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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거 #G #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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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거의 책들은 계속 읽어왔다. 이번에 대표작이지만 조금 미뤄뒀던 G를 읽었다. 그런데 존버거의 소설 중 가장 힘들게 읽었다. 기존에 읽어왔던 존 버거와는 사뭇 다른 태도의 소설이었다. 스토리가 꼬여서도 아니고 묘사가 어려워서도 아니다. 작가는 소설 중간중간 독자에 직접 이야기를 거는 작법은 그렇다 치고, 거대한 역사적 사건과 격변하는 시대적 배경과 주인공의 문제적 행동들이 잘 붙질 않았다. 아니, 의도는 알 것 같은데 설득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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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줄거리부터 보자. 줄거리가 중요한 소설이 아니라 스포 포함한다.
주인공 G는 1886년에 이탈리아 부유한 상인의 첩의 아들로 태어났다. 역시 나름 살만했던 첩인 어머니 덕북에 어머니의 고향인 영국에서 이모와 삼촌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났다. 십 대 중반의 청소년 시절 이모인 베아트리스와 금기의 관계를 시작으로 G는 유럽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이어간다. 결국 그는 1915년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순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접경지에서 역사의 격변과 불가해한 행동의 충돌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19세기말 20세기 초 부르주아 문화의 몰락과 낭만주의의 혼재, 구질서가 무너지는 가운데 새로운 질서는 혁명이든 개혁이든 쉽게 찾아오지 않는 환경에서 G는 정치와 한 발 떨어져 철저히 개인적인 욕망에 몰두한다. 자유롭고자 하는 영혼인 G에게 성욕은 논리와 근거 이전의 근본적인 것, 즉 원인을 알지 못해도 원하는 중요한 것으로 자리 잡게 되며 그의 삶의 궤적에 파편화되어 여러 사건들로 나뉘며 역사적 사건들 사이에 흩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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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이해한 본버거의 의도는 불협화음의 실험적 시도를 통한 역사와 개인의 의미탐구다. G의 방탕한 생활을 제외한 나머지 서사구조는 유럽 격동기의 사회적 모순과 혁명, 전쟁의 건조한 기록이다. 거기에 G라는 인물을 사건 사이사이에 등장시켜 사랑과 성욕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 이 둘은 긴밀할 수도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한쪽은 인간군상이 모여 만드는 거대한 사건이고 어느 한쪽은 한 개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이다. 각 부분별로는 세밀하고 치밀하며 섬세한 묘사로 그려진다. 그 총합은 파편적으로 연결성이 약하다.
특히나, 내가 느꼈던 의문점은 왜 ‘성욕’이 이렇게 까지 부각되어야 했을까였다.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삶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사회가 개인에게 개인이 사회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하고 싶어 한 것은 이해하지만, 순간의 욕망에 온몸을 내거는 G에게서 역사와 인간의 욕망의 연관성은 내겐 조금 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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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성적 욕망이 억압적인 사회에 대한 자유의 상징으로 읽고, 사적 경험이 정치적 경험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의 소재로 쓰였다면 그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다만 내가 멀게 느껴졌던 것은 사회 변화의 원동력으로 ‘성욕’이 소설 속에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친상간으로 시작하는 욕망의 퍼레이드가 사회변혁의 근원적인 힘이 될 수 있을까? 도덕적 판단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섹스의 근본적 힘에 대한 탐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단지 이 두 가지 주제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했을 뿐이다. 물론, 내가 찾지 못한 철학적 사유와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있을 것이다. 다만 우매한 한 명의 독자로 이 책이 1972년 #맨부커상 을 받은 이유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 한줄감상 : 충격적인 성장소설이자 실험적 시대소설.
덧,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좋았던 점보다 문제점 위주로 서술이 되었다. 오해를 풀고자 사족을 붙인다. 소재의 조합이 걸린다는 것이지 소설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미학적 깊이가 낮다는 말이 아니다. 금기에 대한 도전도 리버럴인 내겐 인상적이었고, 😅 당시 유럽의 분위기와 인물들의 역동적인 묘사도 마음에 들었다. 괜히 나의 개인적인 ‘의견’에 이 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우려되어 덧붙인다.
p49 “ 베아트리스는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삶에는 도덕이나 야망이란 없었다..... 마치 동물처럼,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필요한 행동이나 반응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
p52 “ (영국 귀족) 그 자체의 규칙과 관습을 가진 무대 위에서 연극을 했다. “
p58 “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선물을 주고받기를 기대하는 어떤 고양된 상태다. “
p84 “ 모든 역사는 동시대의 역사다. 동시대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과거의 일을 다룬다는 일반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행위를 할 때, 바로 그 행위에 대한 의식이 동시대의 역사라는, 좀 더 엄격한 의미에서의 이야기다. “
p101 “ (1898년 이탈리아) 밀가루 가격에는 세금이 오십 퍼센트가 넘었고, 설탕은 삼백 퍼센트, 육류와 우유애 대해서는 이십 퍼센트였다. “
p110 “ 소수의 지배층은 착취당하는 피지배층에게 끊임없이 현재만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시간 감각을 무력화시키고, 가능하면 말살시킬 필요가 있다. “
p141 “ 나는 베아트리스(이모)와 조슬린(외삼촌)의 근친상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 알 수 없다. “
p153 “ 보어인들은 밤낮으로 그들의 지배력이 두려움보다 더 크다고 스스로 확인해야만 했다. 그들은 두려움을 잊기 위해 증오를 키웠다. “
p162 “ 그녀의 성기는 발가락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슴도 성기 안에 있고 눈도 마찬가지다. 성기가 그녀 전체를 감싼다. 그녀의 성기가 그 마저 감싼다. 그 안락함. “
p163 “ 확정되지 않고 유동적인 세상이라면 성욕은 정확함과 확실성에 대한 갈망으로 더욱 강해진다. 그녀 옆에 누우면 나의 살미 정리될 것 같은 마음 “
p165 “ 성욕에는 극단적인 맹목성이 함께 한다. 그 맹목적인 태도는 자신이 원하는 대상이 지금 주변에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는 확신으로 드러난다. 발기는 그런 총체적인 이상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
p199 “ 누군가 내 글에 대해 은유와 비유가 너무 많다고 한다. 그 자체로 제시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항상 다른 것과 비교해서만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 내가 인식하는 사물들 사이의 관계는 내 머릿속에서 복잡한 동시적 패턴으로 기록된다. “
p292 “ 도덕성에는 신비감이 없다. “
p313 “ 그런 남편이 고마울 카미유는 남편과 연인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p340 “ 그는 그때까지 자신에게 넘어온 여인과 넘어오지 않은 여인을 구분해 본 적이 없었다. “
p348 “ 그는 역사나 정치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
p373 “ 그는 아내에게 무한대의 자유를 허용했고, 덕분에 그녀는 너무 나이가 들어 다른 남자를 찾을 수 없을 때까지 얼마든지 남편의 묵인하에 연애를 할 수 있었다. “
p444 “ 시간은 그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려 했다. 누사에 대한 그의 욕망도 그의 절망과 구분할 수 없었다. “
p450 “ 성행위는 마치 꿈처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안에서 밖으로 경험되는 행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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