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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주성분은낭만 #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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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주 때문에 만났다. 급하게 전주에 일이 생겼고, 이왕 가는 김에 시간을 조금 내어 #독립책방 에 들릴 생각이었고, 그렇게 방문한 서점이 #에이커책방 이라는 국내 유일 독립서적 전문 서점이었다. 전라감영 옆에 작은 건물 3층에 자리 잡은 책방, 살펴보아야 찾을 수 있다.
일반서점이라면 작은 규모, 하지만 독립출판물로만 가득 채워진 책장이 신기하면서 반가웠다. 소박하지만 편안한 분위기. 전주여행 오실 분들은 한번 씩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무심한 듯 편안한 느낌의 주인장님은 책 추천부탁에는 이런저런 책 이야기를 해 주신다. 그러다 내 눈에 띈 책이 이 책 ‘술의 주성분은 낭만’이다. 평생을 애주가로 살아온 내겐 책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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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주’라는 필명을 쓰고있는 저자는 ‘술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아직은 ‘청춘’의 과정을 통과하는 분으로 보인다. 레트로한 표지도 인상적이었고, 에세이집이기에 작은 주제별, 나름 아기자기한 술이야기들이 정겨웠다. 의사들이 보면 잔소리 꽤나 할 이야기들이지만, 무슨 상관인가 술이 좋다는데, 이렇게 술이 좋은 이유가 많은데, 말은 하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몇몇 챕터의 제목을 빌려, 나의 술이야기를 덧한다. 😎
*술로 만나고, 술 때문에 헤어지고
연애에서 술이야긴 빠지기 힘들다. 술이 불러오는 도파민의 효과는 사랑에 급격하게 빠지는 마법을 가져온다. 연애의 특효약이라는 관점에 동의한다. 다만, 술 때문에 헤어지기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경험 상 술 때문이 아니라, 술의 힘을 빌려 사랑을 시작하기고 했고, 술의 힘을 빌려 사랑을 끝내기도 했다. 사랑과 술은 아주 가깝다.
*순간이동과 블랙아웃
저자는 자신의 잠을 가장 많이 깨운 사람으로 어머니와 택시기사라 했다. 😄 술의 순간이동 능력은 대단하긴 하다. 오래전 회사가 강남에 있을 때, 뱅뱅사거리 근처에서 술을 마신적이 있다. 동료들을 다 배웅하고 마지막에 택시를 잡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널 때까지만 해도 적당히 취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리가 아파 잠깐 대신증권 셔터 앞에 앉았는데 순식간에 2시간이 지나있었다. 괜찮았냐고? 음. 그새 지갑은 사라졌고, 다음날 아침 9시에 난 큰 PT 가 예정되어 있었다.
*인생이 쓰면 소주는 달다
시비부터 걸자면 희석식 소주가 단 이유는 ‘감미료’때문이다. 우리나라 소주회사들은 모두 같은 ‘주정(소주원재료 애탄올)’을 쓴다. 싼 단가의 고무마 비슷한 타피오카나 카사바로 만든 원액이다. 이걸 수입해 각 회사가 각자의 노하우가 담긴 첨가물을 넣고 팔고 있는 것이다. 증류식 소주는 다르다. 곡물을 실제 직접 증류해서 만들기에 판매가가 비싸다. 이것도 감압식 상압식 등 이야기가 어려워지니 생략하기로 한다. 시비는 걸었지만 사실 저자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아픈 순간에 가장 힘든 순간을 함께 해주었던 친구가 싸구려 희석식 소주들이었다. 어느 날 목에 넘어가는 이 싼 술이 달게 느껴지는 그 순간 사람은 어른에 조금 가까워지는 건 아닐까 싶다. 😋
*병따개가 필요 없는 사람들
나도 숟가락을 맥주병을 딸 수 있다. 학교 때 부터 그랬다. 신입생들 앞에서 펑펑 술을 따면, 신기해하는 후배들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대단한 기술도 아니지만, 술자리의 스몰토크꺼리로는 이만한 게 없다. 해보겠다는 나서다 실패하는 사람, 손만 아프다고 징징대던 후배. 모두 좋은 추억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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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와 애주가는 다른다. 술의 노예가 되는가 술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가로 분기된다. 이 책은 애주가 선언으로 읽힌다. 사실 깊이 있는 철학적 성찰이 담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을 살면서 술과 삶을 같이 사유하고 고민한 흔적들이 가득하다. 애주가라면 많이 공감하며 읽을 것이며, 혹시 애주가 연인을 둔 비음주인이라면 애주가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도시 전주와 이 책은 세트로 기억 한켠에 자리 잡을 것 같다.
✍ 한줄감상 : 술에 대한 ‘편파적인’ 애정고백기. 난 그 편파에 동의한다. 🥰
p25 “ 인성과 태도를 결정짓는 것은 술이 아니라 살아온 환경, 학습된 경험 혹은 주체적으로 쌓아온 가치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든 원흉을 술로 치부한다. “
p66 “ 영양가 있는 회식이 팀워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팀워크가 만족스러운 회식을 만들었다. “
p75 “ 술은 본인의 교양을 자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취향을 나누고 공강대를 형성하며, 더 좋은 술자리로 향하게 하는 주인공이다. “
p125 “ 남들이 보여주던 이미지나 규칙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대로 와인을 마신다면 자신에 맞게 녹아들 수 있다. “
p134 “ 맥주가 어울리는 순간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가장 빛을 발할 때는 무더운 날이 아닐까 싶다. 주체할 수 없는 더위에 이마에 땀이 맺힌 채로 도착한 술집. 냉수도 해결할 수 없는 갈증은 얼음 생맥 한 잔으로 해결된다. “
p144 “ 나이를 먹어가며 단순히 즐길 수 있는 술의 범위가 넓어진 게 다가 아니다. 수많은 술자리를 거치며 식도에는 굳은살이 생겨났고, 정신은 웬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됐다. “
p214 “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에는 대화에 집중하는 비중이 컸다면 혼술을 할 땐 혼자만의 감상, 기분, 음식의 맛에 집중하게 된다. 혼자지만 그대로도 꽉 찬 시간들이다. “
p222 “ 술자리에서만큼은 딱딱한 경제 얘기보다 사람 사는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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