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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호밀밭의 파수꾼

by 기시군 2024.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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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파수꾼 #JD샐린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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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덕분에 한참 이 책을 팔릴 때, 읽지 않았다. 대충 주워들은 줄거리라는 것이 너무 별것 없었다. 학교 짤린 고딩의 가출기라니. 🥲 그러다 얼마 전에 읽은 #문학의역사 에서 이 책을 ‘미국의 뚜렷한 목소리를 완벽하게 담아낸 소설’로 평하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가출학생과 미국의 목소리라니. 

궁금하면 일단, 읽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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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괜찮은 고등학교 ‘펜시’에 다니는 ‘콜필드’는 학업부진으로 퇴학당했다. 며칠 후 면 집으로 그 소식이 통보될 것이다. 콜필드는 순순히 일찍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에게 혼날 생각이 없다. 일단 빨리 학교를 뜨고 집이 있는 뉴욕으로 돌아간다. 단, 집이 아닌 곳에서 하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여자를 찾아 돌아다닌다. 

콜필드는 세상 모든것이 불만이다. ‘여자’와 ‘지적’인 것에는 호감이 있지만, 자기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여자에겐 바로 짜증이 난다. 이뻐 보이는 순간엔 사랑에 빠졌다가 바로 헤어지고 싶어 지기까지 몇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고딩에게 술은 안 팔지만 담배는 되는 미국의 50년대 뉴욕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성인인척 술집을 드나들며, 취하고 떠들고 투덜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최대한 늦춘다. 

물론, 그에게도 소중한것이 있다. 어린 여동생 ‘피비’ 또는 박물관에서 너무나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꼬마들. 그가 싫어하는 세상은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 차 있고, 싫어하는 것은 더 많아지기만 한다.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순수함’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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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의 ’질풍노도’의 시기는  뇌가 다르다. 불어버린 불닭복음면같이 생겼을 것이고 맵고 자극적인 것으로 가득하다. 힐끗보는 눈빛에서 이유 없는 분노를 일으키며 생각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기도 하고, 길가는 여자아이의 비누냄새에도 넘치는 호르몬의 쩔쩔매는 멍청한 존재가 그들이다. 🙂‍↕️

딴엔 정의롭고 위선과 가식에 치를 떤다. 다행히 미국 중산층 자녀라 이 정도 반항으론 인생을 망치진 않을 수 있지만 당사자는 진지하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정체성 혼란과 컨트롤 안되는 호르몬은 아이를 괴롭힌다. 부모의 기대는 부담스럽고, 멍청하고 몸과 얼굴이 잘 생겨  쉽게 섹스를 하는 친구들은 꼴 보기 싫지만 부럽다. 이 작품은 그 에너지의 근본에는 순수함에 대한 애착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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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그 시절을 보냈으니 많이 동감하며 읽었다. 다만 너무 늦게 읽어버렸다. 😅 발표 후 몇십년동안 같은 플롯과 비슷한 시도의 영화, 연극, 드라마, 소설 등이 이미 세상엔 가득 차 버렸고 늙어버린 나 역시 그의 ‘반항’에 신선함보다는 지루함이 느껴졌다. 오히려 셀린져의 영향을 받은 하루키의 와따나베(#노르웨이의 숲)가 그리워졌다. 최소한 그는 여자와 관계에도 성공했고, 그의 고독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왜 이 책이 미국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했을까? 아마도 기성세대의 청교도 문화와의 대립항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며 개방적인 젊은이들이 늘어나던 1950년대를 제대로 담아낸 것으로 판단한게 아닐까? 기득권은 고리타분한 어른들이 가지고 있으며 하나마나한 ‘옳은 이야기’를 내뱉고 있으나 아직 논리적으로 반론을 펼 정도로 성장하지 못한 그들이 온몸으로 ‘나’에 대해서 표현한다. 욕과 막말이 넘치는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 당시 이 책을 읽었을 미국 청년들의 호응과 충격이 짐작이 된다.  

✍ 한줄감상 : 직감이지만 이 책은 (능력 있으신 분들은) 영문판으로 읽어야 제맛이 날 것 같다. ‘젠장’ 정도로 번역된 많은 단어들이 날것 그대로의 쌍욕으로 문장 틈새틈새 꽂혀, 아마도 한글판보다는 감칠맛이 더할 것 같다. 추측이다. 

덧, 하나
50년대 뉴욕 센트럴 파크는 생각보다 안전했던 모양이다. 술에 취해 밤 늦게 파크에서 뒹구는 주인공을 건드리는 강도나 깡패가 안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덧, 둘
개처럼 땀을 흘린다는 표현이 나온다. 틀렸다. 개는 몸에 땀구멍이 없다. 그래서 헥헥거린다. 입으로 열기와 습기를 내보내야 함으로. 괜히 한번 시비 걸어본다. 😋

덧, 셋
지금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린 시절엔 친구들과의 모든 대화의 접미사는 ‘욕’이였다. 화가 나는 상황도 아닌다. 모든 문장은 욕으로 시작해 하고픈 말을 하고 접미사 욕으로 끝나며, 여자이야기가 후렴구로 따라왔었다. 일부 모범생은 뺀 평범한 남자 수컷의 대화법이었다. 😎

p20 “ 인생은 시합 맞지. 아이야. 인생은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해야 하는 시합 맞아. “

p22 “ 근사하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말이다. 그건 가식이다. 들을 때마다 구역질이 올라온다. “

p88 “ 예민하다. 나를 죽여주는 말이었다. 그 모로라는 녀셕은 빌어먹을 변기 시트만큼이나 예민했다. “ 

p99 “ 섹스는 내가 정말이지 이해 못하는 것이다. 하느님께 명세하는데 정말 못한다. “

p123 “ 여자애들은 대부분 손을 잡으면 젠장 손이 남자 손 안에서 죽어 버린다. 아니면 계속 손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p140 “ 주먹질에서 가장 무서운 건 상대의 얼굴이다. 나는 상대의 얼굴을 보는 걸 견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 

p145 “ 그 애의 빌어먹을 브래지어를 벗기는 데만 한 시간쯤 걸렸다. 그걸 벗겨냈을 때 그 애는 내 눈에 침이라도 뱉을 태세였다. “

p166 “ 이렇게 말하면 끔찍하게 들리겠지만 누가 싸구려 여행 가방을 갖고 있으면 그냥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싫어질 수도 있다. “

p188 “ 그곳에는 백만 명쯤 되는 여자애들이 데이트 상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거나 서 있었다. “

p190 “ 나는 미쳤다. 나는 그 애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그 애를 사랑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결혼하고 싶었다. “

p212 “ 영화에서 가식적인 걸 보며 빌어먹을 눈알이 빠져라 우는 사람을 데려와 봐라. 열에 아홉은 속이 비열한 놈이다. 농담 아니다. “

p254 “ 오빠는 일어나는 모든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

p260 “ 그러니까 꼬마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지도 않고 마구 달리면 내가 어딘가에서 나가 꼬마를 붙잡는 거야. 그게 내가 온종일 하는 일이야. 나는 그냥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그런 노릇을 하는 거지. “

p277 “ 하지만 제 말은 많은 경우에 자기한테 가장 관심이 있지 않은 일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가장 관심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거예요. “ 

p317 “ 솔직히 말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아주 많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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