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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읽기 #이승우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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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문장을 좋아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의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다. 유물론자로써 그의 글에 어려있는 ‘믿음’의 문제가 조금씩 읽기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몇 권의 책들을 골라 읽어 왔던 이유는 그가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유의 깊이를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산문집을 냈다. 소설이라는 거울이 아닌 직접 그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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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성찰과 종교적 성찰이 비슷한 비율로 쓰여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결심을 했다. 의도적 오독을 생각했다. 작가의 ‘신’의 자리에 다른 무엇을 두어야 했다. 난 그걸 ‘인간의 의지’ 또는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힘’ 정도로 산정하고 읽기를 계속했다.
그는 인간은 스스로를 볼 수 없다 말한다. 시간이 끝날 때 신 또는 시간 만이 스스로롤 볼 수 있다한다. 동의할 수 없었다. 내게 삶은 왜곡되어 있는 자신을 이성의 눈으로 지켜보며 지속적으로 수정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지식의 교만에 대한 지적은 무지의 유용성을 긍정하면서 나타난다. ‘모르는 것이 없어지는 순간 그리움이 사라진다 p63’는 말은 신과 사랑을 향한다. 또한 ‘가로질러 올라가는, 가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p71’이라 말한다. 인간 존재의 의의를 말한다면 동의한다. 단지 그 방향이 꼭 신일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작가는 자신 내면을 고요히 읽고 쓴다. 죽음을 기다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죽음은 대답이 아니라 하나의 큰 질문p131’ 으로 받아들인다. 깨달음은 질문형태로 올 테니 어떤 대답을 준비할 수 있나를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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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스스로를 불가지론자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믿음에의 의지를 의심하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그의 글엔 안정된 마음의 구도에서 발산되는 신실함이 묻어난다. 그의 의심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말할 수 없는 신의 말을 인간인 설교자는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155’ 질문을 하며, 현존 계급적 교회구조와 ‘광신’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다. 세속에서의 신과 작가의 신은 조금은 어긋나 있다.
이 책 덕분에, 그가 왜 소설가가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신의 말’을 번역해 주는 번역의 작업이 그에겐 ‘소설’이었다. ‘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p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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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작가는 소설, 즉 이야기에 개인의 욕망과 ‘시대의 공기가 스미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지키고자 하는 중심을 두고 인간의 삶의 여정에서 나타나는 ‘사건들’에 관련된 관심과 (그의 표현의 의하자면) 가필을 계속한다. 그는 답을 듣지 못할걸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가 내일을 살지 못하듯이 말이다. (내일이 오는 순간 다시 오늘이 된다. )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순 없다. 알 수 없는 답을 기다리면서도 작가는 쓴다. 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영향’을 사람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해서.
✍ 한줄감상 : 고독한 읽기를 좋아하는 어떤 소년의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생각을 담은 일종의 ‘고백록’
덧,
같은 자세로 삶을 살아갈 순 없다. 하지만 자기 기복을 위해 헌금과 기도를 반복하는 일반적인 ‘종교인들’과 다른 수도사와 같은 소설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존중하며 그 삶에 축복이 가득하길 빈다.
p7 “ 책을 통해 ‘나’를 읽을 때, 나는 ‘나’를 통해 타인과 세상을 같이 읽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타인과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
p15 “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은 믿지 않으면서도, 가 아나라 믿지 않기 때문에 묻고, 믿는 사람은 믿으면서도, 가 아니라 믿기 때문에 묻지 않는다. “
p17 “ 끝은 그렇게 온다. 개별적으로, 세상과 상관없이, 말하자면 실존적으로. “
p25 “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놈’이 나의 내부다. 그러니까 내부는 궁극이다. 마지막이다. 막다른 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 언제나 ‘나’는 가장 나중에 만난다. “
p27 “ 시간은 신의 은유이다. 아니면, 신이 시간의 은유일까….. 나는 ‘나’만 빼고 다 규정한다. ‘나’를 보는, 볼 수 있는 눈이 나에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신의 눈에 의해서(만) 발견된다. 그것은 세상의 끝에서만 가능하다. “
p44 “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은 그때까지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있게 하는 것이다. “
p47 “ 영감이란 약삭빠른 작가들이 예술적으로 추앙받기 위해 하는 나쁜 말이라고 꼬집은 사람은 움베르토 에코이다. “
p51 “ 책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책들의 자궁이다. “
p61 “ 앎은 이해의 조건이고 장악의 수단이다. “
p80 “ 애무란 타인에게 육체를 부여하는 의식의 총체이다. “
p81 “ 애무는, 포옹이 그런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고 가두려는 의도에 의해 행해지는 탐험이다. “
p95 “ 잘된 번역은 말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을 잘 옮긴 것이다. “
p103 “ 말은 타락할 줄도 모른다. 타락한 사람들이 말을 더럽힐 뿐이다. “
p108 “ 물은 찻잎을 받아 차를 만든다. 그러니 찻잎은 물의 영혼이고 물은 찻잎의 몸이다. “
p118 “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은 산다. 사람은 자기에게 허락된 기다림을 산다. “
p141 “ 생각하지 않으면서 미워할 수는 없다. 사랑하기 위해서도 생각해야 하지만 미워하기 위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
p159 “ 그들이 쓰려고 한 것은 인간의 언어로는 쓸 수 없는 ‘신의 말’이다….. 신의 말은 인간의 언어를 통해 말해지지 않으면 인간에게 들려질 수 없다… 번역이 필요한 이유이다… 소설적 가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p174 “ 제도 속으로 들어와 제도화된 종교와 그런 종교에 익숙해진 종교인은 신을 자루 속에 넣는 데 성공한다… 신은… 무언가의 대체물이 된다….. 예배는 이벤트가 된다. “
p200 “ 사실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사실은, 자기들의 확신을 보장해주고 강화시켜 줄 수 있을 때만 중요하다. “
p205 “ 광신은 종교적 행동이 아니라 이념, 즉 신념의 행동이다. “
p228 “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도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잠에서 깨지 않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는 것을 나는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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