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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장미의 이름

by 기시군 2024.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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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이름 #디에센셜 #움베르트에코 #이윤기 #열린책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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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 상/하권을 가지고 있었고 결말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읽었던 책이라 생각하고, 작년인가 나온 이 완전판 하드커버본은 소장용으로만 구매했다. 책장 살짝 옮기다 다시 무심코 뒤척이다. 그냥 다시 읽기 시작했다. 역시 인간의 기억력은 믿을게 못된다. 이 책은 그냥 처음 읽는 책 같았다. 거의 1/10도 기억나는 게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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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소설 형태, ‘아소드’라는 수도원장까지 올라간 인물의 젊을 때의 경험을 수기의 형태로 만든 소설이다. 너무 오래되고 유명한 결말이라 스포 걱정을 해야 하나 싶지만, 혹시 새로 읽고 싶어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 결정적 내용은 빼고 배경만 대충 정리해 본다.  

14세기, 교황권과 세속의 황제권의 충돌이 일어나고 교회의 재산소유에 관해 각 수도회에서는 다른 입장을 취해 친교황파와 친황제파로 나누어 종교논쟁이 벌어진 시점, 황제파와 교황파의 협상이 벌어지기로 한 베네딕트수도원에  수도사 월리엄과 그의 어린 제자 아소드는 방문을 하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괴이한 죽음들이 이어지고 있다. 시체의 형상은 다 다르면서도 공통적으로 혀가 까매진 점을 보면 독살의 가능성이 높다. 셜록 홈즈를 연상시키는 윌리엄수도사는 논리적 추론과 여러 다른 수도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살인의 중심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썼다고 알려진 시학 2부작 중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희극’을 읽은 사람들이 죽어간 것으로 추정한다. 수도원장은 도와주지 않고 관련인들은 협조하지 않는다. 책이 보관된 장서관(도서관)에서 윌리엄과 아소드는 엄청난 일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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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는 중세역사소설의 틀에 추리스릴러 플롯을 적용하면서도 실상은 상징과 해석이라는 작가의 본업인 기호학적 취향을 반영한 아주 독특한 소설을 만들어 내었다. 아직 개신교도 출현하기 이전 암흑의 가운데, 중세시대의 권위의 배경, 권력의 충돌, 인간 이성에 대한 질문과 시대의 답변을 주옥같이 꿰어낸다. 

소설의 초고를 읽었던 에코의 친구들의 처음의 백페이지 정도는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물론 에코는 무시했다. 중세 수도원에 들어가는 통과의례라는 것이다. 에코는 중세를 쓰려한 것이 아니라 중세’에서’ 소설을 쓰고자 했다 말한다. 신성로마제국과 교황의 충돌, 아비뇽 유수, 영성주의 논쟁 등을 이렇게 소설로라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진입장벽으로서는 단점일 것이고 관심자들에겐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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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기호학과 추리물의 매칭이라 하지만, 사실 별것 없다. 특정 상징, 기호, 텍스트 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것에 제한은 있는 것인가, 정답은 있는 것 일까 하는 의문의 끊임없는 반복과 검증을 통해 사건의 원인과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푸코의 작법이었다. 웃음을 저주하는 호르헤수도사는 교회의 억압적 요소를 상징하고, 거의 주인공인 윌리엄은 인간의 이성을 상징한다. 압권은 제목이다. 이 연쇄살인사건 소설의 제목이 ‘장미의 이름’이라니. 화려하게 피었다가 허무하게 사라질 꽃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 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책 후반의 다양한 인물들의 보완적인 글들을 모두 읽어봐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정도 볼륨의 추리물을 쓰면서 담을 수 있는 최대치의 ‘지성’의 기록물을 담았다. 

