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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루쉰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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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런던 의 #강철군화 나 #고리키 의 #어머니 를 생각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모범이라 불리우며 중국공산당이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라 추켜올렸다는 기억 때문이다. 오래전 사둔 책을 묵힌 이유다. 선입견은 깨질 때 의미가 있다. 루쉰를 오해했다. 이데올로기보단 현실의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문학가였다. 심지어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김유정 의 #봄봄 등을 떠올리며 키득거리기까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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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중단편집으로 15편이 실려있다. 작품 간의 길이의 차이, 퀄리티의 차이도 있다. 하지만 1920년대 전후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며, 문학이 할 수 있는 ‘풍자’와 ‘심리묘사’까지 솜씨 좋게 펼치는 작가의 내공은 강하게 느껴진다. 가장 좋았던 두 편의 개요만 보자.
*아Q정전
아큐가 언제 마을에 들어왔는지는 모른다. 품팔이 하면서 사는 건달이다. 비참한 생활이지만 그에겐 특기가 있다. 요즘으로 치면 #원영적사고 라고 할까. 패대기 쳐지고 매를 맞아도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 내어 ‘정신승리’를 하는 것이다. 사고를 쳐도 그럭저럭 먹고살던 그가 마님댁 하녀를 성추행하는 짓거리를 버리는 바람에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도시로 도망갔던 아큐는 차림새도 그렇고 돈도 좀 있는 폼새를 내며 마을에 돌아온다. 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그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세상은 역시 편안하지 않다. 혁명이 일어나고 왠지 아큐에게 혁명은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역시나 또 사고를 치고 마는 아큐.....
*죽음을 슬퍼하며
젊고 똑똑한 아가씨 즈쥔을 사랑했다. 그녀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와 ‘동거’를 시작했다. 순수하고 열렬한 애정 속에서 그녀와의 대화는 언제나 소중했다. 돈이 별로 없던 우리는 작은 셋집에 살림을 차렸고, 병아리도 키우고 강아지도 키웠다. 행복했다. 불행은 나의 동거가 직장에 알려졌을 때 시작되었다. 우리는 같이 살 수 없는 관계였고, 공직에서 짤려 생계를 잃고 만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는 생존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점점 가난해갔다. 이런 시간들은 그녀에게서 ‘조용함’과 ‘자상한 보살핌’을 빼앗아가 버렸고, 나에게선 그녀를 향한 ‘사랑’을 빼앗아 가고 있었다. 비극은 천천히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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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기 위해 동경 유학을 하다 중국인 동포가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보다 중국인들의 정신을 개혁하고자 작가가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26살에 작가 생활을 시작하여 55세(1936년) 폐결핵으로 사망할 때까지 꾸준히 세심한 관찰과 자신의 경험을 차곡차곡 작품으로 소화해 내었다. 소설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많은 산문, 잡문으로 중국인들의 지성으로 자리 잡았었다. 배경에 대한 지식 없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조금 시간을 내어 신해혁명과 북벌에 대한 혁명의 실패 등 당시 역사적 배경을 조금 알아두고 읽으면 읽는 재미가 더할 것이다. 난 그저 20년대 중국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강자와 약자, 권력과 혁명, 사랑과 이별, 풍경의 모양만 다르지 지금 이 땅의 삶들과 얼마나 다를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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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죽음을 슬퍼하며’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사랑이 시작될 때의 들뜸과 서로를 바라보며 나누고 싶어 하는 이야깃거리들이 몽글몽글 피어나며 그저 붙어있는 것으로도 행복했던 ‘한 때’가 어떻게 일상에 의해 상처 입고 찌그러지다 부서지는지를 정말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이야기는 실제 루쉰이 44살의 나이에 29살 처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 경험을 반추하며 썼다고 한다. 실제 루쉰는 그녀와 계속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소설에서는 왜 비극으로 마무리를 했을까가 궁금하다. 사랑의 미학은 세월이 지나도 감미롭고 아프다.
✍ 한줄감상 : 희망을 강제하는 나쁜 프로파간다 문학이 아니었다. 100년 전 중국인들의 다양한 풍경을 여행하며 희망은 언제나 다른 모양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소설집.
덧,
100년 전에도 집에서 남편의 순위가 강아지 다음이라는 묘사가 있어서 신기했다. 🥲 최소한 강아지는 귀여운 짓이라도 하니 그렇다는 이야기겠지만, 강아지 역시 주제를 모르고 애교도 안 부리고 낑낑대거나 말썽을 부리면 버림받는다. 세상이 원래 그렇다. ☺️
p14 “ 그랬다. 물론 나는 절망을 확신했지만 희망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를 말살할 수도 없었다. 희망이란 미래에 속한 것이라, 과거에 내게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거로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p63 “ 원래 루진은 외진 곳이라 아직도 옛 풍습이 많이 남아 있어서 초저녁 7시도 안 돼서 모두 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다. “
p96 “ 부양해야 할 아이들은 많은데 흉작에 가혹한 세금, 군인, 도적, 관리, 향신(향촌의 실질적 지배자) 등에게 시달리다 보니 그가 나무 인형처럼 굳어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p99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사실 땅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 “
p132 “ 그(아큐)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도 잘 몰랐다. “’
p167 “ 총살이 목을 베는 것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
p204 “ 그녀는 자신의 슬픔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이미 찌꺼기가 되었고 혐오와 지루함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
p261 “ 나는 이 집에서 나의 위치가 개와 닭의 중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p276 “ 나는 진실로 마음의 상처를 깊이 감추고 묵묵히 전진하고 싶었다. 망각과 거짓말을 나의 길잡이로 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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