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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유령해마

by 기시군 2026.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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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해마 #문목하 #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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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년이 되었다. 작가의 #돌이킬수있는 은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하드보일드 스타일리쉬 SF?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다. 같은 해 발표되었던 '유령해마'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건너뛰었고, 그 뒤로 작가는 더 이상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올해 3월, 이 책이 양장본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뒤늦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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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세계관부터 이해해야 한다. 미래 세계, 해마는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가진 여러 개의 인공지능을 한데 담을 수 있는 거대한 그릇'이다. 다른 AI를 흡수해 쓸 수도 있고, 물리적인 형태(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로 나타날 수도 있다. 매 12시간마다 '중앙'에 '기억'을 업로드하며, 자신의 백업이 남은 12시간을 작업한다. 즉 영원히 가동하는 '인공지능의 숙주'다.

그 해마 중 한 명(?)인 '비파'의 시선에 들어온 '너(2인칭 소설이다)' 이미정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7살 때 우연히 발견되어 고아로 자라온 여자. 4천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비파에게 왠지 이미정은 계속 신경이 쓰이는 존재였다. 이미정은 고단한 삶을 이어가지만 성장했고, 딸 같은 존재 이은하의 등장과 죽음이 이어지며 이 알 수 없는 세상과 싸움을 시작한다.

비파 역시 '중앙'의 지시로 '풀어야 하는 문제'를 받아 고민을 시작하고, 이미정을 통해 그 지시를 해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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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맛에는 다시 감탄했다. 전작처럼 빠른 진행과 매력적인 문장들이, 약간은 모호한 세계 속에서 각 이야기 주체들의 사연과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잘 풀어낸다.

다만 두 주인공의 결정 근거가 독자에게 또렷이 전해지지 않는 점은 아쉽다. 조연인 콩고 출신 난민을 무리하게 돕는 여주의 마음, 나중에 설명은 되지만 이들을 함께 돕는 또 다른 중년 여인의 마음. 빠르게 달리다 보니 독자의 정서적 공감을 쌓을 자리를 만드는 것에 소홀했던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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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단정적이되 과하지 않은 문체, 2026년 현재의 작품이라 해도 폭넓게 펼쳐진 상상력 등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세계관을 설명하고 사건이 시작되는 1부는 건조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고 가다가, 2부에서는 일종의 모험영화처럼 등장인물들의 티키타카가 이어지며 조금은 밝은 분위기로 바뀐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게는 흥미로운 서사 방식이었다. 캐릭터와 분위기를 이렇게도 조절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끝내 다 보여주지 않는 쪽을 택한다. 책을 덮은 지금도 '중앙'의 디테일한 정체도, '중앙'에 명령을 내리는 존재의 이름이 왜 하필 '시냅스'인지도, 주인공 해마 '비파'가 끝내 폭주한 이유도 또렷하지 않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인지 한계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이야기 안을 달렸는데, 끝나고 보니 알지 못하는 동네를 지나왔다는 느낌. 이 소설에 대한 내 소감이다.

재미있는 SF소설이었다. 꽤 잘 만든 작품앞에 아쉬움이 남아 있다면 그저 내 기대가 더 컸던 탓이다.

✍ 한줄감상 : 7년이 지났음에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유미의한 주제의식을 담은 웰메이드 SF소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데뷰작 ‘돌이킬 수 없는’이다. 액션성이 강한 전작과 사유가 깊어진 이번 작품의 차이점을 느껴보자.

p7 “ 네가 두려워할 것을 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두려워하는 건 네 숙명이고, 그걸 아는 건 내 숙명이다. “

p13 “ 지난 12시간의 기억이 해마 도체에 원자의 크기로 저정되었다. “

p56 “ 인간이 따뜻하고 건조한 장소와 포만감을 원하듯 해마는 외부의 질문에 답을 내리길 원한다. ‘

p67 “ 해마만큼 비극을 견디느 내구성이 좋은 존재가 또 있을까. “

p84 “ 네 망막이 서버와 연결돼 있다는 건 즉 나와도 연결됐다는 스이었다. “

p142 “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을 인간이라고 확신 할 수 잇는 건 너뿐이야. 다른 인간들은 내게 그런 확신을 주지 못해. “

p183 “ 닥쳐, 247.30 헤르츠. 백업이 기어이 나를 본명으로 불렀다. “

p210 “ 해마의 현실 세계에는 로봇이 간섭할 수 없습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이쪽 세상에서 태어나고 죽는 것들이에요. “

p244 “ 숙주 없는 해마는 껍데기일 뿐이다. 해마가 단독 개체로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장소는 중앙밖에 없고, 나는 그것을 언제나 잘 알고 있었다. “

p338 “ 태어난 모든 존재는 언젠간 반드시 소멸하고, 분해되고, 전혀 다른 존재와 결합하여, 이전의 모습을 찰을 수 없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 “

#bookstagram #bookreview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유령해마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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