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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앨리스씨 #황정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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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서핑 중에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걸 우연히 알았다. 데뷰작 #백의그림자 부터 쭉 그녀의 작품을 읽어왔다. 이 책만 건너 뛴 기억이 있다. 신간도 안 나오고 있는 참에 개정판으로 과거의 그녀를 만나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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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을 한 부랑자 ‘엘리시어’가 서있다. 과거 ‘고모리’라는 시골마을이 재개발된 도시에서다.
옛날 고모리에서 엘리시어는 ‘씨발’을 입에 달고 사는 어머니와 보상을 위해 싸구려집을 짓고 전처의 아들과 딸에게 같이 살자 구걸하는 늙은 아버지, 그리고 동생과 함께 살았었다. 학대는 일상이고 그 와중에도 그들은 자란다.
앨리시어는 꿈속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토끼를 쫓아 굴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상하다. 아무리 떨어져도 바닥에 닿지 못한다. 계속 떨어지기만 한다. 꿈이야기를 들은 동생은 묻는다. ‘그래서 앨리스는 어떻게 되는데? ‘
그렇게 떨어지기만 하는 두형제의 이야기다. 애정없이, 세상에 아이들 던져 놓고 돌보지 않고 외면하며 이기적인 돈욕심만 부리는 부모들에게 던지는 쌍욕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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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겐 부모가 세계다. 무너지는 세계 안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으며 그 과정자체에서 엄청한 상처와 흔적을 남긴다. ‘엘리시어 형제’는 작자의 욕망에 몸부림치며 ‘어린이들’을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 취급을 하는 재난을 지나온다. 슬프고 아프다. 특히나 유사체험이 있는 이는 이야기자체가 트라우마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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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도덕’을 찾는 건 무의미하다. 책을 가득 채운 배덕한 대사들과 폭력적인 묘사와 상황이 불편하기만 하다면 당신은 단란한 가정에서 화목하게 성장한 사람일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에 대한 간접 경험이자, 그에 따른 사유이다.
맞다. 젊은 황정은 작가는 이랬다. 좌절과 고통을 직설적으로 던지며 ‘어쩔 건데?’를 날리는 아픈 청춘의 작가였다. 그녀도 세월을 거스를 수 없어 나이 들어가며 날선문장들은 세련되게 노련해져 갔다. 지금의 황작가를 좋아하든, 이 책을 쓰던 시절의 황정은 작가도 좋다. 그 씨발스러움이 좋다.
✍ 한줄감상 : 자신의 어머니에게 ‘시발년’이라 말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사람들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왜’가 궁금한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p22 “ 배가 아플 정도로 서글픈 상태라는 것을 모르는 계집애는 맛을 봐야지. 무신경한 인간은 상처를 받아봐야 안다. 찢어져야지. 두고 봐라 너도 찌어져야지. “
p33 “ (어머니) 그녀가 그년을 씨발년이라고 말할 때 그년은 진정 씨발이 된다. 백 퍼센트로 농축된 씨발, 백만 년의 원한을 담은 씨발, 백만 년 천만년은 씨발 상태로 썩을 것 같은 씨발, 그 정도도 씨발이라서 앨리시어는 그녀가 씨발, 하고 말할 때마다 고추가 간질간질하게 썩는 듯하고 손발이 무기력해진다. “
p45 “ 그대는 어디까지 왔나. 앨리시어의 입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
p103 “ (어머니) 거기에 너, 그리고 저 새끼가 있는 거야. 너희들 말고도 많고도 많은 애새끼들이, 머리도 작고 몸도 작은 인간들이 좁은 방에 갇혀 있는 거야. 너희들은 밥도 없이 약도 없이 그냥 갇혀 있어. 징그러워라. “
p120 “ 앨리시어는 자란다. 팔도 다리도 기어졌지만 여전히 씨발년을 이길 수 없다. “
p158 “ 앨리시어의 아버지가 개를 끓인다. 개를 끓이는 냄새는 독특하다…. 잡식하던 몸을 삶는 냄새, 털 많은 짐승을 끓이는 냄새. 그것은 말하자면 인간의 땀 냄새와도 같다. “
p172 “ (큰아들이 아버지에게) 당신은 모르겠지… 내가 얼마나 절망했는지… 당신 자체가 내 인생에 얼마나 엿 같은 좌절감을 주었는지… 당신은 몰라… 평생 돈 모으고 집 짓고 젊은 부인 들여서 애새끼 낳는 것에나 힘쓰는 머슴 새끼… 당신은 가엾게도… 모를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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