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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술꾼들의 모국어

by 기시군 2024.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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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의모국어 #권여선 #한겨레출판

🍶
일단, 다이어트 중이신 분껜 이 책을 추천할 수 없다. 그들에게 이 책은 고문이다. 우리나라 주류(酒類)문학계의 거장 권여선작가의 음식에세이다. (오해하진 말자. 안주 말고도 꽤 많은 음식이야기를 다룬다) 뭔 술꾼이 이렇게 안주(음식)에 집착을 하는지, 내가 보기엔 그녀는 알콜중독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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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특이하게 계절로 묶었다. 대략 다루는 음식들만 보자.

1부 일취월장의 봄
어릴 때 채식선호 입맛이었던 작가가 대학생이 되어 순대복음과 순댓국에 빠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봄에 입학하는 시절과 연관되어 그런 걸까? 이어 만두와 착한 김밥, 전이야기에 이어 젓갈이야기로 이어진다.

2부 여름
다양한 면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냉면경험담은 나와도 유사하다. 나의 첫 평양냉면 경험은 걸레빤물 같다는 것이었다. 😁 물회 이야기와 맛깔나는 밑반찬 이야기가 이어진다.

3부 가을
가족과 관계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파트다. 냄비국수와 고로케. 그리고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무조림’ 

4부 겨울
그녀처럼 나도 감자탕을 언제 처음 먹게 되었는지 기억은 못한다. 그녀가 국물을 사랑한다면 난 순수 떠서 집어넣은 수제비를 사랑한다. 만들기 어려운 꼬막조림과 해장으로 의미 있는 어묵이야기다. 

5부는 그녀만의 별미특집
오징어튀김, 삐득삐득(?) 고등어, 간짜장 등이 작가의 지인들 또는 가족들과의 추억을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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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릴 땐 까시러운(?) 입맛이었던 것 같다. 그녀가 성장하며 사람들과 관계하며 술을 만나고, 술을 통해 음식과 다시 만난 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녀의 인생의 한마디는 다음과 같단다. ‘ 술을 좀 줄이자. 죽을 때까지 먹게. ‘ 난 100% 동감한다. 😁

술이 위험하다는 건 그녀도 안다. 그녀는 말한다. 평생 이정도 위험은 감수하겠다고. ‘위험은 언제나 의미를 낳는다’는 말이 와닿는다. 나 역시 알콜성애자 이기 때문일까? 음식이라 쓰고 안주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그녀의 작품이 다시 떠오른다. 최애 하는 작품집  #안녕주정뱅이 ,  이 작품 이후 그녀는 주류(酒類) 문학계에서는 은퇴했다. 그녀는 다시 돌아올 것을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 ‘늙은 주정뱅이의 세계가 얼마나 매혹적인 비참의 경지인지 독자들이 알게 만들고 싶습니다. p233 ‘ 많이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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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작가는 ‘ 나 따위가 소설가가 되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하는 겸손한 사람이다. 그녀가 겪었던 시절의 아픔에 회피하지 않고 맞섰던 실천하는 작가인 그녀가 하는 ‘나 따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선 개표방송을 보며, 자기가 좋아하는 오징어튀김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그녀를 생각하면, 불쑥 옆자리에 같이 앉아 한잔 나누고 싶은 기분이다. 
작가님 같은 분이 소설가가 되지 않으면 누가 소설가가 되겠냐고 영업적 멘트를 날리면 한주와 소주 한잔 나줘주지 않으실까? ☺️

✍ 한줄감상 : 가볍고 재미있고 배고프게(?) 쉴 수 있는 정겨운 산문(왠지 에세이라 쓰고 싶지 않다) 

p7 “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 음식 뒤에 ‘안주’ 자만 붙으면 못 먹을 게 없다. 내 입맛을 키운 건 팔 할이 소주였다. “

p26 “ 다만 내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혼자 순댓국에 소주 한 병을 시켜 먹는 나이 든 여자를 향해 쏟아지는 다종 다기한 시선들이다. “ 

p29 “ 만두가 맛없어지기 위해선 굉장히 만두스럽지 않은 일이 벌어져야 한다. “ 

p47 “ 원고 마감이 코앞에 닥쳐 꼼짝없이 글을 써야 하는 날이면 나는 엄수한 마음으로 목욕재계를 하는 대신 김밥을 만다. “ 

p61 “ (단식 중) 그야말로 육중한 하루가 통째로 내 앞에 놓여 있었다. 무슨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시간이 늪처럼 고여 흐르지를 않았다. “ 

p69 “ 단식이 짧은 죽음이라면, 단식 후에 먹는 죽과 젓갈은 단연코 부활의 음식이다. “ 

p124 “ 밥 먹을 때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개도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을 음식을 즐길 권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 

p162 “ 가끔 견딜 수 없이 어떤 국물이 먹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무언가가 몹시 먹고 싶을 때 ‘목에서 손이 나온다’는 말을 하는데, 그럴 때 내 목에서 커다란 국자가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 

p172 “ 모든 음식의 맛 속에는 사람과 기억이 숨어 있다. “

p203 “ 집구석에서 한껏 자유로운 나는 더 자유롭기 위해 굳이 여행을 떠날 필요를 전혀 못 느낀다. “ 

p206 “ 태곳적 조상들이 명절을 기리고 기다렸던 이유도 이렇게 휴식과 충전, 감사와 즐김의 시간이 필요해서였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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