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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기시군 2024.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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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쿤데라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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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십 년 만에 다시 읽는다. 세월은 지났고 나의 쿤데라에 대한 애정은 끝나지 않았다.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이 책의 이미지를 머리 한구석에서 버리지 못하는지가 궁금했다. 꼼꼼히 다시 읽었다. 줄거리와 스포는 무시한다. 책을 읽은 분들만 읽으시길 미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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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시간들을 다시 돌아봤다. 

청년에 쿤데라는 공산당에 두번입당하고 두 번 제명당한다.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전체주의의식이 한때 그의 뇌를 지배했다. 많은 연애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나 두 번째 부인과는 평생의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60년대 후반 체제비난적인 #농담 의 히트로 체코의 유명작가로 등극했으나 전성기는 짧았다. 프라하의 봄 이후 소련치하의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1975년 쿤데라는 체코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신분으로 프랑스어로 작품들을 발표한다. 1984년 그는 이 작품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원제)’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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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안의 4명의 쿤데라가 있다. 

첫 번째, 토마시.
에로틱한 우정은 많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 그는 99% 같은 여자라도 1%의 차이를 느끼고 싶어 하는 남자다. 무거움의 짐을 잊고자 노력하며 가벼움의 무의미를 즐길 수 있는 통로는 섹스뿐이었다. ‘육체적 사랑의 가벼움과 유쾌한 허망함을 하는 남자였다. 테레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두 번째, 테레자.
그녀의 사랑은 우연이 시작되어 의지로 완성됩니다.  ‘책을 통해 그녀는 남과 자기를 구분’ 짓는 속물이나 토마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곁으로는 그녀가 토마시를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다. 그녀의 무의식은 그걸 이용하여 토마시를 그녀가 원하는 곳으로 유인힌다. 그녀는 토마시를 사랑한다고 죽을 때까지 믿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했던 것이 사랑일까? 어떤 사랑일까.

세 번째, 사비나
그녀는 화가였지만 그녀의 삶은 ‘그녀가 싫어하는 음악’이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며 그림 이외의 다른 것도 하나의 장면으로 굳어지는 것을 거부했다. 그녀는 ‘똑같은 단어를 외치며 행진하는 사람들의 대열’은 아름답지 않았으며 아름다움은 ‘ 박해자들이 실수로 어딘가에서 그것을 잃어버렸 때만’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에게 무거운 짐은 잊어야 할 대상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욕망과 아름다움이다. 그녀의 무기는 단호함이다.

네 번째, 프란츠
그는 선한 좌파이며 과도하게 정직하고 미남이며 PC 하다. 그리고 사비나를 사랑한다. 7년간 사비나와 사랑을 나눠오며 비밀을 지키다가, 사비나와의 여행을 떠나는 어느 날 아침, 부인에게 사비나와의 관계를 고백하는 프란츠는 마음의 평온을 얻고 싶었다. 부인에게도 사비나에게도 버림받지만 그녀는 사비나를 향한 사랑의 ‘무거움’을 지켰다는 기쁨이 더 크다. ‘존재의 확고부동한 동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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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쿤데라가 자신의 가벼움에 대한 변호 또는 설명과 이해를 요구하며 이 소설을 썼다고 추정한다.

토마시는 어느 날은 테레자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우연’이라 느낀다. 테레자도 그녀가 끌고 온 드라마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 깨닫는다. 사비나는 자신의 ‘가벼움’을 방해하는 모든 사람과 시선과 싸우거나 피한다. 프란츠만이 무거움에 충실했다. 작가는 3명을 ‘가벼운 우연’ 같은 사고로 죽인다. 죽은 개별 인물들의 진실은 책 안에 각각의 진실이 담긴 문장으로 만 남긴다. 내일은 사비나의 가벼움만이 남는다. 

하지만, 소설가의 의도는 추정에 불과하며 소설은 소설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쿤데라 꾸려낸 세계는 그 안에서 계속 의미를 확장을 한다. 아주 어렸을 때 난 ‘단일대오’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비주류 좌파였고, 토마시의 ‘에로틱한 우정’에 매료되었었다. 어느 시점엔 약자로 태어나 삶과 사랑을 개척해 가는 테레자에 반하기도 했다. 이번엔 ‘추함’을 피해 자유롭게 다양한 아름다움을 찾고 만들어가는 사비나에 빠진다. 

소설은 시대의 독자와 함께 완성된다. 어떤 소설은 상대적으로 넓은 시대의 독자들에게 다양한 공감과 사유를 제공한다. 작가의 절정의 순간이 담긴 한 권이 ‘고전’이라는 반열에 오른다. 이 책이 그렇다. 작가의 답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의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 질문들은 아직도 세상과 개인에게 유효하다. 

✍ 한줄감상 : 근원적인 문제는 내 존재의 가벼움을 언제까지 참아 낼 수 있느냐이다. 

덧, 하나
무거움을 실체적인 공포로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 책에서 감동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덧, 둘
사변적이며 작가의 소설의 직접등장 등의 촌스러움이 거슬리는 독자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우리는 완벽함을 사랑하지 않는다. 꽤 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덧, 셋
책 후반부에 #키치 이야기가 계속된다. 일반적인 키치 개념과 쿤데라가 사용하는 키치는 조금 다르다. 난 키치라는 단어를 만날 때마다 그 단어를 ‘똥’으로 바꿔 읽었다. 

덧, 넷
또다시 이 책을 읽을지는 모르겠다. 그의 에세이도 좋다는 소문을 들었다. 참고할 생각이다. 


p12 “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 

p17 “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갓이다. “ 

p21 “ 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 “ 

p51 “ 테레자와 사비나는 그의 삶에 있어 두 극점, 서로 멀리 떨어져 화해가 불가능하지만 하나같이 아름다운 극점을 표상했다. “

p72 “ 인간은 신체의 모든 부분에 이름을 붙이고 난 후부터 육체에 덜 불안해했다. “ 

p92 “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시의 삶을 작곡한다. “

p133 “ 그들은 서로 사랑했는데도 상대방에게 하나의 지옥을 선사했다. 그들이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공존불가능성…. 그는 강했고 그녀는 약했기 때문이다. “

p181 “ 창녀의 세계와 신의 세계 사이에는 두 왕국을 나누는 강물처럼 매캐한 오줌 냄새가 깔려 있었다. “

p226 “ 대답 없는 질문들이란 바고, 인간 가능성의 한계를 표시하고 우리 존재에 경계선을 긋는 행위다. “ 

p321 “ 육체적 사랑이란 똑같은 것의 영원한 반복이 아닐까? “ 

p355 “ 그들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문장,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이며 인간적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은유에서 태어난다. “ 

p357 “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의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도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다. “ 

p411 “ 전체주의 키치의 진정한 적대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셈이다. “ 

p433 “ 어제는 미국의 베트남 점령에 반대하며, 오늘은 베트남의 캄보디아 점령에 반대하며, 어제는 이스라엘을 위해, 오늘은 팔레스타인을 위해, 어제는 쿠바를 위해, 내일은 쿠바에 반대하며, 항상 미국에 대항하며, 매번 학살에 반대하며, 또한 매번 다른 학살을 지지하면서 유럽은 행진을 계속한다. “ 

p483 “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p506 “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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