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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수리보고서 #김금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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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작가 신작발매 알림 문자에 바로 결제하면서 제목을 봤다. 보고서라니. 보고서에 지긋지긋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내겐 마음에 드는 제목은 아니었다. 🥲 더구나 대온실 정도를 수리하는데 장편이라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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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영두’를 두고 2개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영두의 과거, 석모도에서 학업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창경궁 근처 오래된 적산가옥에 하숙을 하며 벌어지는 일들. 고민, 사랑, 억울한 사건 그리고 다시 석모도로 돌아가 자신을 삶을 꾸려가는 이야기.
또 하나는 현재의 이야기다. 글쓰는 직업인 영두에게 어느 날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의 백서를 기록하는 계약직 일이 들어왔고, 건축사무소로 출근하며 일을 진행하며 만나게 되는 사건의 이야기다. 보수대상인 유리로 만든 대형 대온실 지하에 무언가가 있다는 계측이 나온 상태에서 영두와 건축사무소의 젊은 동료들은 그곳을 파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건축소장과 공무원들은 일 만들지 말라고 만류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새 창경궁 공사관련일은 과거의 영두를 계속 소환되다 현실의 어느 지점에서 합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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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작가의 소설은 환타지계열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일상과는 다르게 ‘좋은 사람’의 비율이 너무 높다. 우리는 살면서 대부분 보통 나쁜 사람들과 그보다 적은 비율의 약간 좋은 사람들을 대하며 산다. 작가의 소설엔 소수의 나쁜 사람과 다수의 좋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좋은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언제나 ‘배려’와 ‘따스함’과 ‘애정’이 넘실거린다. 문장들에 취해 투덜거려 본다.
‘생각을 계속 덧 댈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고통을 ‘알맞은 온도로 이해’해준다. 누군가가 억울함에 치를 떨 때 분연히 다가가 ‘괜찮냐’고 물어주고 도와주려 한다. 남의 고통을 자기 고통처럼 여기고 같이 아파해주는 인물들을 보는 따스함. 책을 읽고 위안을 받는다는 말이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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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체로도 서사, 묘사가 너무 좋다. 책 뒷편에 달린 참고문헌의 숫자를 보면 놀랄 것이다. 궁복원공사에 대한 ‘소재’ 자체에 대한 디테일도 뛰어나며, 실제 그 공간에 있는 듯한 묘사 역시 일품이다. 특히 일제패망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있던 일본인, 특히 일본여성, 어린아이의 처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각설하고 아무튼 이 책은 재미있다. 😁 나의 작가 김금희에 대한 팬심은 계속 유지된다.
✍ 한줄감상 : 마음의 위안과 이야기의 재미를 잘 조화시킨 수작.
덧, 하나
영두의 남친 이름이 ‘이순신’이다. 그와의 러브스토리가 감질난다. 이 분량이 더 늘었어야 한다고 난 강력히 주장한다. 😌
덧, 둘
아무리 다리가 생겼다고 해도, 석모도에서 창경궁 출근은 너무 멀다. 검색해 보니 85Km가 넘는데 이걸 영두가 매일 어떻게 출근했을까. 고생이 심했을 듯.
p70 “ 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익이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고 여기면 불친절은 그냥 이득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된다. “
p121 “ 내가 스무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빠의 마지막 말은 ‘ 나 없이 영두 혼자 어떻게 살까?’였다. “
p122 “ ‘너무 마음 아파하지는 말자.’ 내가 산아에게 말했다. ‘너무 마음이 아프면 외면하고 싶어 지거든. 아까 우리도 말했지? 너무를 조심하자고.’ “
p139 “ 은혜에게서 안전함을 느꼈다. 아주 알맞은 온도의 이해였다. “
p163 “ 시간이든 생각이든 한번 하고 버리는 게 아니라 남겨두었다가 거기에 다시 시간과 생각을 덧대 뭔가 큰 걸 만들어가는 사람 같다고. “
p214 “ 자기가 너무 중요해서 뭐 하나라도 다 자기 마음대로 되어야 하는, 천년 굶은 아귀 같은 애들. “
p220 “ 나는 누구를 믿을 힘이 없었다.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던 나는 이제 없었다. “
p267 “ 역사가 슬픈 건 죽은 이들 때문일 수도 있고, 늘 미완으로 남은 소망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p269 “ 이해하면 미움만은 피할 수 있었다. “
p317 “ 산아야. 더 억울해지는 건 그 억울한 일에 내가 갇혀버리는 일 같아. 갇혀서 내가 나 자신을 해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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