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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조세희 #이성과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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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돈을 품는다. ‘사는곳’은 ‘사서 파는 곳’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뉴스를 들었다. 공공임대사업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용산의 계획이다. 자본은 이익을 남긴다. ‘못 사는 사람들’의 ‘사는 곳’은 자본의 만만한 돈벌이 수단으로 계속 변화 발전한다. (이번에 민간공공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세제혜택과 더불어 임대료 인상률 제한을 없애겠다고 한다.)
한때는 의식화 도서였다가 지금은 교과서에도 실리는 ‘난쏘공’을 다시 떠올렸다. 거의 40년이 지났다. 지난 과거와 지금의 ‘가난’과 ‘집’은 그 성격과 구조가 달라지긴 했을까. 다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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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난쏘공’과 난장이가족과 그 주변의 인물들의 시점으로 쓰인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책의 핵심소재는 ‘집’이다. 산업화 초입의 한국에선 시골에서 도시로, 직업을 찾기 위해 대단위로 상경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살 곳이 없어 빈 땅에 무허가 집들을 지어서 모여 살고 있었다. 정부는 그 땅을 재개발하기 위해 소액의 보상금을 주고 사람들을 떠나게 하고, 버티는 집들은 용역들을 동원해 폭력으로 집을 허물어 버렸다.
‘난쏘공’은 집을 지키지 못한 난장이의 ‘절망’과 한 푼이라도 더 받고 ‘딱지’를 팔아야 하는 엄마의 ‘노고’, 팔아버린 딱지를 찾겠다고 무작정 가출한 막내딸 ‘영희’, 그리고 분노에 떨지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큰형 ‘영수’와 동행 ‘영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이 중편 하나로 완성되진 않는다.
‘난쏘공’을 중심으로 10편의 단편이 그들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달동네를 떠난 난장이의 가족들은 척박한 공단인 ‘은강’에서의 삶을 버틴다. 3명의 노동력으로도 먹고살기 어려운 박봉의 시대. 난장이의 아들은 노조를 만들고 싶어 하고, 노력하고, 절망하고 파괴된다. 그 과정을 책은 은강의 대기업 아들의 시선에서, 난장이 아들을 ‘의식화’ 시키는 대학생의 입장에서, 난장이 아들을 사랑했던 여자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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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공장의 점심시간은 15분이다. 지금은 한 시간으로 변했다. 책 속 공장에선 야근 시 졸면 반장이 와서 바늘로 사람을 찔러 깨운다. 지금은 범법행위다. 모르는 사람은 말한다. 이렇게 좋아졌는데도 툭하면 노조들이 모여 파업을 하고, 차가 막힌다고 짜증을 낸다. 니들이 자선을 벌쳐 세상이 변한 게 아니다. 그들이 모여 투쟁하고 감옥에 가고 끝장데없이 싸워, 고공농성을 하고 오체투지를 불사르며 얻어낸 것들이다. 아직도 멀었다. 자본은 저항하는 한국인 대신 외국인 노동자들로 값싼 ‘근육’을 수입한다.
저자는 지식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아는 사람이 말하게 해라. p141’ 난장이의 말이다. 무식하고 못 배운 사람들을 유식하고 잘난 사람들을 위한 ‘수단’으로만 쓰이는 현실에서 아는 사람이 침묵하고 외면한다면 세상은 변할 수 없다는 것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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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검열의 칼날은 문학의 예술성은 높이는 이상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이 책이 필사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바랐다. 당시 박정희 정권이 트집잡지 못하게 ‘권력자들의 구조’에서 발생한 모순을 먹고사니즘 간에 일어난 사건으로 구성하였으며 하고 싶은 말들은 최대한의 은유와 메타포로 돌려 말했다. 또한 생업을 이어가며 작은 수첩에 짧게 짧게 기록해야 하는 환경이 무척이나 세련된 단문들로 가득 찬 책이 만들어졌고 순간의 진실을 포착하는 작법은 당시 대립하던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환상적인 결합으로 평가받았다.
책을 다시 읽는 내내 우울했다. 40년 전 난장이가족이 당하고 있던 비극이 아직 계속된다. 판자촌 대신에 쪽방과 고시원이 ‘그들’의 집을 대신하고, 지금도 서울 곳곳에는 재개발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곳엔 아무리 세련된 치장을 한다 하여도 욕망의 개싸움이 벌어진다. 희망은 있을까. 갖가지 이유를 말했지만 속내는 자긴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길 바라며 투표한 ‘국민’이라는 이들이 대세를 이루는 한, 우리의 미래는 별로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
✍ 한줄감상 : 문학에서 문학성이란 가장 무거운 인간의 삶의 문제를 가장 멋지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에서 나온다. 이 소설집처럼 말이다.
덧, 하나
80년대 이전 한국소설에서 딱 3권만 읽어야 한다면, #최인훈 의 #광장 , #김승옥 의 #무진기행 , 그리고 이 책이다.
덧, 둘
작가 조세희 님은 이 책 이후 절필하였고, 2022년 코로나로 별세하셨다. 책 뒤쪽 작가에 대한 뒷이야기를 읽자 하니 카메라를 들고 시위 현장에서 누비셨다는 기록이 있다. 글과 사진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던 걸까. 아무튼 예전 책과는 다르게 출판사 ‘이성의 힘’ 판에서는 책 후반부에 작품에 대한 해석, 그 배경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전에 읽었던 독자라도 재독 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9 [작가의 말] “ 그때 제일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악’이 내놓고 ‘선’을 가장하는 것이었다. 악이 자선이 되고 희망이 되고 진실이 되고, 또 정의가 되었다. “
p32 [뫼비우스의 띠] “ 제군은 결고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이는 일이 없도록 하라. “
p43 [칼날] “ 남자는 세무서 조사과 직원이다. 그 집에 없는 것은 정신 하나뿐이다. 그 밖의 것은 언제나 풍성했다. “
p83 [우주여행] “ 우린 중요한 것만 골라 배반하는 쓰레기들 속에서 살고 있어. “
p109 [난쏘공] “ 아버지의 신장은 백십칠 센티미터, 체중은 삼십이 킬로그램이었다. 사람들은 이 선체적 결함이 주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아버지가 늙는 것을 몰랐다. “
p111 [난쏘공] “ 세상은 공부를 한 자와 못 한 자로 너무나 엄격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끔찍할 정도로 미개한 사회였다. 우리가 학교 안에서 배운 것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
p125 [난쏘공] “ 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 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짓는 능력은 마비당하고, 또 상실당한 것은 아닐까? “
p204 [괘도회전] “ 윤호는 저희들이 가져야 할 어떤 과제를 또 올리고는 했다. 그 과제란 사랑, 존경, 윤리, 자유, 정의, 이상과 같은 것들이었다. “
p226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 지친 아버지는 키보다 큰 수저를 놓고 쉬었다. 쉬다가 그 수저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아버지는 불볕을 받아 뜨거워진 놋수저 안에 누워 잠을 잤다. 나는 수저 끝을 들어 아버지를 흔들었다. 아버지는 눈을 뜨지 않았다. 이버지의 몸은 놋수저 안에서 오므라들었다. 나는 울면서 아버지의 놋수저를 잡아 흔들었다. “
p324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노동자의 근육 활동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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