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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위대한 그의 빛

by 기시군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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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 #위대한그의빛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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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데뷰작, #나의아름다운정원 의 좋았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연히 책서핑 중에 그녀가 신작을 내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한국판 #위대한개츠비 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작가에 대한 믿음이 더해서 일단 쟁겨놓았고, 이번에 읽기 시작했다. 일단 책장을 펴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읽혔다. 일단,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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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주요인물에 대한 스케치만 해보자. 

*규아 : 40대 후반의 여성, S대생이지만 자유롭고자 미국으로 떠나 두 번의 이혼, 와인에 대한 전문성을 얻고 귀국, 성수 T타워 바로 앞에 와인바를 연다. 

*연지 : 규아의 사촌으로 E대출신, 50대가 다 되어가도록 아직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순수미녀, 규아의 사촌이자 친구. 압구정동의 삶이 지루하기만 하다.

*광채 : 연지의 남편이자 규아의 대학동기. 골프를 좋아하는 사업가이자 토종 가부장의 대표성을 가진듯한 인물. 대놓고 내연녀와 동행하며 연지를 무시하지만 제이강의 등장으로 긴장하기 시작한 인물. 

*제이강 : 규아의 대학후배이자 대학 때 우연히 만난 연지와 뜨거운 사랑을 벌이다 훌쩍 떠난 남자. 오랜 세월이 지나 바이오와 코인으로 엄청난 재벌이 되어 한국에 돌아온 남자. 성수동 T타워 꼭대기 층 팬트하우스에 살며 날마다 파티를 즐기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며 산다.

소설은 규아의 시선으로 구성되며, 예상되는 것처럼, 주요 서사는 제이강은 계급차이로 이루지 못한 첫사랑 연지를 향해 서서히 접근해 가며 벌어지는 사건들에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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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통계에서 전세계 몇십 개 선진국 중 ‘물질적인 부’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둔 나라는 우리나라 하나뿐이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가족의 행복’이었다. 얼핏 지나갈 생각이었지만 어찌 보면, 우리나라는 ‘부’없이 ‘가족의 행복’을 지킬 수 없는 구조의 나라이기 때문에 나온 결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는 ‘부’ 없는 ‘행복’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나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아이템, 무리없는 서사의 구성, 스피디한 스토리 전재 등 별로 큰 흠을 잡을 곳 없는 소설이다. 특히나 이 땅의 구 부르주아와 신흥부자 사이의 생각의 차이, 취향으로 만들어져 가는 상류층의 관계망을 집어보고자하는 작가의 의도는 좋았다. 

단지, 그 속에 들어지가 못한 사람,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상상력의 발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약점이 읽힌다. 지인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부자들의 내면을 읽어낸다는 것은 까딱 잘못하면 상투적인 이야기로 흐를 위험성이 커진다. 어찌 보면 근원적인 한계일 수 도 있다. 평범한 우리가 80억짜리 아파트에 살며 신상 에르메스를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는 삶을 경험해 본 다는 것은 불능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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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테마인 ‘부’와 ‘사랑’에 대해선 내 시선이 더 냉정하고 비극적인지 모르겠다. 100년전 개츠비 시대엔 가능했을지 모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시대의 여러 대륙을 몰고 다닌 사람의 눈빛 p196’는 2024년 대한민국에선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나 ‘부’ 앞에서 애인을 두고 떠난 남자가 몇십 년 동안 그 눈빛을 유지하고 ‘더 큰 부’를 들고 50대에 가까운 옛 여인을 찾아온다는 ‘소설’적 구성이, 26세만 골라 사귄다는 디카프리오 이야기가 오버랩되며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만 했다. ☺️

그래도 작가의 문제제기엔 동감한다.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인간’이란 어떤 모습을 하고 사는 존재일까? 학벌과 물려받은 재산과 고급취향 또는 최신유행을 영위하며 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는 잊지 말아야할 주제이다. 

✍ 한줄감상 : 뛰어난 아이디어, 아쉬운 각색의 작품

덧,
읽으며 한장편이 떠올랐다. 책에 나오는 T타워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초고층 럭셔리 아파트를 오래전 방문한 적이 있다. 고교동창의 집이었고 당시 그는 벤처의 부사장인가 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직위에 올라가 있었다. 아마 새로 들인 컴퓨터와 오디오시스템 셋팅에 문제가 있다 해서 내 손재주를 원했던 그 친구의 부탁으로 방문했던 것 같다. 
아파트 정원은 정갈했고, 입구에 나비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이어폰을 끼고 나를 맞이했었다. 아파트가 아니라 호텔로 보였다. 40몇층에 있던 그 집에 들어섰을 때 나를 반겨준 것은 거대한 통창으로 보이는 정말 아름다운 한강변의 야경이었다. 부러움보단 경이로움이었다. 세월이 지나니 그 야경도 매일 보면 어쩌면 지겹지 않을까 하는 ‘여우의 신포도’ 마인드로 자위하게 된다. ☺️

p13 “ 삶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살면서 나에게 가장 상처를 준것들은 내가 그것들과 가장 오래 부대끼며 가까이 살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

p33 “ 저런 얼치기 타워랑 압구정정동의 다른 점이 뭔지 알아? 바로 인적 구성이야. 여기는 가장 근본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 “ 

p93 “ 나의 훌륭한 학벌은 평소에 차고 다니기는 곤란하고 그렇다고 제값 받고 처분할 길도 없는 알 굵은 에매랄드 반지 같았다. “

p117 “ 경훈은 나를 소유하고, 마음껏 주무르고, 마침내 나를 하늘 끝까지 쏘아 올렸다. “ 

p122 “ 나는 지나친 자극이 오면 일단 피하는 성격인 것 같았다. 신중함이라고 생각했지만 경훈의 표현대로 회피적인 성향일지도 모른다. “ 

p163 “ 우리에게 사랑은 성숙한 서인 남녀의 철학과 세계관이 결합하는 것이었고 높은 사회의식과 윤리의식을 반드시 동반해야만 성립 가능한, 그래야 만 하는, 차원 높은 도덕적 결단이었다. “ 

p173 “ 나는 왠지 ‘가면도 인간의 얼굴이다’라는 문장을 떠올렸다. “

p180  “ 나는 이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 아니 이들의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클리세의 총집합 같아 슬그머니 정이 떨어졌는데, 겉으로는 행복해진 사랑새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 

p219 “ 이건 디올! 이건 샤넬! 이건 답답해서 못 입지만 SS시즌 최신상 에르메스! 내가 이딴 연탄 같은 걸 왜 샀나 몰라. 하지만 그땐 예뻐 보였으니까. 프라다! “ 

p248 “ 돈이라는 건 눈부시게 빛나기도 하지만 그 빛에 눈이 멀기도 하니까요. “ 

p258 “ 신은 그런 식으로 못된 장난을 친다. 가장 진실한 표현력을 가진 얼굴 뒤에 결코 의지해서는 안 될 것을 숨겨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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