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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천명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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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의 천명관이 돌아왔다. 영화감독으로 나섰다가, 영화 실패 후 문학으로 복귀하는 첫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1950년대 앵벌이 고아들의 이야기를 한권의 장편소설에 담았다. 왜 그 때, 이런 이야기를 선택했나가 궁금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된, 사람들에게 현실이 아닌, 들쳐보기 싫은 역사의 옅은 장면들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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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동이는 피난민이다. 전쟁 중, 불행히도 어머니는 피난하는 배에 올라타지 못하고 홀로 부산항에 떨어졌다. 서울에 가서 기다리면 엄마를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몇날 며칠을 걸어서 서울에 왔다. 하지만 더 사나운 인심, 동이는 목사행세를 하는 악독한 앵벌이 포주에 잡혀 매일 매일 앵벌이에 나선다. 적선받은 돈은 모두 빼앗기고 하루 한끼 멀건 죽 한그릇으로 삶을 이어간다.
그런 동이에게 우연히 '아코디언'을 만질 기회가 생긴다. 전쟁 전 엄마의 찬송가 연주를 기억했다. 따로 배운적도 없지만, 절대음감이었던 동이는 스스로 아코디언 연주를 깨쳤다. 납짝 업드려 돈을 구걸하는 앵벌이보다 음악을 연주하는 앵벌이는 수입이 좋다. 포주는 기뻐한다. 동이는? 앵벌이 소굴에서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을 챙긴다. 사건 사고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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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포주는 아이들에게 마약을 멕여 수치심을 잊게 하고, 어린 맹인 여자아이를 수시로 범해 아이를 임신시킨다. 먹고 살기 힘들어 이 목사에게 아이를 판 부모도 있다. 전쟁 직후였고, 모두가 비극 속에서 살아갔다. 전쟁 중에 죽은자와 전쟁 속에서도 살아난 자들의 이야기가 섞여있다.
산자들에겐 시련이 닥치고, 그걸 겨우 극복해 낸다 치면 다시 고통이 몰아치는 시절의 이야기였다. 주인공 동이는 그 고통을 '같이' 이겨내려는 작은 히어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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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졌던 궁금증은 책을 읽으며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는 사람들 사이의 가장 밑바닥을 보듬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극한의 생존조건에서도 아귀다툼만이 있지 않았다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나는 추측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 자신을 믿어야 해.' 동이가 어린 앵벌이에게 한 말이다. 살아남은 자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마음자세이자, '깡통'만한 희망이라도 이어갈 수 있게 사람의 마음을 다 잡는 소중한 한마디 일 것이다.
다만 ‘고래’에서 느꼈던, '전통'과 '해학'이 기묘하게 맞물리며 만들어내던 그 힘, 황당무계한 이야기인데도 결국 '우리 것'의 서사로 남던 그 기묘한 균형이 이번 책에선 옅었다. 이 소설은 그보다는 고난 속 한 소년의 의로움, 인간승리라는 좀 더 익숙한 좌표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천명관다운 입담과 디테일은 여전히 묻어났지만, 그 입담이 만들어내던 묘한 균형감은 살짝 비켜간 인상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그만큼 따라왔다.
✍ 한줄감상 : 세상에 혼자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작가의 말이 남는다.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과 지금의 우리는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작가의 흥미로운 서사를 따라가며 느껴보자. 다만 ‘고래’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번엔 조금 다른 결의 천명관을 만나게 될 것이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얼마 전에 읽은 박완서 선생님의 단편집 ‘쥬디 할머니’에 실린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이 떠오른다. 전쟁 전후의 삭막함, 그리고 그것과 대적하는 '인간의 모습들'은 박완서의 글 속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풍경이다.
p24 “ 세상은 점점 더 명랑해졌지만 어린 앵벌이가 엎드려 있는 발아래의 세상은 여전히 춥고 외로웠다. “
p59 “ 마치 오랫동안 몸의 일부였던 것처럼 아코디언이 자연스럽게 가슴에 달라붙었다. “
p73 “ 언젠가 글을 깨치게 되면 넌 세상의 모든 앵벌이 중에서 두번째로 똑똑한 앵벌이가 될 거야. “
p153 “ 너는 재주가 있어서 사는 게 쉽지 않겠구나. “
p296 “ 앵벌이들은 모두 그림자 인간이었다. 가족도 없었고 호적도 없었다. 거리에 해가 떨어지고 날이 저물면 그림자가 지워지듯 모두 사라져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
#bookstagram #bookreview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아코디언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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