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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화가 #존버거 #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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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된 존버거의 책은 20권이 넘는다. 아직 10권도 못 읽은 것 같다. 쉬엄쉬엄 눈에 들어오는 책을 계속 읽고 있다. 이번엔 존버거의 소설 데뷰작이다. 1958년에 발표한 작품이니 우리나라에선 #최인훈 의 #광장 이나 #무진기행 등이 발표될 즈음 발표된 소설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 첫 감은 오래된 책에서 발산할 수 있는 낡은 책의 향(?)이 없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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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망명한 ‘야노스 라빈’이 갑자기 사라졌다. 친구 ‘존’은 그의 집에서 라빈의 일기장을 발견하는데, 그 안에는 라빈의 겪고 있던 삶과 예술적 갈등이 세밀하게 남겨져 있다.
존은 그 일기를 중심으로 그날, 그날에 있었던 사건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보충하면서 라빈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망명 예술가의 고뇌, 특히나 정치적 망명은 하였으나 사회주의자였던 그가 현대 미술이 원하고 있는 ‘지루하지 않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영국 미술계에서 받은 소외와 고통을 세밀히 그려내고 있다.
1950년대 냉전 시대, 화가는 시대적, 사회적 변화 속에서 어떤 자세, 어떤 방식, 어떤 철학으로 예술을 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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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거는 이 책을 ‘딜레마와 용기’에 대한 책이라 했다. 그림은 ‘형태’와 ‘스타일’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창작품이지만 그림을 통해 화가는 자신의 철학과 감정의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생각’을 발산한다. 다듬어진 ‘순수함’과 타고난 ‘천재성’이 빚어낸 작품에 우리는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1950년대 이후 동시대미술), ‘ 예술가는 오로지 오만하게 순응하거나 탐색 p113 ’ 하며 작품을 만들고, ‘ 삶 자체가 오로지 구경거리인 사람들p118’ 에게 무의미하게 ‘구매’된다. 그림을 ‘산다’와 ‘감상한다’에는 간극이 벌어지며 화가가 아닌 ‘화가들’은 ‘팔다’에 조금 더 오만한 순응을 보여준다. 이 책은 60년 전 영국을 배경으로 그 순간들의 세밀한 장면들을 포착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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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함에 대한 기록이고 용기있는 탈주의 기록이기도 하다. 라빈은 자신의 일기에서 말한다. 화가는 투사라고. 사회주의 사상을 위한 투사가 아니다. 들라크루아는 ‘아름다움’을 위한 투사였고, 세잔은 ‘작은 감각’을 위한 투사였고, 고흐는 ‘휴머니티’를 위한 투사였다고 말한다. 자신는 무엇을 위한 투사가 될지 고민하였고 영국을 떠난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책에서 밝히진 않는다. 극 중 인물이긴 하지만, 그는 어딘가에서 세상과의 불화와 내면 안에서 갈등을 해결해 가며 ‘작은 무엇인가’를 위한 투사로 늙어 죽어갔을 것이다.
존버거는 라빈를 통해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 이해되어야 하는 미술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그걸 실천했던 화가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다. 갑자기 #다른방식으로보기 가 다시 읽고 싶어 진다.
✍ 한줄감상 : 1958년에 쓰인 존버거의 첫 소설집은 한 가상의 화가를 통해 아직도 유효한 예술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p45 “ 당신은 예술작품을 보는 것이 모험이라는 등의 동화를 꾸며내고 만들어내야 하는 겁니다. 현대의 수집가는 영광의 반향을 누릴 자격이 없어요. “
p52 “ 헨콕은 독특한 사람이다. 그는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다. 그가 보기엔 아무것도 변색되지 않았다. “
p57 “ 날씨가 고작 팔 킬로미터 두께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건 유익하다. 그건 그저 지구를 싸고 있는 덮개일 뿐이다. 우리의 기질처럼. “
p60 “ 예술가란 죄수와 같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은 그가 무죄이거나 억울한 형량을 선고받았다고 믿는다. “
p69 “ 동화에서 처럼 장래에 화가가 될 아이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다면, 나는 그 아이가 드로잉을 완전히 터득할 수 있도록 긴 수명을 선물로 주겠다. “
p75 “ 고백은 무기력한 행동이다. “
p76 “ 생각이나 행동이 그 결과가 아닌 의도나 진정성에 의해 평가될 때, 자신감이라는 사기꾼이 늘어나는 것은 인간 본성의 역설 가운데 하나다. “
p100 “ 인디언 레드는 흰색 주변으로, 색감이라기보다 테두리를 형성하면서 아래의 쪽빛 물을 가른다. “
p135 “ 지금의 부르주아 문화는 환상에 대한 관심의 다양성만을 갖고 있다. “
p151 “ 연인들이 사랑을 나눌 때 내뱉는 신음소리는 이제 것 씌어진 가장 위대한 시보다 더 참되다. “
p151 “ 예술이라고 해서 삶에서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 예술의 필요는 삶의 그것과 상응한다. “
p178 “ 우리는 예술이라는 거의 닫힌 세계에서 살고, 형식주의는 자신의 밖에 있는 것을 전혀 흘끗거리지 않고도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는 예술이다. 형식주의 예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은 상품이다. “
p190 “ 동시대 예술의 역겨운 공허함은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적인 화해의 차원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 계급에 대해 일종의 편집증적인 공포가 만연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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