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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by 기시군 2024.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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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한강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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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만 들쳐보려다 다시 다 읽고 말았다. 2016년도 초판이다. 해설조차 없다. 9년 전 독서에 남은 이미지는 ‘흰색’으로 시도하는 소설의 껍질을 한 ‘애도’의 시집이었다. 다시 돌아본 ‘흰’은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느낌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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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묻는다. ‘ 대체 무엇일가, 이 차갑고 적대적인 것은/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이것은? P63 ‘ 

작가에 ‘흰’은 단순한 순수함, 순결, 깨끗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물론 하얀 새가 주는 색다른 감동과 생명을 상징하는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물결에서 ‘흰’은 기쁨의 상징일 것이다. 

하지만, 하얗게 센 머리로 옛 애인을 만나고 싶어 하는 어느 중년의 사내의 말에서 ‘흰’은 잃음으로 완전히 결별해지는 우리 몸의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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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보다 몇 해 앞서 잠시 세상에 나왔었다 몇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 그리고 아가에게 계속 살아달라는 어머니의 절망이 세월을 안고 지나며 무언가를 쓸 수 있는 그녀 앞에 왔다. 그녀는 ‘흰 것’들을 골라 그녀에게 주고 싶다. 

많은 흰것들을 통해 결국은 ‘그녀’는 다시 묻는다. ‘ 더 나아가고 싶은가. 그럴 가치가 있는가. ‘ 그녀의 유보는 유의미하다. 많은 흰 것들을 통해 아직 여기 남아있는 ‘그녀’는 깨닫는다. ‘그녀’ 외의 우리 세상엔 아직도 ‘ 죽은 자들이 온전히 받지 못한 애도’가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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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적대적인 것,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이것은…..’눈송이’다. 

그 녀에게 ‘흰’은 개인으로 시작해 그녀의 주변으로 확산되어 가는 무엇이다. ‘무엇’에 대한 답은 독자들이 만들어 내야 한다. 문학이기에 가능한 문장이다. 나는 읽는 내내 계속 ‘어둠’을 생각했다. 

✍ 한줄감상 : 노벨상위원회의 ‘시적 산문’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소설 같은 시집, 시집 같은 소설. 

p19 “ 아직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 피냄새가 떠도는 침묵 속에서, 하얀 강보를 몸과 몸 사이에 두고. “

p21 “제발 죽지 마. 한 시간쯤 더 흘러 아기는 죽었다. 죽은 아기를 가슴에 품고 모로 누워 그 몸이 점점 싸늘해지는 걸 견뎠다. “ 

p40 “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 더 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

p58 “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들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 수천수만의 뒤척임이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다. ) 

p59 “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 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 리는 진눈깨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 닌 것. 눈을 감아도 떠도, 결음을 멈춰도 더 빨리해도 눈썹을 적시 는, 물큰하게 이마를 적시는 진눈깨비. “

p72 “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 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들어와, 체온으로 덮여져 하얀 날 숨이 된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 가는 기적. “

p83 “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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