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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백년의 고독

by 기시군 2026.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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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고독 #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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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이다. 아주 오래전 '백년 동안의 고독'이란 제목의 번역서로 읽은 기억이 있다. 큰 재미를 못 느꼈었다. 반복되는 이름들에 질려하며 스토리 따라가기 바빴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최고의 책으로 꼽고있다. 다시 읽어봐야지 하며 책을 장만한 건 작년이며, 일 년을 묵혔다가 이제야 읽는다. 원래 책은 사는 것이며 사 놓은 책 중에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이 진짜 독서라고 어느 책쇼퍼는 말한 적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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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콘도라는, 어디인지 분명치 않은 남미의 한 마을을 세운 부엔디아 가문의 6대, 100년간의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이다. 차곡차곡 쌓이는 서사의 재미를 느끼는 독자에겐 꽤나 매력적인 책이다.

간단하게 내용을 보자. (근데 간단하게 될까 싶다. 😂) 이 집 아들들은 대충 '아르카디오' 또는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가진다. 아르카디오는 외향형 인간(충동형), 아우렐리아노는 내향적 인간(사색형)이라 보면 된다. 공통점은 ‘성(‘性)을 무척이나 밝히는 핏줄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여자들이 집안을 이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모자라거나 나대는 남자들을 추슬러 가며 집안을 부지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들도 정석적이진 않다. 질투에 저주에 살인까지, 게다가 실제로 승천(😛)하는 '미녀 레메디오스’라는 인물까지… 만만찮은 여자들이다.

이들의 100년은 시련의 기간이기도 하다. 반정부 군사 활동을 하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는 32번의 무장봉기를 일으켰지만 모두 패했고, 17명의 배다른 아이를 두었나 그 아이 모두는 반대파에게 살해당했다. 세월이 흘러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군사정부를 등에 업고 진출한 '바나나 기업'의 폭압에 맞서 파업을 하던 3000명의 마을 주민이 학살을 당하기도 한다.

100년이 흐른 끝에 마콘도와 부엔디아 가문은 마지막 핏줄과 함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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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성듬성 죽어가는 사람들…. 남자들은 욕망에 차 있으며, 여성들은 이기적이다.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누군가 떠나고 나서야 상대를 사랑했었다는 걸 깨닫는다. 모자란 집안 사람들이다. 국가폭력에 대한 싸움 역시 대승적인 의미가 아니다. '자존심' 때문에 전쟁을 수행한다. 이 소설은 결코 순수한 민중소설은 될 수 없다. 이런저런 다른 색깔의 '고독'이 모여 이루어진 저수지 같은 소설이다. 의도적인 농축이 소설 전체의 밀도를 한없이 높여 가는 독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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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라는 땅에 사는 사람들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고난의 시기, 사실 그들도 원주민들 땅으로 넘어온 백인들이지만, 그 정체성 안에서도 시스템이, 민족성이, 욕망이 그들 사이에서 서로 지지고 볶는 과정을 거친다. 마르케스는 그것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근친으로 시작된 가문이 근친으로 닫히는 과정. 그러나 근친은 몰락의 '원인'이라기보다 몰락이 완성되는 '봉인'에 가깝다. 진짜 원인은 그 앞에 있다.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무능, 그것이 고독의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사랑이 망가지는 이유조차 찾지 못하고, 끝내 그런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는다. 개인의 망각은 그렇게 한 가문의 망각이 되고, 한 가문의 망각은 학살당한 3000명을 지워 버린 한 사회의 망각으로 번진다. 잊는 자들 안에서, 가문은 몰락하고 국가 역시 쓰러지게 되어 있다. '문학은 인간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장 좋은 장난감'(2권 p276)이라는 작중 인물의 말처럼, 마르케스는 이 길고 복잡한 서사를 무심한 장난감처럼 펼쳐 놓는다. 이러한 100년을 ‘잊지마라’는 부탁을 담고 말이다.

✍ 한줄감상 : 군인에 의해 학살된 삼천 명은 대중의 기억에 없다. 반항하는 자는 죽거나 박해당하며, 권력은 언제나 강했다. 이들의 삶에서 동학과 전쟁, 민주화를 거쳐 온 우리나라를 떠올리는 건 무리가 아닐 터이다. 역사는 찬미가 아니라 애증으로 소설화된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이야기할 때 마르케스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이름이 보르헤스와 이사벨 아옌데다. #픽션들, #영혼의집 은 읽어 둬도 나쁠 것이 없다. ☺️

[1]권

p32 " 아우렐리아노(2대)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울었고, 눈을 뜬 채로 세상에 나왔다. "

p144 " 아마란타는 자신의 분별없는 욕망으로 레메디오스의 커피에 본의 아니게 아편 독약을 넣은 것 때문에 느끼던 양심의 가책을 완화시켜 주고 함께 고독을 나눌 수 있게 해 주는 그 아이를 양자로 삼았다. "

p215 " 난 말이야, 자존심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걸 이제야 겨우 깨닫게 되었네. "

p239 " 모두 다 똑같아. 처음에는 잘들 자라고, 말 잘 듣고, 예의 바르고, 파리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던 애들이 그저 수염만 나기 시작하면 못된 짓을 한단 말이야. "

p253 " 그의 목소리가 부호화된 점과 선들은 점차 희미해지고 부정확해져 갔으며, 그 점과 선들이 단어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서로 모여 조합되었지만, 그 단어들은 점차 모든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었다. "

p258 " 마음을 잘 다스리게, 아우렐리아노. 자네는 산 채로 썩어 가고 있어. "

[2]권

p65 " 사람은 죽어야 할 때 죽는 게 아니라 죽을 수 있을 때 죽는 거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려 주세요. "

p89 " 고독을 이겨 내겠다는 희망에서가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오히려 고독을 누리기 위해서인 듯싶었다. "

p114 " (아마란타) 그녀는 미녀 레메디오스가 승천했을 때도, 아우렐리아노 형제들이 떼죽음을 당했을 때도, 사람들이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시체를 밤나무 밑에서 찾아냈을 때야 비로소 자신이 그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었다고는 해도,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죽었을 때조차 남에게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

p153 " 노무자들은 농장 가옥들과 매점을 불태우고, 군인들이 기관총을 발사하면서 재개한 기차의 운행을 저지하기 위해 철로를 파괴하고, 전신과 전화 케이블을 잘랐다. "

p170 " 비는 사 년 십일 개월 이틀 동안 내렸다. "

p194 " 마콘도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

p219 "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는 그 당시 그 집에서는 정신이 가장 바른 사람이었다. "

p222 " 여기 하느님의 섭리가 계십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백 년마다 단 한 번씩만 오십니다. "

p300 " 고독과 사랑에 의해, 그리고 사랑의 고독에 의해 감금된 아우렐리아노와 아마란타 우르술라는 유일하게 행복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였다. "

#bookstagram #bookreview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백년의고독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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