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연월일

by 기시군 2026. 7. 7.

✔️
#연월일 #옌롄커 #북다

🌽
삶에 대한 질문을 이렇게 받기도 하는구나 생각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서도,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눌러 놓았던 질문들이 이어진다.

이 얇은 한 권의 소설이 참 무겁기도 하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
천 년 만의 가뭄이 들이닥친 중국의 바러우산맥 근처 마을,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72살의 셴 할아버지와 그의 눈먼 개만 남았다. 옥수수 농사를 짓는 마을이다. 할아버지는 들판에 홀로 싹을 틔운 옥수수 모 한 포기를 지켜 '종자'를 얻어낼 결심을 한다. 말라가는 우물에서 물을 퍼다 옥수수 싹에 주고, 싹을 틔우지 못한 옥수수 알을 밭에서 캐내어 눈먼 개와 나눠 먹으며 시간을 버틴다.  

물은 말라버렸고,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 이 둘은 그냥 죽어가지 않는다. 세상과 부딪히며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냄'을 실천한다.

' 제게 뭔가 수확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세요…. 한재를 피해 피난을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면 이 옥수수를 다른 마을 사람에게 넘겨야 하거든요. 이건 이 산맥의 종자란 말이에요. p83 '

할아버지의 의지는 죽는 것보다 더 어렵게 삶을 선택하며, 그 삶마저 '의미' 속에 던져버리고 만다.

🌽
읽으며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거의 비슷한 구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목표를 향해 온몸을 던지는 두 인물, 산티아고와 셴 할아버지. 다만 산티아고의 지지자인 소년 마놀린은 바다에 동행하지 않았고, 셴 할아버지의 협력자인 눈먼 개는 끝까지 할아버지와 운명을 같이한다. 마놀린의 부재가 산티아고의 싸움을 오롯이 한 개인의 것으로 남긴다면, 눈먼 개의 동행은 셴 할아버지의 싸움을 끝까지 '함께 살아냄'으로 만든다.

가장 극명한 차이라면, 산티아고가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태도를 취했다면, 셴 할아버지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조차 '과정'으로 삼아버리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낫다 말할 수 없다. 두 작품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둘 모두 의미가 있는 작품일 것이다.

🌽
시놉만 보면 별다른 '재미'가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긴장하며 읽게 되는 사건들이 이어진다. 읽는 재미까지 숨은 좋은 소설. 이 소설이 왜 옌롄커의 대표작인지 알 듯하다. 추천.😎

✍ 한줄감상 : 인간의 존엄은 어디서 오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고 나는 존엄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이어진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피드에서 언급했지만, 단연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이다. 비교하며 읽어볼 만하다.

p34 " 그제야 개의 두 눈동자가 작열하는 해에 말라버린 것을 깨달았다. 이마 아래 두 눈이 있던 자리에는 우물 같은 구멍만 남아 있었다. "

p38 " 연한 무 같은 옥수수 줄기 옆구리에 물처럼 청홍색을 띤 작은 싹이 나 있었다. "

p57 " 하늘이 굶어 죽고 땅이 굶어 죽은 뒤에야 이 셴 영감도 굶어 죽게 될 게야. "

p78 " 셴 할아버지는 이 산맥에는 옥수수 알갱이가 한 알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

p138 " 셴 할아버지와 눈먼 개는 이날 밤 쥐 열세 마리를 잡아 달빛을 빌려 가죽을 벗기고 삶았다. "

#bookstagram #bookreview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年月日 #閻連科 #연월일_기시리뷰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켑틱 46호  (0) 2026.07.03
압록강은 흐른다  (0) 2026.07.01
아코디언  (0) 2026.06.29
인간선언  (0) 2026.06.27
인비인  (0)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