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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카프카 #성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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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 가는 길.
사실 ‘그곳’에 도착할 수 없는 길.
과정만이 존재하는 길.
통과할 수 없는 길.
성으로 가는 길.
그런데 ‘성’보다 ‘길’이 더 잘 보인다.
‘경제적 자유’라는 성을 향해가는 길.
‘내면의 평화’라는 성을 향해가는 길.
‘인정욕구의 채움’이라는 성을 향해가는 길.
성의 정체는 읽은 이 모두에게 다양하게 다가올 것이다. 카프카에겐 지긋지긋한 관료주의에 대한 메타포일 수 있을 것이며, 단 한 번도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아버지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독일어를 하는 유태인이라는 이방인의 내면이라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문학은 학문이 아니기에 독자들에게 각자의 ‘성’과 ‘길’을 생각해 보라고 카프카는 권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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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겨울밤, 주인공 K는 토지측량사로 취업이 된 ‘베스트베스트백작의 성’ 앞 마을 여관에 도착했다. 마을 사람들은 협조적이지 않다. K가 채용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단다. K는 성으로 들어가 따지고 싶다. 그러나 아무도 성으로 안내해 주지 않는다. 저돌적인 K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마을 사람들과 만나 설득과 설명을 해 가며 자신이 성에 들어가야 한다 주장하고 다니지만, 성의 관리자 ‘클람’은 만나보지도 못한다. 기껏 알지도 못하는 조수 두 명을 할당받았고 마을면장의 행정적 착오라는 변명만 들었을 뿐이다.
성을 향한 모험은 6일간이 계속된다. 그 와중에 K는 사랑을 하고 이별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토록 원하는 성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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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여정, 길이다.
그곳을 향해가는 일은 번잡하고 혼란스럽고 단정하지 못하며 칠칠맞고 우스꽝스러우며 파편적이고 아름답지 않다. 자기가 처음에 상상했던 성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곳에 가고자 하는 욕구만이 남아,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자, 협잡과 유도와 꼬드김에 폭력 또는 사랑까지 만든다. 성에 가까운 사람들을 추앙하고 성에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내리 깔고 쳐다본다.
우리들의 모습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몽상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K가 몽상을 즐기고 몽상이 K를 가지고 노는 동안, p239’이라는 문장은 그 몽상의 주체의 전환을 의미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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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욕망에 다다르지 못하는 꿈을 꾼다. 타야 되는 차가 눈앞에 있지만 걸음이 움직이지 않아 놓치고, 줄을 서서 뭔가를 받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은 흩어지고 욕망은 충족되지 않는다. 쫓기며 달리는데 생각과 다르게 걸음은 계속 느려져 따라 잡히는 꿈들. 카프카의 성은 그 집대성 같다. 각자의 ‘성’을 도달하기 위해 갖가지 모색을 하고 실행을 하나 성공하지 못하는 우리 삶의 그림자.
하지만, 진정 카프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다음의 이 말이 아닐까 추측해 봤다. ‘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갑자기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고 해서 과연 모든 걸 잃게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무든 걸 잃게 된다는 것은 가장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보다 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 p432’이라는 것. 구체적이었던 성은 어느새 이유도 모른 채 도달해야만 할 목표가 되어 있다. 가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으로 취급되어진다. 성에 가지 못해도 잃을 것은 별로 없다는 500페이지의 핀잔이 카프카의 ‘성’이라 생각해 본다.
✍ 한줄감상 : 희극이라 접근해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카프카의 거대한 핀잔.
덧, 하나
#소송 의 요제프 K에게 신부가 들려주는 문지기 우화의 확장판이기도 하다. 법의 문을 지나가려는 시골남자에게 문지기는’ 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지금은 안된다.’며 문을 지키고 있다. 소송에선 짧게 지나간 이 에피소드를 카프카는 확대 재생산하여 마지막 작품으로 남겼다.
덧, 둘
단편들이야 오래전부터 읽어왔고, 카프카의 3대 장편도 ‘성’으로 마쳤다. 읽는 재미 측면으론 #실종자 (아메리카), #소송 , #성 순서이다. 의미 측면에선 소송과 성에 점수를 더 줄 수밖에 없다. 카뮈의 #시지프의신화 에서의 카프카 분석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p40 “ 당신은 영주님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 고용되었습니다. 당신의 직속상관은 마을 면장입니다. 그가 당신에게 당신의 업무와 임금 조건에 대해 상세한 모든 내용을 전달할 것이며, 당신은 그에게 보고의 의무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
p43 “ 이곳에서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주위 환경, 절망에 익숙해져 가는 타성, 감지할 수 없는 매 순간의 영향, 이런 것들이 지닌 엄청난 위력이 그는 두려웠다. “
p65 “ 그게 바로 나의 가장 은밀한 의도였습니다. 당신이 클람(성의 관리)을 떠나 내 애인이 되어 주었으면 해요. “
p82 “ (클람) 그분은 마늘 사람들과 아예 얘기를 하지 않아요. 그분 자신이 마을 사람 그 누구와도 얘기를 해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고요. “
p107 “ 실수의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관청의 사무 원칙 중 하나입니다. “
p118 “ 당신은 우리 관청과 실제로 접촉해 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어요. 그 모든 접촉은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뿐인데, 당신은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걸 실제라고 여기는 겁니다. “
p122 “ 저는 저의 권리를 원합니다. 성에서 내려 주는 은혜의 선물 같은 걸 원하는 게 아니라고요. “
p177 “ 나는 클람의 마을 비서인 모무스입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방 전체가 엄숙해졌다. “
p218 “ 나는 여기에 살려고 온 거야. 난 여기에 그대로 있을 거야. “
p248 “ 그것은 나(프리다)를 갖게 된 것이 곧 클람의 애인을 정복한 것이며, 그로써 최고의 값을 제시해 올 때 내줄 수 있는 담보물을 손에 넣은 셈이라고 생각하면서부터 생겨난 것이래요. “
p294 “ 여기 사는 너희들은 나면서부터 관청에 대한 경외심을 지니고 있고, 그 후로도 평생을 걸쳐 계속, 온갖 방면에서 오만 가지 방식으로 주입되는데, 거기에는 너희 자신이 나름대로 일조하는 면도 있어. “
p344 “ 용서를 받으려면 먼저 죄를 확인해야 하는데, 관청에서는 아버지에게 죄가 있다는 걸 결코 인정해 주지 않았어요. “
p350 “ 더군다나 성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예요. 그중 어느 길로 가는 게 유행이면 대부분 그리로 가고, 다른 길이 유행이면 다들 그곳으로 몰리지요. 어떤 규칙에 따라 그렇게 유행이 바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
p500 “ 지금, 내 기억속에서는 봄과 여름이 어찌나 짧은지 이틀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틀조차 아무리 화창한 날이더라도 간간이 눈이 내리곤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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