뱀의 소굴을 동시적으로 찾게 하는 도다. “

p449 “ 나는 여태 완전한 돼지 행세를 해왔어. 관장까지도 내가 관리했으니까. 콰시아(구충제) 3분의 1 파인트에 암염을 한 찻숫갈 가득 타는 거지, 항문 깊숙이. 귀부인들의 벗이라 할, 해밀턴 롱(화장품)의 주사기를 가지고. “ 

p462 “ 보일런(몰리의 애인) : (블룸에게 그의 어깨너머로) 자네 눈을 열쇠 구멍에 대고 그녀와 몇 차례 일을 치를 동안 혼자 재미를 보아도 좋아. “ 

p517 “ 최고의 권위에 입각하여 사람들이 저에게 말하는 바에 의하면, 영혼이란 하나의 순수한 물질인 것이며 그런 고로 불멸하다는 거죠. 제가 이해하기로는, 그의 제1원인인 신에 의하여 그것이 파멸될 가능성이 없는 한, 영혼은 영원히 불멸하다는 겁니다. “ 

p550 “ (스티븐) 그는 공수병 환자였고, 차가운 물속으로의 잠입에 의한 부분적 접촉 또는 잠수에 의한 전신의 접촉을 혐오했으며(그의 최근의 목욕은 전년 10월에 행해졌었다.) 유리 및 수정 같은 투명한 물건을 싫어했고, 사고나 언어의 유동성을 믿지 않다는 것. “ 

p601 “ 곰곰 생각하건대 침대에 들어온 모든 남자는 자기 자신을 그곳에 들어온 최초의 자라고 상상하는 반면 비록 그가 후기 계약의 최초의 자라 할지라도, 실은 언제나 전기 계열의 최후의 자에 해당할 뿐이고, 각자는 자신을 최초의 자요. 그 이상 없는 자요. 유일 단독자라고 생각하는 반면 실은 무한에서 기원하여 무한으로 반복되는 계열에 있어서 그는 최초의 자도 그 이상 없는 자도 또는 유일 단독의 자도 전혀 아닌 것이다. “ 

p604 “ 다음에는? 그는 그녀의 포동포동하고 원숙한 노란색의 향기를 풍기는 수박형의 엉덩이에 키스했다. 포동포동한 수박형의 반구의 각각에, 그것의 원숙한 노란색의 고랑 사이에, 몽롱하고 지속적이며 흥분을 주고 수박 냄새나는 입맞춤으로. “ 

p626 “ (몰리) 그이는 조금도 그렇지 않아 그이는 내 입술 때문에 죽고 못 살았지 우선 그들은 보기에 적당한 남편이라고 얻어서 내 것과 같은 딸을 가져 보라 이 말씀이야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어떠한 여자든지 고를 수 있는 돈 많은 멋쟁이 남자를 흥분시킬 수 있나 없나 부딪혀 보란 말이야 서로 껴안은 채 내 번이나 다섯 번 그걸 할 수 있는 보일런 같은 이들 말이야 “ 

p639 “ (몰리) 그의 몸 전체에 키스하고 싶은 욕망을 이따금 느껴 또 그의 예쁘게 생긴 성기에도 말이야 너무나 순박한 것이지 나는 고것을 입에다 넣는 걸 상관하지 않겠어 만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면 마치 고것이 핥아 달라고 바라기나 하는 듯 너무나 깨끗하고 하얀 것이 그는 앳된 얼굴로 쳐다보았지 “ 

p644 “ 그것이 그이가 생전에 말한 단 한 가지 진실이었어 그리고 오늘은 태양이 당신을 위해서 비친다고 말이야 그래 그것이 그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였어 왜냐하면 그이는 여자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거나 느끼고 있다는 걸 나는 알았거니와 그이 같으면 언제나 마음대로 할 수 있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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