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홀 #카를로로벨리 #쌤앤파커스
⚪️
최소한, 산 위에서가 평지보다 시간이 더 빨리 간다는 사실만, 알고 있는 과학관심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등장하고, 글을 쓰는 공간의 풍경의 풍미가 더해지며 우리는 ‘ 우주, 즉 우리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간과 시간이 용해되고 재편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
질량이 시간과 공간을 왜곡시킨다는 걸 발견한 아인슈타인도 모든 걸 다 알고 있진 않았다고 로렐리는 지적한다. 시간은 멈출 수 도 있고 너무 질량이 무거워져 공간이 찢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인슈타인의 뒤를 이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그곳에서 로벨리의 가설은 시작한다.
별의 탄생과 소멸이 블랙홀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다. 수소화 헬륨까지 태워버리고 거대한 초신성이 된 별은 결곡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대폭발하여 다른 별의 씨앗이 되거나, 강력한 중력에 의해 축소되어 작고 너무나 무거운 존재, 빛 마저 빠져나올 수 없는 블록홀이 된다. 그리고 블랙홀도 조금씩 방사능을 발산하여 결국 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가설의 스티븐호킹 박사의 이론이 있는 반면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할 화이트홀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다양한 가설 등이 존재한다.
이에 로벨리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사건의 지평선 안 쪽의 세상을 상상한다. 블랙홀 안쪽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물질들은 시간과 공간이 더욱 더 작아져 ‘플랭크’ 단위까지 작아졌을 때 ‘상대성이론’을 벗어나 양자역학의 양자터널 효과가 적용되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다른 차원으로 추락한 존재들은 다시 시간을 역행하여 커져가는 구멍을 만드니 그것이 바로 화이트홀이라는 것이 로렐리의 주장이다.
기존의 블랙홀은 연속성의 단절이였다면 로렐리는 ‘시간과 공간’의 끝을 넘는 양자도약을 통해 화이트홀과의 연속성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런 것이 빅뱅과 암흑물질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실마리까지 내어 놓는다.
⚪️
책한권을 통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를 생선의 살을 깔끔히 발라내고 그 뼈들을 온전히 드려내며 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해 주는 털북숭이 해양과학자를 상상하게 된다. 😀 그는 화이트홀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 생김새는 블랙홀과 똑 같이 생겨 바라보는 것 만으로는 둘의 차이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내 과학에 대한 무지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꽤나 설득력 있다.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 시간의 비가역성 등, 호킹효과에 대한 좀 더 치밀한 반론 등 남은 숙제 등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아닌 듯싶다.
⚪️
이 책은 로렐리의 ‘유추의 여행’이자 같이 여행을 권하는 사람들에 대한 프러포즈다. 그는 스스로 ‘우주의 진리’를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리에 다가가는 걸음걸음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는 의지가 더 강하게 보일 뿐이다. 어느 정도 교양과학서를 읽은 독자에겐 다른 시각에 대한 제시를, 아직 과학과 친하지 못한 독자들에겐 ‘여기 정말 재미있는 세계가 있어요.’라고 꼬뜨 끼는 느낌을 준다. ☺️ 매번 로렐리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보고 있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쓰려는 진심은 매번 느끼고 있다. 고마운 마음이다.
✍ 한줄감상 : 과학에 대한 지적자극용 책으론 훌륭한 책. 좀 아시는 분들껜 이게 뭐야 한마디 들을 만한 책. 유일한 약점은 볼륨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것인데, 5번 넘게 다시 썼다는 작가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용인할 만한 가격. 😁
p42 “ 블랙홀의 지평선을 넘을 때…… 우리 쪽의 시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계속 지켜본다면, 지평선 근처에서 우리 삶의 순간들이 점점 더 느려지다가, 결국 지평선을 넘기 전 마지막 순간에 멈춰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평선 너머 안쪽에 있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멈추지 않습니다. “
p55 “ 공간과 시간의 기하학이 바로 이 중력장에 의해 결정된다. “
p78 “ 유추는 명백합니다. 유추란 개념의 한 측면을 취해 다른 맥락에서 재사용하면서 그 의미 중 일부는 유지하고 다른 일부는 버려서, 새로운 조합이 새롭고 효과적인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과학은 이런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
p88 “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모든 기초 물리학의 방정식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방향을 특정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떤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면, 동일한 과정이 시간적으로 역으로 일어날 수도 있음을 말해줍니다. “
p97 “ 공간이 입자로 되어 있다면, 블랙홀의 내부는 개별 입자의 크기보다 더 작게 쪼그라들 수 없습니다. “
p129 “ 오래된 블랙홀은 숙련된 유리공예가의 손에서 ‘목이 점점 좁아지면서 부피가 커지는’ 유리병과 같습니다. “
p149 “ 과거와 미래의 모든 차이는 단지 과거에 사물이 어떻게 배열되었는지에 따른 결과일 뿐으로 설명된다는 것이 정말일까요? 우리의 직관은 그 반대로, 과거는 미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직관이 그렇게나 틀릴 수 있을까요? 직관이 틀렸다면 왜 우리의 직관은 그렇게 되어 있는 걸까요? “
p161 “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저 자신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원인을 모르는 것일 뿐이다. “
p169 “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을 주우 세계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세계를 외부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어느 사물들과 같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
p181 “ 암흑 물질의 일부는 어쩌면 수십억 개의 작고 섬세한 화이트홀로 이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블랙홀의 시간을 꺼꾸로 돌리고, 잠자리들처럼 우주를 가볍게 떠다닐 화이트홀 말입니다. “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교양과학 #블랙홀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 2024.09.23 |
---|---|
홀리 (0) | 2024.09.21 |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0) | 2024.09.17 |
호밀밭의 파수꾼 (0) | 2024.09.15 |
통찰의 시대 (0) | 2024.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