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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가라 #한강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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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겐 한강작가의 마지막 피드다. 물론 신간이 나오기 전까지. ☺️ 읽지 않았던 작품을 주문했다. 사전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녀의 깊이 울리는 고통의 신음은 여전했고, 더군다나 너무 추운 겨울 날씨의 묘사에 읽은 나도 같이 조금은 떨어가며 읽었다. 주인공은 자주 구토했고, 자주 심장의 통증을 느꼈다. 그런데, 의외로 책은 미스터리 장르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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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부분만 봐야한다. 생각보다 페이지 대비 많은 서사들이 녹여져 있다.
삼십대 후반 번역일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이혼녀 정희에게 친구 인주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등학교 때 절친 인주에게는 혈우병을 앓고 있는 외삼촌이 있었고 정희는 그에게 그림을 배웠고, 그리고 사랑을 했었다. 탄탄한 육체를 가졌던 정희는 높이뛰기 선수로 친구 정희와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혈육, 외삼촌을 사랑했다. 불행은 외삼촌이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인주는 부상을 당해 선수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침잠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인주는 결혼을 했다 이혼을 했으며 외삼촌과 같은 병을 가진 귀한 아들과 살아내기 위해 분주한 삶을 살고 있었다. 신예 화가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나름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정희를 위해 신경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런 그녀가 미시령 눈길에 가드레일을 향해 달려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정희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럴리가 없다.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천재 화가 인주는 자살했다고, 그의 작품들과 그녀의 흔적들을 모두 긁어모아 ‘자살한 천재 요절 작가 인주’에 대한 책을 내겠다는 것이다.
소설은 그걸 막기 위한 정희와 강행하려는 남자의 치열한 대결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그들과 그 전 세대 인물들까지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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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 깍은 사금파리 같은 저녁 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든다. p212’
이 소설의 정조다. 한 권 전체를 휘감는 추위. 작가는 오해되지 않길 바랐던 것 같다. 추위에 지고, 고통에 져버리는 ‘ 끔찍하게 나약한 사람, 나약해서 어리석은 사람의 이야기 p339’ ‘ 가 아니라 이는 바람에도 지지 않고 그걸 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든 작가는 ‘고통의 원인’은 작게 그리고 ‘고통의 현상’은 깊게 그린다. 작게 그린 원인들을 발견하지 못하면 ‘현상’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아 진다. 특히나 이 책은 상대적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있고 섬세히 찾아야 잘 보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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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으로 한강작가가 숭배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작가가 만들어낸 문학적 성취는 단계적으로 쌓아 올려져 간다. 이 작품은 만개하기 전의 한강작가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부 부분에서 보이는 핍진성의 부족, 의도적이었을 수 있으나 서사전개에서의 속도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너덜너덜 찢어진 삶’을 깊게 살피며 인간 스스로를 구원할 수 도 있다는 인본주의적 희망은 지금의 한강과 다르지 않다.
✍ 한줄감상 : 미스터리의 형식을 빌린 사랑과 구원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해설서.
덧, 하나
오히려 한강초보자들께 이 책을 권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후반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서사의 릴레이가 한 편의 웰메이드 미스터리 소설 같기도 하기에 ‘이야기’를 즐기는 독자에게도 좋은 소설이다.
덧, 둘
책의 초판은 2010년이다. 책의 배경으로 천체물리학이 깔린다. 주인공들이 사랑했던 삼촌의 전공이었던 탓이다. 우주의 역사, 우리 은하계가 2억 년 주기로 지금의 우주를 돌고 있고, 빅뱅과 양자역학이야기 편하게 펼쳐진다. 잘 녹여져 있고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같이 조망하게 해주는 좋은 툴이었다 생각한다.
p17 “ 나는 침묵을 겁내는 사람이 아니다. “
p30 “ 이해하기 위해 나는 거기 서 있었다. 무언가를 이해하려 할 때 나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 그 대상을 보고, 들여다보고, 또 본다. 대체 이것들은 뭘 의미하는 건가. 이 작업들에 바쳐진 인주의 일 년은, 마지막이 되어버린 일 년은. “
p46 “ 큰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친밀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이 사람은 말했어. “
p75 “ 얼마나 서슴없었는지. 서로의 몸에서 가장 부드러운 곳을 찾아 새들이 가슴털을 비비듯이, 불꽃이 당겨질 때까지 떨리는 손으로 성냥을 긋듯이, 어두운 방 가운데에서 어깨를 웅크린 채 수없이 입술을 포개었는지. “
p88 “ 네가 그리는 모든 게 실은 네 자화상이야 “
p122 “ 모든 언어가 단 하나의 단어로 압축된다면, 그런 단어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입술을 열어 그걸 발음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마찬가지로 세계의 모든 형상이 하나의 결정, 단 하나의 점으로 응축된다면, 그때는… “
p126 “ 치욕은 조용하다. “
p152 “ 치욕은 너덜너덜하다. “
p184 “ 어떤 것도 무디어지지 않는다. “
p210 “ 모르겠어. 이 모든 게 어떤 미친 짓이었는지. 무엇을 위해 나는 떠벌리고, 미소 짓고, 변명하고, 애원하고, 간저하고, 진지하고, 걷고, 뛰고, 인파를 헤치고, 먹고, 굶고, 목마르고, 계단을 오르고,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르고, 명함을 받고, 화장실에서 루주를 바르고, 눈을 맞추고…. 계단을 내려가고, 시계를 보고, 걷고, 간판을 읽고, 발뒤꿈치가 벗겨지고. 그리고. “
p265 “ 한 번의 삶에서 여러 인생을 살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마디마디 끊어지는 것이었다고. “
p277 “ 그녀가 혼자 술을 마신 것은 유일한 일탈, 유일하게 가능한 방식의 자멸이었을 것입니다. “
p291 “ 불안을 알아? 진짜 불안이 뭔지 알아? 돈, 빌어먹을 추위, 가망 없는 그 애의 병, 내가 인간이라는 거, 이 모든 걸, 빌어먹을 누구와도 나눠서 짐 질 수 없다는 거. “
p293 “ 어머니를 이해했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았어. 용서했지만, 용서하고 싶지 않았어. 어머니가 죽는 바로 그날까지…. 그날의 기억은 내 지옥이었어. “
p308 “ 누군가의 젖은 눈 같은, 얼어붙은 하나하나의 심장들 같은 커다란 눈송이들이 단호하게 땅을 향해 낙하하고 있었습니다. “
p314 “ 모든 죽은 사람의 관 뚜껑을 닫고, 거칠게 못질을 하고, 영원히 버리십시오. 그 얼굴을, 눈동자들을, 끈덕진 자책과 결의 따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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