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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세계와맞지않지만 #진은영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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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진은영이 산문집을 내었다. 호기심에 살펴본 목차는 그녀가 성정한 작가와 책들에 대한 서평들이다.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취미 삼아 책을 읽고 어설픈 감상을 올리는 입장에서 전문가(?)가 담아내는 문장들이 탐났다. 이미 그녀의 글쏨시는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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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이어지는 글들이 풍성하다.
카프카의 ‘소송’을 통해 우리 삶 자체가 ‘기나긴 소송’의 과정이라 가정하며, 버지니아울프의 ‘올랜도’에서 드러난 일상의 ‘필연적 어긋남과 빈 구석’의 존재를 위로한다. 너무나 똑똑했던 ‘한나아렌트’의 유일한 실수 ‘하이데거’에 대한 사랑은 그녀의 저서 #인간의조건 의 업적에 흠을 내지 못할 것이고, 그녀가 사랑했던 ‘하이데거’는 #현존재 라는 자유로운 존재를 설파하여 유럽지성계를 흔들었지만 그의 이기심은 나치에 대해선 자유롭지 못했다.
러시아의 국민시인 ‘안나 아흐마토마’, 강렬한 시를 썼던 미국의 ‘실비아 플라스’, 고독을 선택했던 ‘에밀리 디킨슨’, 유머스웠다던 폴란드 할머니 시인 ‘쉼보르스카’, 당당했던 제국주의시대의 일본 여성시인 ‘이바라키 노리코’ 등 많은 여성 시인들의 시와 그녀들의 이야기가 아프게 때로는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백석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것에 대한 다정함’이 묻어나는 시들을 찾아내고, 영화 패터슨의 월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시에서 사람이 접촉하는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카뮈의 ‘희망’에 대해 재확인을 하며, 존버거의 재능에 찬사를 보낸다. 톨스토이의 성공은 그의 신념의 실패에서 만들어졌다는 아이러니는 흥미로웠고,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에는 화폐라는 물신까지 포함된다는 말도 새삼 와 닿았다. 쓰지 않을 수 없어 시인이 된 ‘릴케’이 이야기에서 어떻게 문학가가 탄생하는 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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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티-힐링물이다.
삶의 고통받은 이들에게 작가들의 진실한 ‘의견’과 ‘삶’자체를 들이대며 읽은 이의 아픔의 시작점을 후벼 판다. 짧게 이어지는 시인과 작가들의 이야기들 풀어내는 진은영 시인의 분투를 바라보며 ‘너는 문제없어. 힘내.’ 따위의 자기 위안물의 반대편에 서서 ‘너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바라봐. 힘들어도 들어다 봐.’ 하는 차분하지만 강한 권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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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투자정보를 다루는 금융인, 자신의 과거를 잘 팔고 있는 대학교수 등을 ‘지식인’이라 한다. 하지만 ‘지성인’은 다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주변에게, 사람들에게, 세상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할지를 고민하고, 그 고민의 내용은 ‘내가 잘 먹고 잘살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을 위한 것일 경우, 그런 사람을 ‘지성인’이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인 진은영은 시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며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넓은 세계(돈의 세계가 아닌)에 대한 시선을 확장시키는 지성인으로 이 땅에 같이 살고 있다. 그녀와 그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상대적인 소수의 그들, 그들의 존재가 고맙다.
✍ 한줄감상 : 당신이 조금 알았거나 몰랐던 멋진 작가들에 대한 짧지만 깊은 훌륭한 안내서.
덧, 하나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헌 옷 수출국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고아를 수출하다가 이제는 과다소비의 산출물을 수출하는 나라다.
덧, 둘
일본시인 이바라키 노리코는 1976년부터 한글을 배워 아래와 같은 시를 썼다. ‘ 일찍이 일본어가 밀어내려 했던 이웃나라 말 / 한글 / 어떤 억압에도 사라지지 않았던 한글 / 용서하십시오 / 땀 뻘뻘 흘리며 이번에는 제가 배울 차례입니다. ‘
덧, 셋
동독 시인 라이너 쿤체의 다음의 시를 옮기고 싶다. ‘ 들어오세요. 벗어놓으세요. / 당신의 슬픔을, 여기서는 / 침묵하셔도 좋습니다. ‘
p8 “ 대부분의 독서란 위대해지지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p9 “ 내 속에 울음이 사는 시간, 경멸을 통해서 극복되는 운명의 시간, 사회가 찍어내는 자동인형 같은 삶에 맞서는 시간이다. “
p21 “ (카프카는) 삶 자체를 식초에 졀어진 오이피클처럼 여기는 것 같다. “
p57 “ 하지만 하이데거는 나의 죽음의 중요성에 몰두하느라 타자의 죽음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
p68 “ (바흐만) 그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바로 문학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안간힘이 사라질 때 문학은 끝난다. “
p75 “ 소설가 윌라 캐더는 말했다. ‘작가가 되는 건 쉽다. 정맥을 그어 페이지마다 피를 쏟으면 된다.’ “
p84 “ 소설가 백수린은 이 시인(에밀리 디킨슨)을 ‘사회적 통념과 무관하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당당하면서도 적확하게 표현했다. “
p117 “ (백석) 그는 죽어가는 사람, 피로와 고통과 절망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사람 곁에서 속삭이며 중얼거리듯 쓴다. “
p148 “ 베유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사랑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게 아니라 사랑을 지키는 겁니다. ‘ “
p175 “ 버거는 거의 모든 재능을 소유한 작가이다. 지성적 분석력과 삼성적 표현력, 섬세한 관찰력과 담대한 행동력, 그리고 사랑과 고통에 대한 놀라운 감지력이 한 사람 안에 전부 담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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