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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의노래 #폴린치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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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아주 다른 느낌으로 읽었을 듯싶다. 지금은 다르다. 내일 저녁 7시 윤석열의 탄핵이 불발이 되면 사형 밖에 없는 반란죄를 저지른 윤석열은 다시 총칼을 휘두를 수 있다. 민주주의를 잡지 못하면 자기가 죽기에 좀 더 정교하게 잔인하게 일을 벌일지 모른다. 탄핵불발에 대한 시위를 핑계로 다시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가두고 선관위 데이터가 조작되었다는 핑계로 국회를 해산시키고 어떤 방법이든 써서 국회의 2/3이상을 점유하게 되면 그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삼권을 다 수중에 넣게 된다. 그러고 나면 벌어질 일들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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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는 아일리시는 교원 노조일을 하는 남편 래리, 이제 곧 17살이 되는 큰아들 마크, 딸 몰리, 13살짜리 개구쟁이 남자아이 베일리, 그리고 젖먹이 막네 벤과 일상을 살고 있다. 치매가 있는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이 가족들에게 위기가 생긴다. 아일랜드 정권이 극단주의 극우세력으로 넘어갔다. 언론은 정권홍보용으로 만 쓰이고 정부는 비상대권을 발효해 시민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공공질서 유지’라는 명분으로 불법 연행, 수사를 자행한다. 가장 먼저 남편 래리가 비밀경찰에게 끌려갔다. 여권은 정지되어 해외로 나갈 수 없다. 군징집령이 떨어져 아들 마크는 다음 생일이 지나면 군대에 가야 한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는 법. 반군들이 모여 활동하기 시작한다. 아들은 사라져 버린다. 반군에 가담했는지 생사를 알 수 없다. 아일리시 집엔 ‘반역자(우리로 치면 빨갱이)’라는 붉은색 스프레이가 뿌려진다.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고 연구소에서는 정권에서 내려온 낙하산 때문에 직업을 잃는다. 아일리시는 같이 고통스러워하는 두 아이와 막내 셋과 함께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남편과 큰 아들을 기다린다. 그녀에게 불행은 발목을 차오르는 물처럼 조금씩 그녀를 침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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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민주주의가 무너졌을 때,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 어떻게 난민이 되는가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무섭다.
비극은 ‘나쁜사람들’에게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군통수권을 가진 자가 사유, 아니 때려치우자. ‘생각’조차 하지 않고 ‘계산’만 하는 자들의 이익과 만나서, 다면 몇 발의 총성만 울려 퍼진다면, 관료주의라는 시스템은 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게엄을 풀 국회가 막히면 반국가(반윤석열) 세력은 순서대로 처단될 것이다. 손에 피를 묻힌자들은 돌아갈 길이 없기 때문에 폭주가 시작될 것이다.
지난 친위쿠데타는 아직 범죄자가 되지 않은 현장의 군인들의 망설임과 시민과 야당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막을 수 있었다 해도, 내일 저녁 7시 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그나마 미치광이가 탄핵이 부결될 것으로 믿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쳐도, 내일 7시 그가 부결이 되는 순간, 아직 군권을 가진 그와 1차 때 군대를 움직였던 반란세력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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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종말이 당신 나라에 찾아가고 당신 동네를 방문하고 당신 집의 문을 두드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머나먼 경고, 짤막한 뉴스, 전설이 되어버린 사건들의 메아리일 뿐이다. p355 ‘ 라는 문장을 기억하자. 우리가 미얀마나 시리아를 보듯, 우리나라의 위기 사항은 그들에겐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무사히 비극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 스스로들 뿐이다.
군대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은 전화라도 하자.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자. 정치에 별 관심없는 지인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자. 집회에 참석할 수 있으면 참석하자. 하다못해 댓글이라도 달자.
우리 역사의 키는 내일 표결에 참여할 100여명의 국힘당 의원들이다. 이 중 최소 10% 정도라도 ‘이익’ 말고 ‘대의’를 선택해야 한다. 반역의 부역자들 사이에서 빠져나오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실패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피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 한줄감상 : 두 번째 친위 쿠데타가 성공한 이후의 대한민국의 풍경을 그린 소설.
p23 “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가 아무 인상도 남기지 않고 지나갈지, 또 하루가 잊히고 말없이 헤아려지는 나날에 스며들지 생각한다. “
p29 “ 아버지가 신문을 접고 차를 따르더니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내가 왜 아직도 이 걸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빨간 거짓말밖에 없는데 말이다. “
p43 “ 곤봉을 든 경찰들이 보인다. 행진하는 사람들을 때려 무릎을 꿇리고, 마구 폭행하며 거리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최루타이 슬금슬금 퍼진다. “
p51 “ 하물며 아이들한테 이걸 어떻게 설명해요. 자기들이 살고 있는 국가가 괴물이 되었다고 말이에요. “
p54 “ 국가가 특별 권력으로 사실상 사법부의 입을 틀어막았어요. “
p105 “ 구굼 중이던 소년 중 두 명이 죽었고 가족들이 시신을 돌려받았다. 고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시신 사진이 공개되었다. “
p106 “ 나무의 힘을 생각한다. 나무가 어떻게 어두운 계절을 견디는지, 나무가 눈을 뜨고 무엇을 볼지 생각한다. “
p145 “ 말하는 것은 입이 아니라 제복이다. 제복을 통해서 국가가 말하고 있다. “
p151 “ 매일 다국적기업이 하나씩 변명을 늘어놓으며 문을 닫는다. “
p163 “ 우리가 저들에게 굴복하면 생각할 자유도, 행동할 자유도, 존재할 자유도 없어져요. 난 그렇게는 못 살아요. 저한테 남은 자유는 싸우는 것뿐이에요. “
p169 “ 자기 가족을 지키지 못했음을 깨닫는 남자의 안에서 무언가가 부서진다. “
p208 “ 뉴스에서 또 다른 법령이 발표된다. 외국 미디어를 듣거나 읽는 것이 금지되고 해외 뉴스 채널도 막히고 오늘부터 인터넷을 전면 차단한다. “
p249 “ 자아의 바닥에 무언가가 소리 없이 추락했다. “
p288 “ 자기 인생의 승객이 된 자신을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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