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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소송

by 기시군 2024.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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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프란츠카프카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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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작가의 #나는세계와맞지않지만 를 읽다가 카프카의 ‘소송’을 읽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빠진 사슬을 메꾸고 싶단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그의 장편 #실종자 이후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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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잠자는 눈을 떠보니 벌레가 되어 있었지만, 소송의 요제프 K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체포가 되어 있었다. 감시원들이 들이닥쳐 그를 범죄자 취급을 한다. 문제는 그에게 어떤 혐의로 체포되었는지 고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무런 죄가 없다. 소송은 시작되었는데, 의외로 그는 자유롭다. 그저 통보가 오는 법정으로 출두하면 된다. 은행 고위직인 요제프K는 변호사를 만나거나 법원 브로커로 활동하는 화가등을 만나서 ‘소송’이 주는 불안감을 해소하려 하나 뭐 하나 뚜렷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에겐 어떤 혐의가 있는 걸까? 그리고 이 소송은 끝이 나긴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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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의 은행원 K에게 소송 이후의 세상은 ‘꿈’에 가깝다. 빈민가에 위치한 법원, 자신을 유혹하는 변호사의 내연녀, 자기 때문에 태형을 당하는 감시원들. 작가 스스로 손으로 만들어 내는 꿈들의 퍼레이드에서 카프카는 무엇을 담고 싶었던 걸까.

작품은 작가 자신의 삶의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예술품이다. 카프카 내면엔 어떤 조건들이 쌓여있을까. 유명한 이야기다. 보수적인고 강압적인 아버지 탓에 그는 그가 원하지 않은 일(보험회사 직원)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관료주의‘ 라는 숨막히는 공간을 견디어 낸다. 그에게 삶의 숨구멍은 저녁에 자신만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이 왔다. 두 번의 약혼과 두번의 파혼은 부조리(아버지)에 굴복한 자신의 삶과 이미 ‘글을 쓰는 일에 중독(그는 연인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연애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된 자신에 모습에 환멸을 느꼈을지 모른다. 

작가는 그 순간 태어난다. 자신의 환멸마저도 문학으로 생산해 내는 것. ‘입구와 출구’는 사라지고 없다. 언제가 갈팡질팡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자신을 바라볼 때, 그는 이미 스스로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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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하게 살고 싶었던 문학천재의 자기 모멸감을 승화한 소설, 내가 생각하는 ‘소송’이다.  장편이었기에 그를 둘러싼 사회제도와 각종 시스템, 인척 및 사회관계의 비천함과 부조리함을 마음껏 농락했다. 읽으며 독자인 나의 유무죄를 계속 생각했다. 스스로 죄 없음을 비호하는 비겁한 내 모습이 불편해진다. 역시 카프카다.  

✍ 한줄감상 : 카프카의 팬이라면 편안하게 가장 카프카스러운 소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p23 “ 당신이 고소당했는지 나는 모르오. 당신이 체포되었다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하오. “ 

p26 “ 당신은 체포되었고, 분명히.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상적인 직업 활동을 못 하는 건 아니오. “

p119 “ (삼촌) 지금까지 너는 우리의 자랑이었어. 그런 네가 우리의 수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너의 그 태도 말이다. “

p138 “ 여자 조력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꼴이군, 스스로 놀라며 그는 생각했다. 처음엔 뷔르스트너 양을, 그다음엔 정리의 마누라를 그리고 이제는 이 조그만 여자 가정부를 말이야. “ 

p160 “ 그는 능력을 발휘하여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은행에서 현재의 높은 지위까지 올랐으며 모두의 인정을 받으며 그 자리를 지켜 내고 있었다. “

p192 “ (화가인 법원 브로커) 이 연줄은 그냥 유산으로 물려받았거든요. 부친께서 법원 전속 화가였어요. “

p194 “ 당신은 어떤 종류의 석방을 원하죠? 세 가지 방식이 있죠. 즉 실제 무죄 판결, 표면상의 무죄 판결, 판결 지연이죠. “

p204 “ 외견상의 무죄 판결에 비해 판결 지연은 피고의 미래가 덜 불확실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p242 “ 이렇게 엄격하지 않게 대우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그건 쇠사슬을 차고 있는 게 자유로운 것보단 훨씬 낫기 때문이오. “ 

p253 “ 최종 판결은 대부분의 경우 어느 알 수 없는 사람의 입에서 느닷없이 나온다는 것을 읽었을 걸세. 유보 사항이 많기는 하지만 이 말은 사실이야. “ 

p295 “ …. K는 두 신사가 바로 그의 코앞에서 서로 뺨을 댄 채로 결정적인 순간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았다. ‘개 같다!’ 그가 말했다. 치욕은 그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 같았다. “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변신 #소송_기시리뷰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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