✍ 한줄감상 : 나이 들어 다시 읽은 명작이란 이런 맛이다라는 걸 다시금 알려주는 명작. 😉

덧,
중세에는 남자들 꿈속에 나타나 몽정하게 만드는 마녀의 이름도 있었다. ‘수쿠부스’ 라 해서 구글링을 해봤다. 😂 ‘서큐버스’였다. 이 단어를 내가 왜 알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검색창을 닫았다. 😛

p58 “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말을 상상하면서 이용한 것이 바로 순수 기호라는 것이다. “  

p98 “ 프란체스코 수도회에서는 사유든 수도원 소유든 교단 소유든 일체의 재산 소유가 금지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회칙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 

p122 “ 나는 우베르티노의 이야기할때면 지옥이란 다른 각도에서 본 천국이라는 인상을 받는단다. “

p149 “ 은유와 말장난과 수수께끼가 한편으로는 시인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럼에도 사물에 대한 참신하고 기발한 명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했고, “ 

p173 “ 진정한 배움이란, 우리가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었던 것, 어쩌면 해서는 안 되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 

p193 “ 베난티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 2권에서 웃음의 문제를 특히 마음을 다해서 다루었다면서, 그렇게 위대한 철인이 서책 한권을 웃음에 바쳤다면 필시 웃음이라고 하는 것이 그만치 중요하기 대문이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 

p219 “ 왕국의 왕은 모두 상인잉다…. 다른 나라에서는 돈이 물건을 섬기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물건이 돈을 섬긴다. “ 

p223 “ 장서관은, 진리도 증거하고 허위도 증거하는 곳이오. “ 

p251 “ (기존 교황의 입장은) 하느님의 백성은 양치기(즉 성직자)와 수양견(즉 군대)과 양(즉 대중)으로 나뉜다….. 우리 베네딕트 수도회에서는… 두 가지 부류로 나눈다. 즉, 하느님의 백성을, 지상의 일을 관장하는 부류와 천상의 일을 관장하는 부류로 나누는 것이다. “

p319 “ 학문이란 값비싼 옷과 같은 것이어서 자주 입고 과시하다 보면 필경은 낡고 만다. “ 

p348 “ 성서의 ‘문둥이’라는 표현은 마띵히, ‘버림받은 자, 가난한 자, 범용하고 단순한 자, 소외된 자, 농촌에서 쫓겨난 자, 도시에서 능욕당한 자 ‘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 이단 아닌 것 없고 정통 아닌 것 없다. “ 

p382 “ 여자란 악마의 그릇인즉 유념할 일이다. “

p393 “ 이 세상 만물 중에, 사랑만큼 영혼을 흔드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랑을 이길 무기가 없는 자의 영혼은, 사랑을 통하여 바닥없는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 

p537 “ 일각수는 그리스도와 순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압니다. 제가 듣기로, 일각수를 생포하려면 숲속에 처녀를 홀로 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일각수가 처녀의 순결을 냄새로 알고 다가와, 처녀의 무릎을 베고 누움으로써 저 자신을 바친다고 들었습니다. “ 

p539 “ 서책이라고 하는 것은 믿음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새로운 탐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삼는 것이 옳다. 서책을 대할 대는 서책이 하는 말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 

p691 “ 언젠가는 교황과 황제라고 하는 두마리의 큰 개가 평화를 위해서, 서로 제 주인을 위하여 물고 뜯고 싸우던 작은 개의 시체를 주고받게 될 게다. “ 

p739 “ 꿈은 곧 성서이다. 그리고 성서의 많은 기록이 곧 꿈 이야기지. “ 

p792 “ 희국이란 유명한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천하고 어리석으나 사악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

p796 “ 내가 알기로 웃음은 범부를 악마의 두려움에서 해방시킵니다. 왜? 바보의 찬치에서는 악마 또한 하찮은 바로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

p823 “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 

p826 “ 이곳은 너무 시끄럽구나. 이런 난장판에서는, 이런 난장판에서는, 주님이 계시지 않아. “ 

p877 [작가의 말] “ 나는 중세에 ‘대해서’쓰고자 결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세’에서’ 쓰기로 결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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