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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황 #이노우에아스시 #문학동네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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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잘 안 읽힌다. 신간들 위주로 책들을 따라가다 보니 여기가 어딘가 싶었다. 물론 좋아하는 작가들이라 그들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한숨 돌리며 옛날이야기나 찾아가잔 핑계로 들었다. 일본인이 쓴 중국역사소설이다.
처음에는 중국 황제 이야긴가 싶었다. 문동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고, 황실영웅담쯤으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송나라 시기, 중화와 맞붙어 싸우던 나라들 중 유명한 ‘거란’ 말고도 #서하 라는 나라가 있었고, 20세기 초 우연히 그 지역에서 발견된 경전을 소재로 쓰인 가상 역사소설이었다. 둔황은 지역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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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송나라 선비 조행덕은 황당하게 과거시험에서 졸아버리는 바람에 관직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힘이 빠져 거닐던 저잣거리에서 나체로 묶여 살덩이 무게 단위로 팔리게 된 처지의 ‘서하’의 여자를 만나게 되고, 불쌍한 마음에 그녀를 구하게 된다. 그 여자가 답례로 선물해 준 서하의 통행증엔 한자가 아닌 이상한 문자가 적혀있다. 서하라는 오랑캐 국가에 자체 문자가 있었던 것이다. 호기심이 생긴 행덕은 무작적 서하로 떠나게 되고 다양한 사건에 휘말려 헤매다 보니, 어느새 서하 소속의 군인이 되어 있었다.(응?😳) 옛날이야기답게 행덕이는 위구르 왕족 여자와의 사랑도 경험하기도 하고 숱한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기도 하며 그의 모험담은 늘어가는데, 막판에 목숨을 걸고 불교 경전들을 구출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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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0~60년대 사소설 유행 만 알았지, 이런 형태의 역사소설이 인기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것도 자신들, 일본의 역사가 아닌 중국 송나라 시점의 특정 사건 하나를 일종의 모험소설로 풀어낸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 첫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역사소설의 재미는 있는 책이었다. 재미있는 캐릭터인 조행덕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 전쟁터의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해지고, 이어지는 사건들에 집중하는 소설적 재미도 기대보다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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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서하에 대해 더 찾아보게 되었다. 꽤 오래된 민족이었다. 삼국지에 오랑캐로 나오는 ‘강족’들의 후예로 강족의 일부는 티베트를 세웠고 일부는 요(거란)와 송나라 사이에 서하라는 국가를 세워 3국 시대 비슷한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한다. 거란와 송 사이에서 균형외교 또는 전쟁을 치르며 나름의 세월을 보냈던 나라였으나, 몽고의 발원 이후 칭기즈칸의 사신을 죽인 이후 칭기즈칸에게 잔인한 보복을 당해, 민족 자체가 거의 말살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얼마나 죽였는지 현대인의 DNA에는 서하인 DNA는 거의 없다고 한다.) 내용을 보자 하니 우리 ‘고려’의 케이스는, 선조들이 고생은 했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
✍ 한줄감상 : 작은 역사적 실증에 현실성 있는 묘사가 더해져, 상상력의 즐거움을 전달해 주는 대중 역사소설.
p9 “ 그는 이부에서 주관하는 신(身), 언(言), 서(書), 판(判) 시험에 나오라는 통지를 받았다. ‘신’은 당당한 용모와 풍채, ‘언’은 논리 정연한 언변, ‘서’는 수려한 필체, 판’은 법률의 이치에 대한 판단력을 으뜸으로 삼았다. “
p72 “ 지금까지 서방 지역에서 건너오는 보석류를 비롯한 모든 물자는 감주 위구르인들의 손을 거쳐 동쪽의 송나라나 거란으로 유입되었던 탓에 그 이익을 위구르가 독점해 왔으나, 앞으로는 그 혜택을 서하가 대신 거머쥐게 된 셈이다. “
p76 “ 일찍이 자신에게 방랑생활의 계기를 제공한 서하라는 민족에 대한 동경은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개봉성 밖 저잣거리에서 알몽의 여인에게 받았던 강렬한 감동은 이곳 흥경 거리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
p97 “ 날이 날수록 행덕에게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고, 또한 그들의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러한 인간의 무력함과 생명의 무의미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종교가 흥미로웠다. “
p170 “ 얼마나 지났을까, 행덕은 무심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사방에는 병사들이 여전히 말이나 낙타에 기대여 잠을 자고 있었다. 행덕의 눈에는 그런 병사와 말의 무리가, 마치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전부터 같은 자세로 이곳 사막의 한구석에 방치된 석조 조각상의 무리처럼 느껴졌다. “
p199 “ 재물과 목숨, 권력은 한결같이 그것을 소유하는 자의 것이었으나, 경전은 달랐다. 경전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불에 타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아무도 경전을 빼앗아 갈 수 없으며 그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었다. 타지 않고 지금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
p204 “ 그로부터 저녁 무렵까지, 조행덕은 부대 본부가 있는 동문에 머무르면서 근처의 비어 있는 민가의 방에서 ‘반야심경’을 필사하기 위해 붓을 들었다. 위구르 왕족 여인의 영혼을 공양하기 위한 필사였다. “
p251 [해설] “ 이노우에 야스시의 시는 대다수가 산문시로, 스스로 자신의 시를 가리켜 ‘시라기보다는 시에서 도망치지 않도록 가둬두는 작은 상자’이자 ‘보존용기’이며, ‘내 시 속에 수록된 짧은 문장은 어떤 주문을 걸면 각각 개별적인 시가 탄생하는 형태의 것’이라고 적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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