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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정욕

by 기시군 2024.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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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아사이료 #리드비

* 경고 : 성적인 이야기가 주제인 소설로 이런 쪽에 대한 단어나 묘사가 거북한 분들은 이번 피드를 건너뛰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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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렸다. 뭔가 예측될 듯하면서도 다른 것이 숨어있을 것 같은 소설제목. 끌리면 봐야 하는 게 책덕후의 습성이다. 일단은 예상한 것처럼 ‘섹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뻔하기만 성범죄 스릴러는 아니었다. 다수와 소수 중 운명적으로 만들어진 소수의 삶들이 어떻게 생을 버티고 있는지를 보고하고 있는 묵직한 소설이었다. 

❤️‍🩹
소설은 아래 3인의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진행된다.

*검사 : 데라이 히로키
갑자기 초등학생 아들이 등교거부를 한다. 몇년째다. 그러다 봉사단체를 통해 같은 등교거부 중인 또래 친구를 만나 유튜브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다. 시청자들이 댓글로 게임을 요청하면 그걸 두 소년이 신나 하며 시행하는 형태다. 왠지 히로키는 불안하다. 

*판매사원 : 기류 나쓰기
그녀는 남자에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여자가 좋은 것도 아니다. 중학교 동창 요시미치를 우연히 만나기 전까진 삶의 의욕이 없었다. 

*여대생 : 간베 야에코
이쁘지 않고 통통한 몸에 남자에 대한 시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 다만 이상하게 ‘모로하시 다이야’라는 미남 남학생의 시선에선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여자에 관심이 없는 동성애자라는 소문 때문인지 모르겠다. 

소설 초반 언론에 발표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 아동 성 착취물 적발,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와 대기업 직원, 미남 대학생까지, 녹음으로 우거진 공원에서 개최된 소아성애자들의 파티. ‘ 이 사건 뒤에는 위의 3인 이외의 많은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이 녹여있다. 단, 소아성애자들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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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교양인이라면 LGBTQ의 다양성 정도는 인정하는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당신들이 포용하는 다양성은 사실 ‘자기 상상력의 한계 p230’를 뜻할 뿐이라 말한다. 

‘네 안에 뭐가 있어? p172 ‘라는 질문에 네 안에 있는 건 나 밖에 없다고 절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이 정해 놓은 ‘정욕正欲’, 바른 욕망, 바른 성욕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적 소설이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보자. 폴리아모리, 네토라레, 그리고 구토하는 장면에 흥분을 느끼는 사람. 분변에 대한 성욕. 질식하여 괴로워하는 모습에만 성욕을 느끼는 사람. 미라처럼 온몸을 꽁꽁 묶는 것에 흥분하는 사람. 피를 흘리는 모습에 매혹되는 사람. 흔하디 흔한 발, 또는 발냄새에 흥분하는 사람. 도촬의 결과인 사진만이 자신을 흥분시키는 사람. 사람이 아닌 만화 속 여자만 사랑하는 덕후, 아동에게만 성욕이 이는 사람 등등 … 이 중에 어떤 것이 바른 욕망에 들어가는지 판단해 보자. 

내 불쾌함의 정도로 정욕을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책 안에선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다. ‘ 동의가 없으면 키스도 섹스도 다 범죄야. p398’ 하지만 이렇게도  말한다. ‘ 품어선 안 될 감정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p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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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동의한 지적 수준이 되지 않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성적행위는 범죄다. 도촬 역시 상대의 동의가 없으면 범죄다. 그런데 합의된 연인사이에 야외에서 노출을 벌이는 행위를 찍는 건? 부인의 동의하에 실행되는 네토라레 실행은? 스포 때문에 구체적으로 적을 순 없으나,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정 ‘비인간적인’ 것에 대한 성욕은? 

일단, 리버럴로써 난 상대의 동의가 있는 어떤 성적행위는 정욕이라 본다. 각종 페티쉬즘, 일반인에게는 불결한 행위, 다대다 일대다 행위, 상대의 소변에 흥분하는 그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으로 타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음으로 정욕에 해당된다고 본다. 다만 애정 없는 섹스가 공허하듯, 정욕이 정욕이 되기 위해선 상대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묶기기 싫어하는 연인을 억지로 설득해 묶어놓고 자기만의 희열을 느낀다면 그게 정욕이 될 수 있을까? 상대의 동의는 자발적이야 할 것이며, 둘 모두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 때 성립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상상의 영역안에 있다.

문제는 이 책의 주요 소재는 ‘상대’의 허락이 필요없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에서 시작하며, 존재 자체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성적취향'이라는 것이다.  

✍ 한줄감상 : 당신이 알고 있는 정상과 비정상 섹스의 기준에 대한 무거운 질문. 

p110 “ 행복의 형태는 더 많은 종류가 있고 그 사람이 정한 행복에 아무도 참견할 수 없습니다. “ 

p114 “ 부모와의 대화는 언제나 이 모양이다. 오고 가지만 대화가 되지는 않는다. 파치 핵심을 죽어라 덮고 숨기니까. “

p157 “ 인간은 생각이란 걸 놓아 버릴 때 종종 ‘이런 때일수록’이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17 “ 둔감함은 무거움이다. 둔감함에서 오는 천진난만함은 무거운 천진난만함이다. “ 

p247 “ 섣달그믐날이나 설날은 인생의 성적표를 받는 날 같아. “ 

p253 “ 다양성의 시대. 자신에게 정직하게 살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신신을 밝혀도 배제되지 않는 사람들뿐이다. “

p267 “ 내 몸에는 당신이 상상하지 못하는 게 담겨 있다고 먼저 선언하고 싶어 진다. “

p350 “ 내 고민은 트라우마 따위가 아니야. 이유고 계기고 뭐고 없어. 그런 운명으로 태어났다고. 그저 그게 다야. “

p359 “ 어떤 종류의 욕구를 지닌 인간이라도 법률이 정한 선을 넘으면 벌을 받아야 해. “

p369 “ 특히 직장 회식이란, 곧 누군가의 사생활을 탐색해야 간신히 넘길 수 있는 시간이다. “

p373 “ 인간은 늘 섹스 이야기를 한다. 섹스라는 존재를 알게 된 뒤로는 몇 살이든 영원히. “ 

p395 “ 성욕이 죄가 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나도 그런 인간으로 태어나 좋아하는 사람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연인이 생기고 가족이 생기고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

p430 “ 이성의 성기에 성적 관심이 있는 건, 왜 자연스러운 일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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