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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천국 #정유정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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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로 시작하여, 로맨스로 이어지다가 범죄물로 빠져들다 보면 액션스릴러가 된다. 소설을 조각하는 장인정신의 상징 ‘정유정’ 작가의 신작 ‘영원한 천국’은 솜씨 좋은 주방장에 의해 잘 차려진 뷔페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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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를 빼고 내용을 언급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소설이다. 첫 장에서 이미 ‘가상현실’이야기를 바로 시작하니, SF소설이라는 걸 전제로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소설은 두명의 시각에서 계속 교차하며 진행된다. 사이버세계에서 특정 상황을 디자인하는 직업을 가진 여자 ‘해상’, 그리고 물리치료사의 직업을 가졌으나 여러 불행을 경험한 남자 ‘경주’. 그들의 나름의 사랑을 하고, 삶을 버틴다. 유발하라리가 말한 호모사피엔스를 벗어난 호모데우스의 세계, 네트워크상에 업로드된 인간은 ‘자신의 과거가 자신의 미래가 되는 경험’ 속에 있다.
이야기의 절반이 진행되는 경주 외딴 곳 삼애원은 분위기가 심상찮은 노숙자수용소다. 경주는 이곳에서 ‘가상현실’에 관련된 잔인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미 한차례 아픔이 있는 삶, 이번의 고통의 격량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경주의 ‘욕망’은 포기가 아니라 살아내겠다는 결심 속에서 본능적으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경주의 곁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남겨진 것은 우애도 있으며, 악의도 있고, 가슴 달큰한 사랑도 있다. 정유정 월드의 블럭버스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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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완전한행복 에 비하면 정말 순한 맛 소설이다. 😂 그렇다고 정작가 특유에 비정하고 메마른 액션스릴러 요소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로맨틱한 사랑이야기 묘사에, 정작가가 이런 사람이었나 놀라기도 했다. 마음에 든 것 하나는 볼륨이다. 근래 보기 드물게 500페이지가 넘은 하드커버의 책은 그 물성과 작가가 글에 집어넣은 노고를 알기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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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해선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배경이 되는 SF요소에선 전통SF팬들은 핍진성등을 언급할 것 같고, 급격하게 변하는 플롯 등에서 이질감을 느낄 독자도 꽤 될듯하다. 반면 극찬을 할 독자도 많을 것 같다. 많은 현장탐사와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것이 느껴지는 성의와 정성이 느껴지는 문장들, 묘사들이 사람을 이야기 속으로 깊게 빠져들게 한다. 장기인 스릴러적 요소는 기본이며, 웰메이드 상업소설은 이 정도는 되어야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흡입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난 개인적으로 끝 간 데 없이 어둠으로 떨어지는 #종의기원 의 정유정을 가장 좋아하나, 이미 팬이 된 몸이기에 이 책에도 한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 한줄감상 : 고통을 이겨내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 작가의 말을 빌면 불멸의 삶을 소재로 한 ‘야성(욕망)’에 대한 판타지 로맨틱 하드보일드 액션소설. 😅
p20 “ (가상현실 속) 극장 속 서사는 실제 삶과 똑같이 인식된다. 자신의 자아가 서사 속 주인공의 자아로 대체되기에 가상의 삶이라는 걸 인지하지도 못한다. “
p25 “ 기억 못하는 과거와 미래는 본인 기질과 전후 맥락과 인과율에 기반해서 설계되고요. “
p44 “ 삶이 지옥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전방위에서 짓 쳐들어오는 재앙에 함께 맞섰을 뿐, 전투 의지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었다. “
p63 “ 진심과 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진심으로 설득하면 진실이라 믿어버리는 사람. 사기꾼의 전문화된 진심이 가장 잘 먹히는 부류다. 아버지가 바로 그런 유의 인간이었다. “
p202 “ 상대에 대해 빨리 배우는 발전도상형 연인이기도 했다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우리는 상대에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사람이 되었다. ‘미안해’ 한마디면 모든 게 해결되는 일차원적 관계로 발전해 갔다. “
p273 “ 넌 네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싶냐? 나는 모르고 싶다. “
p319 “ 롤라에 보낸다는 건 정보 형태로 네트워크에 업로드시킨다는 얘기야. 몸을 뺀 나머지, 그러니까 한 개체의 고유한 의식, 무의식, 본성, 반사작용, 감각이나 신경 회로 같은 것들 모두. “
p381 “ 더 견딜 수 없었던 건 롤라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스스로 시간의 태엽을 감아야 했다. “
p435 “ 총량의 법칙은 감정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드러내지 않는다 하여 없어진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분출이 용이한 마그마로 변질돼 내 안에 쌓여있을 뿐, 이 마그마는 수시로 이름을 바꾸며 내 안에 펄펄 끓어오르곤 했다 “
p456 “ 그녀가 내민 자에 커피를 채워주고 개개를 들었다. 순간, 그녀의 눈에 걸려들었다. 아니, 그 순간에 갇혔다. 그녀가 일순 낯설어지는 사술에 빠졌다. 비스듬하게 비쳐든 아침 햇빛이 그녀의 속눈섭에 가닥가닥 걸려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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