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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까지바라는건욕심이겠지만 #월급사실주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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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월급사실주의'의 지지자다.
이 시리즈가 시작된 이유가 좋았다. 먹고사는 일의 진짜 이야기를, 꾸밈없이 직시하자는 기획. 문학이 현실로부터 도망가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불편함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번 네 번째 앤솔러지 역시 그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다.
8인의 작가들이 각자의 '밥벌이' 현장을 소환했다. 단순한 직업 묘사가 아니다. 노동 안에서 사람이 얼마나 소진되고, 얼마나 버티고, 얼마나 작아지는지를 쓴 글들이다. 8편 모두 그 선명한 불편함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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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작품들을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의 투어'에서는 실업 상황에 처한 인물이 최소한의 자존을 지키며 맞서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귀한 품위까지 내어주지 않는 선에서" 싸우라는 조언은, 생계의 위기 앞에서도 무너지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짚는다.
실제 TV 예능 연출가이자 작가인 권석 PD의 작품은 방송국 내부를 가감 없이 포착한다. 내부자의 시선이기에 더 아프다. "PD는 쓸개가 빠져야 잘한단다." 나는 쓸개 제거 수술을 받았으니 잘나가는 PD가 될 가능성은 열려 있을까? 😎
박연준 작가의 작품에서는 중소기업 막내의 고단함이 세심한 문장으로 풀린다. 작가가 구사한 언어유희 하나가 오래 남는다. '필요해서'라는 단어가 어떤 이에게는 '피로해서'로 들린다는 것. 한 단어의 비틀기로 노동의 본질을 건드린다.
'이모라는 직업'을 통해 웨딩 도우미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것을 가르치는 전문학원도 있다는 것까지. 세상은 늘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성혜령 작가의 '퇴직금 돌려받기'는 대한민국 블랙기업의 교과서 같은 풍경을 목도하게 한다. 이 소설이 분노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인격을 가진 존재'가 시스템 앞에서 어떻게 무력해지는가를 문학적으로 그려낸다. 고발이 아니라 묘사로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월급사실주의가 지향하는 소설의 힘이다.
‘우리의 투어’를 읽으며, 실업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용적인(?) 지식을 얻었다. 업주와 싸움을 할때는 최소한 ‘귀한 품위까지 내어주지’ 않는 선에서 맞서야 한다는 조언도 귀에 들어왔다.
실제 TV예능 연출가이자 작가인 권석PD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방송국의 현실을 캡쳐해 놓았다. 여기서도 한가지 사실은 의식적으로 기억해두기로 했다. PD는 쓸개가 빠져야 잘한단다. 난 쓸개을 제거했음으로 PD도 잘할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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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임 작가의 ‘꾸밈없이 진심으로’는 기간제 교사의 현실과 새를 좋아하는 ‘한량’의 삶을 재미있게 병치하는 소설이었다. 다친 참새를 구해주는 것이 새를 좋아하게 된 배경이라 설명하는 주인공 이야기 덕분에 아주 오래된 기억이 소환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벽에 부딪혀 기절한 제비를 손에 쥔 적이 있다. 흥부놀부전의 교훈에 따르면 제비는 은혜를 갚는다 했다. 어린 나는 흑심에 가득 찼다. 잘 구해주면 고가의 프라모델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동네 경로당 할아버지에게 맡겼다. 다음 날 찾아가니 정신 차리고 날아갔단다. 몇십 년이 지났는데, 제비는 아직 박씨를 물어다 주지 않고 있다. 😂
잠시 옆길로 빠졌다….🙏(용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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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삶에만 시선을 고정하면, 생각은 어둠의 수렁으로 계속 가라앉기 쉽다. 이 책은 고개를 들라 말한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들. 겉핥기가 아닌, 진짜 이야기들.
세상에 많은 진담들이 있고, 그걸 ‘읽는’ 정성은 그들이나 나,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 씩 좋아진다.
✍ 한줄감상 : 8편의 단편 모두, ‘간결한 언어로 꾸밈없이 진심’을 쓴다. 불편해질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읽자. 의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이 시리즈는 2023년 소설가 #장강명 의 주도로 시작된 시리즈다. 전작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내가 이런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이 세권도 같이 읽어볼 만 하다.
덧,
이 책은 문학동네 마케팅담당자님(@mile_buu)의 추천 및 지원으로 읽게 되었다. 내가 전작들 리뷰를 계속 올리고 있다는 걸 아시고 제공해 주셨다. 감사한 마음 전한다. ☺️🙏
p27 “ [우리의 투어]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수입이 발생하면 어떻게 한다? 반드시 신.고.한.다. 실업 진정 기간마다 최소 두 건의 구직활동을 하되 날짜는 어떻게? 다.르.게 지원해야 한다. “
p32 “ [우리들의 투어] 이 일 하면서 자주 느끼는 건데요. 임금 체불하는 사업주들이 뭐 대단한 악인이 아니에요. 시시하게 치사하고 어중간하게 치졸하죠. “
p66 “ [방송 사고 경위서] 연예인은 팔십 퍼센트 정도만 열심힌 게 좋다. 이십 퍼센트의 여유를 남겨두고 설렁설렁 해야 스스로도 시야가 넓어지고 유연해진다. “
p125 “ [경희와 경희 아닌 것] 경희는 꿈속에서도 오과장이 등장해 바쁘냐고 물어볼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바쁘다고 일을 안 줄 것도 아니면서 왜 늘 바쁘냐고 묻는걸까. “
p145 “ [경희와 경희 아닌 것] 내가 열매라면 나는 아무도 먹을 수 없는 열매이고 싶어…… 엄마는 뭐든 열심이구나. 사과도 열심히 먹고 늙는 것도 열심히 늙고. “
p215 “ [꾸밈없이 진심으로] 간결한 언어로 꾸밈없이 진심을 표현함. “
p279 “ [빈칸 채우기] 월급을 받으면서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이유나 차은우는 아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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