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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판을걷다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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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소설’이란 무엇일까 계속 생각했다. 작가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이야기들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고, 있지 않았던 일을 상상들을 합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때의 쾌감.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때는 레고 조립을 하듯이 가볍고 흥겹게,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때는 실연 후 과음에 몸무림 치며 오바이트하듯 뱃속에 이야기들을 게워내는 건 아닐까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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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을 읽는 내내 영화 #이니셰린의밴시 가 떠올랐다. 영화에 출연하던 배우들, 아니 그렇게 잘 살지 못하던 시절의 아일랜드 주민들의 모습이 계속 오버랩이 되었다.
가난한 촌구석 나쁜아빠를 겨우 벗어나 공부하러 떠나는 딸(#작별선물) 은 왠지 #콜린파렐 의 누이 같이 느껴졌고, 마을에 꼭 있을 가톨릭 사제의 과거는 여자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 #푸른들판을걷다 , #퀴큰나무숲의밤 )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아버지들은 딸을 너무 사랑하거나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삼림관리원의딸 , 작별선물) 바람과 바다, 농사짓기 만만찮아 보이는 풍광은 모두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고, 그 안에서 인간들은 느리게 살아내고 있고, 동물들은 삶에 몸을 맡길 뿐이다.
소설 안에는 어렸던 그리고 여자였던 작가의 어린시절 경험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힘들게 게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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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의 이상함. 사랑한다는 것의 정의할 수 없는 특징. 자신이 소속한 사회라는 것의 폭력성. 누군가는 다른 방식으로 조금은 ‘좋은 상황’으로 이끌려할 것이고, ‘좋은’ 작가는 이렇게 작품을 통해 ‘좋은 상황’을 위한 메시지들을 전한다. 불행히도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는 경험과 재능이 맞물려야 탄생할 수 있다. 그녀의 세월이 자신의 재능을 타고 이렇게 지구 반대편, 내 손 위의 책으로 올라왔다. 작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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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이 이미 발표된 두권의 인기소설 #맡겨진소녀 와 #이처럼사소한것들 을 쓰기 이전에 쓰인 소설집인걸 알았다. 읽으며 느꼈던 막연한 의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소설집의 작품들에는 ‘소녀’나 ‘사소한 것들’이 가지고 있던 중요한 임팩트가 빠져있다. 책을 떠올리면 한 번에 같이 올라오는 결정적인 한 장면, 우리를 감동에 울렁임으로 끌고 들어가는 한방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배경과 경험을 통해 두 권의 걸작이 만들어진 것일 것이다. 소설가란 게워내면서도 무언가를 설계하고 행동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에 직업의 애잔함이 느껴진다. ☺️
✍ 한줄감상 : 특유의 건조하며 매혹적인 묘사를 통해 잘 축조된 좋은 소설집. 단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기대하지 말 것. 😌
p21 [작별선물] “ 바람이 강할수록 나무도 강해진다. “
p37 [푸른 들판을 걷다] “ 누가 갤 데려가겠니? 정말 귀찮은 녀석이야. 일만 하거나 놀기만 하지. 중간이 없어. “
p41 [푸른 들판을 걷다] “ 한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딸을 빼앗긴다. 한 여자는 아들이 별것도 아닌 여자에게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반쯤 그렇게 생각한다. “
p61 [푸른 들판을 걷다] “ 그녀를 속속들이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녀는 자기 인식이란 말의 너머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대화의 목적은 스스로 이미 아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
p87 [삼림 관리인의 딸] “ 1년이 지나기도 전에 그녀는 결혼 생활의 공허함을 쓰라리게 느꼈다. 침대를 정리하는 공허함, 커튼을 치고 여는 공허함. 이제 마사는 결혼하기 전 그 어느 때보다도 외로웠다. “
p90 [삼림 관리인의 딸] “ 둘째는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았고 진실을 말하는 무서운 습성이 있었다. “
p178 [굴복] “ 그는 자신이 옳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꼈지만 내심 틀리기를 바랐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희망은 언제나 제일 마지막에 죽는다. “
p205 [퀴큰 나무 숲의 방] “화장실에 한참 앉아 있으니 배 속의 돌이 밖으로 나왔는데 흑맥주 병만 했다. “
p207 [퀴큰 나무 숲의 방] “ 배란이 다시 시작되다니 이상했다. 그녀는 암탉처럼 알을 낳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219 [퀴큰 나무 숲의 방] “ ‘영아 돌연사군요.’ 의사가 말했다. ‘가끔 생기는 일이에요.’ 그녀는 이렇게 말한 의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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