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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행성 #박해울 #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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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서울리뷰오브북스 의 에세이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다. 가난했지만, 책에 둘려 쌓인 작은집이 누군가를 작가로 만든다. 그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었다. 첫 소설집. 연필로 글을 썼다면 온 힘을 담아 굵은 글씨로 새겨졌을 느낌. 작가의 키보드를 통해 계속 수정 반복되며 고심 차게 창조된 상상의 세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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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친절하게도 각 작품 다음에 작가의 작품해설이 같이 기재되어, 어떤 취지로 만들어진 소설인지 쉽게 파악하게 해준다. 장단점이 있겠다. 주요 작품 몇 편만 살펴보자.
*요람행성
오염되어 망해가는 지구, 주인공 ‘리진’은 장기 계약을 맺고 먼 외계행성을 테라포밍(지구화) 작업을 홀로 진행한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자체 생물이 살던 행동 리진의 작업은 그들을 멸종시키는 일이었다.
*세계의 끝
난 친구 ‘하눅’과 ‘감람’과 같이 처음으로 바다에 놀러갔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즐기는 나에게 이상한 메일이 반복되어 날아온다. 내가 있는 곳이 ‘도원경’이란다. 가상현실이라는 것이다.
*수호성인의 몰락
중세 비슷한 시대, 갑자기 어디든 검은 틈이 벌어지며 갖은 오물과 악마가 지상에 떨어진다. 시대를 지배하던 로아나교는 이것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악마를 고문하여 같이 떨어진 사물, 책 등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내고자 한다. 악마들은 징그럽게도 우리처럼 뿔과 꼬리가 없다.
*토르말린 클럽
42년전 날 버린 엄마가 있다는 요양원에서 밀린 비용을 내라는 연락이 왔다. 요양원을 찾는 내 앞에 보이는 건 뇌졸증으로 의식이 없이 가상현실시스템 ‘이음’에 접속한 채 누워있는 엄마였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은 마음에 ‘이음’에 접속을 해보았는데, 이 안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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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은 영역을 찾아보고 그 영역의 SF를 찾아 쓴다는 작가의 말에서 SF분야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녀의 말처럼 다양한 소재의 SF소설들이 책 안에 꾹꾹 담겨있다. 지금까지 발표되었던 많은 SF작품들이 연상되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뭐 한 가지는 꼭 한걸음 더 나가는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었다. 시대적인 콜라보레이션(수호성인의 몰락)도 좋았고, 가상현실 안의 범죄(토르말린 클럽)를 다루는 것도 신선했다.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평범한 우리의 시선(#김초엽 작가의 평)’을 중심으로 한다는 부분도 호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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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흔히 히트친 SF소설이라면 달고 있는 수식어 ‘상상을 초월한’ 이라든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등 의 묵직한 SF소설작품집이라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SF팬이라면 누구든 즐겁게 읽을 작품들의 모음이다.
작가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틈틈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두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인줄 안다. 응원하고 싶고, 이 정도 기본기라면 머지않아 대단한 작품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아닌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건투를 빈다.
✍ 한줄감상 : 신인답지 않게 능숙한 솜씨의 다양한 소재를 다룬 SF작품집.
p16 “ 후각 감퇴 시술은 쓰레기 처리소에서 이미 받으셨군요. 그러면 우울 경감과 활력징후 임플란트를 무상으로 시술해 드리겠습니다. “
p65 “ (당신의 다음생은) 뒷문을 열고 들판의 경계선 밖으로 나가며 자동 환생됩니다. “
p67 “ 게다가 점점 이승의 인구가 늘어나과 있잖아요? 그러니까 영혼이 턱없이 모자란단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소멸한 사람들과 새로 태어나는 육체에 살아남은 열차 승객들의 영혼을 복사하고 분할하여 조합한 영혼을 주입합니다. “
p80 “ 나는 사람이 죽기 지전에 두뇌 데이터를 스캔하면, 망자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추모원의 가상현실 시스템에 접속하여 망자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시절에 살고 있었다. “
p158 “ 오염으로 인하여 땅의 색이 바뀌고, 독성이 많은 숲과 땅이 발견된다. 사람들은 40대만 되어도 늙어 죽는다. 평균 키는 작아졌고 뼈는 자주 골절되며, 몸속에 종양 한두 개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시대임을 깨달았다. “
p242 “ 그는 악마였다. 인간이라면 있어야 할 뿔과 꼬리가 없었다. “
p269 “ 로아나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너무도 끔찍했을 뿐 아니라 로아나 신의 이상과 괴리가 있었다….. 사제들은 로아나 신이 실존하든, 실존하지 않든 제 입맛에 맞추어 상황을 재단하고 있었다. 그들은 종교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자신들의 욕망대로 움직였다. “
p318 “ 저는 지구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구조물을 보았습니다. 모든 게 멈춰어 있었죠. 하지만 이곳이 철로 만들어진 존재가 살던 행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철은 우리의 육체를 구성하는 물질과 동일합니다. “
p405 [작가의 말] “ 나는 내가 쓴 이야기와 인물들을 좋아한다. 골똘히 생각해 왔던 조각난 이야기들과 대사들, 인물의 순간적인 선택과 행동은 내가 하나의 이야기로 만듦으로써 세상에 나올 수 있다. 또한 그것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가슴 벅찬 일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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