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스모크

by 기시군 2024. 9. 5.

✔️
#스모크 #존버거 #열화당 #smoke

🚬
얼마 전 읽은 #백내장 과 같은 시리즈다. 그림에세이. 본문의 내용을 다 옮겨도 한 피드에 다 담을 수 있다. 그림과 글을 같이 감상하고, 생각을 끌어내는 책이다. 가성비는 무척 떨어지지만 팬심이 있으면 소장할 만한 책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

🚬
책의 특성상,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책의 문장에서 연상된 내 기억의 내용으로 피드를 채울 수밖에 없다.

P27 ‘ 재떨이는 호의를 나타내는 물건이었다. ‘

첫 담배는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덜떨어진 친구무리가 있었다. 노는 애들은 아니고 그렇다고 모범생도 아닌 대충 찌찔이 무리들. 이 놈들이 가끔 담배를 피우러 놈 들 중 한놈의 빈집에 모였다. 집주인 놈은 담배 한 갑과 재떨이를 제공했고, 손가락 끝에 담배냄새가 배면 안된다고 녀석들은 이쑤시개를 필터에 찔러 넣고 우스운 자세로 담배를 피웠다. 담배 모임에는 첫 참가아였던 나는, 한 모금 빨고 너무 콜록대는 바람에 찌질이들에게 더 찌찔한 취급을 당했다. 덕분에 흡연자되기엔 실패했다. 😢

P12 ‘담배를 함께 피우며 우리는 세상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다.’

스무 살이 조금 넘은 난, 헤비 스모커였다. 수업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에 내 입엔 담배가 물려있었다. 물리쳐야 할 공공의 적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을 할 때나 히히덕 거릴 때도 담배가 내 옆에 있었다. 그런 농담을 했었다. 여자친구는 필요할 때 바로 만날 수 없지만, 담배를 손만 뻗으면 바로 피울 수 있다고. 그때 난 하루 3갑 정도를 피워 세상의 공기를 오염시켰었다. 😎

P32 ‘흡연이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공표되었다. ‘

흡연이 발암의 1순위라는 걸 누가 몰랐겠는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회사는 지금 보면 블랙기업이다. 개인생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예를 들어 강원도로 휴가를 간다고 신청을 하면 강원도 행사에서 일을 같이 하고 밤에 휴가를 즐기라고 한다던지, 미국본사에서 신제품이 나왔는데 자료작업 등은 토, 일 나와서 한다던지…. 술과 담배를 땔 수 없는 친구였다. 문제는 술은 먹으며 일을 할 순 없어서, 담배를 피우며 일을 했을 뿐이다. 일하다 죽으나, 담배 피우다 죽으나 도찐개찐이었다. 🐶

P36 ‘ 흡연자는 부주의한 살인자가 되었다. ‘

살인자는 사람들 없는 곳을 피해 다녀야 했다. 돌아가진 부친은 안방에서 담배를 피웠다. 나이 많은 사촌형은 베란다에서 피웠던 것 같다. 나는 복도식 아파트 구석에 몇 번 피다가 살인자를 바라보는 눈총들에 총상을 입고 아파트 밖으로 쫓겨났다. 😔 실외 주차장 한가운데서 사람들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인자의 삶을 살았다.

P18 ‘ 우리는 꿈을 교환했다. ‘

꿈을 교환할 친구들과 멀어졌다. 먹고 사니즘에 찌들어가는 젼내나는 흡연쟁이가 되어 있었다. 교환의 의미가 없는 습관적인 흡연은 그저 나를 중독자를 만들 뿐이었다. 무척 더운 여름날이었다. 지하철을 내려 지상으로 올라온 내게 햇살이 내리쳤다. 가방은 무거웠고 주점주점 담배와 라이터를 찾는 내 모습이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그때 담배와 라이트를 모두 길거리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이후 단 한가피의 담배를 입에 문 적이 없다.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
담배의 중독성은 무섭다. 아직도 가끔 담배를 피우는 꿈을 꾼다. 신경의 흥분을 순식간에 가라앉혀주는 니코틴의 매력은 떠나온 고향같이 아련하다. 밤을 새우며 술을 마시고, 토론하고 싸우다 재떨이에 남아있는 쓸만한 꽁초를 다시 찾아 몇 모금 빨 때의 쾌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직 담배를 대신할 친구를 찾진 못했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을 참을 뿐이다.

🚬
내 오랜 친구 술과 담배는 고등학교 때 목사 아들로 신학대를 지망하는 놈에게 배웠다. 결국 그놈은 신학교를 가서 자기 아버지의 교회를 물려받았다. 그 친구에게 한 가지 더 배운 것이 있었는데, 눈이 올 때는 학교 운동장에서 담배를 피워도 멀리서 보면 눈발이랑 섞여 담배를 피우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졸업하기 전 딱 한번 눈 오는 날 교무실을 바라보며 담배를 폈다. 질서에 대한 반항과 걸릴 리 없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꽤나 멋진 쾌감이었다.

존버거의 스모크는 담배를 둘러싼 내 지난 세월의 스냅삿들을 끌고 왔다. 작은 이 책은 이걸로도 그 값어치는 다 했다.

✍ 한줄감상 : 존버거 팬에겐 추천, 담배에 대한 추억을 곱씹을 사람들에겐 추천, 평생 비흡연자들은 읽을 필요 없음. 😌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그림에시이 #셀축데미렐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둔황  (0) 2024.09.09
문학의 역사  (0) 2024.09.07
영원한 천국  (0) 2024.09.03
장미의 이름  (0) 2024.09.01
푸른들판을 걷다  (0) 2024.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