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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가 중 오래된 팬들을 꽤 많이 가지고 있는 거장 이승우작가. 탄탄한 필력과 철학적 분위기, 정말 최선을 다하는 듯한 간절항 문장들, 구성력 등 소설가가 가져야할 모든 능력은 다 가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현대문학 핀시리즈 중에 그의 작품이 있다는 것이 눈에 띄어 구매했다. 오랜만에 만남이다. 등단 40년이다. 최근의 이승우 작가는 모습의 작품을 내고 있나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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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업가 '한중수'는 공황장애같이 갑자기 머리를 울리는 굉음에 고통을 받는다. 친구이자 정신과의사인 J의 추천으로 멀리 대서양 어촌마을로 긴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선 어선을 타다 그 마을에 정착한 J의 외삼촌 '핍'이 살고 있다. '한중수'는 '핍'에 집에 머물면서 생활하다가 마을에 있는 '피쿼드'라는 선술집에 거주하는 선교사 '타나엘'을 만나게 된다. 이 셋은 각자의 ‘죄의식’에 고통받고 있다. 이들이 힘들게 펼쳐내는 말로하는 '글쓰기'로 치유와 화해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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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한중수, 이미 도착하여 '회복'을 기원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 소설은 한편의 기도문이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J(아마도 신일 것이다.)은 한중수에게 그 고통을 빠져나올 수 있는 가이드, 즉 구원의 방법을 알려준다. '길을 떠남'과 '걷고 보고 쓰는 것'이라 말해준다. 참회는 그 과정에서 이루어 질 것이라 예언한다. 도착한 유배지에는 먼저 도착한 두명의 인물들이 세계와 자아의 분열속에서 계속 고통받고 있다. 쓰는 것으로 그들의 고통은 해소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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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선 계속 #모비딕 의 이미지가 차용된다. 거대한 고래의 눈으로 내려다 본 인간의 욕망은 왜소하기만 할 것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진정한 고통에서의 해방과 자유는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종교적 결론을 가지고 있는 이승우작가의 의견대로 신앞에 제물로 자신의 몸을 던질 수 있는 깊은 믿음이 있어야 그것이 가능할까? 이 책은 크리스천인 독자들에게는 좋은 질문과 대답에 대한 질높은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 될 것이다. 다만 무신론자인 나와 같이 구원이 포기되어진(?) 인물들에겐 막힌 길을 가리키는 조금은 소설이 되어 버린다. 종교적 선입견을 최대한 지우고 문학적 성취만을 느끼려 노력했다. 진지했고 잘 쓰여졌으며 각 인물들의 고통의 원인은 합리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종교적 고민이 깊은 독자라면 추천할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덧,
평소 가장 부러운 분들이 믿음이 깊은 분들이다. 거친 세상 살아가는데 내 몸뚱이 하나 믿고 살아가는 것과 신의 말씀대로 실천하면 미래를 보장해 주는 삶은 스트레스의 퀄리티에서 차이가 난다. 😭 부럽다. 나도 잘하면 교인이 될 수 있었다. 어릴 때 친구의 손에 끌려 방문한 첫 교회, 마침 부흥회(정확한 행사명은 모르겠다.) 인지 사람들이 옆사람과 손을 잡고 마구 울부짖는 모습에 놀라 다시는 교회에 가지 못했다. 교회에 다니면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다며 내손을 끌었던 친구놈을 구박했던 기억만 있다. 내가 종교가 없는 건 다 그 놈 때문이다. 😁
p48" J는 대체로 한중수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는데, 그것은 한중수가 J에게서 자기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었다. 혹은 자기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만을 듣기 때문이었다. 설득은 설득하는 사람의 권위보다 설득당하는 사람의 형편과 의지에 더 의존한다. 말하는 사람이 효과적인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효과적인 말로 듣기 때문에,그 경우에만 설득이 일어난다. 심지어 스스로 결정한 것을 추인받거나 이미 한 선택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의, 권위를 가진 목소리를 설득하는 자로 불러오기도 한다."
p66" 낯선 언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것은 자기를 객체로, 남으로, 낯선 이로 만드는 것과 같다. 그것은 있던, 익숙한 세계로부터 자기를 숨기는 행위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기를 숨기는 행위이기도 하다. 세계는 그를 알아보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자신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완벽한 숨음이다. "
p83" 그의 글은 일기와도 같고 기도와도 같았다. 자발성과 자구적 성격에 있어 일기와 기도는 같다. 일기는 자기를 향해 쓴 기도이고, 기도는 신을 향해 쓴 일기이다. "
p134" 우리가 걸어서 거기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으면, 걸은 만큼 거기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가 두 다리로 부단히 걸어 그 시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단한 걸음에 의해 그 시간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여섯 시간을 걸었다. 나는 오늘 여섯 시간만큼 나를 밀어낸 것이다. "
p178" 어렵게 말하는 사람에게 알아듣기 어렵게 말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은 쉽게 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일 뿐이다. 쉽게 말하는 사람의 거침없음이 그에게는 없다. 이것은 정직성과는 다른 문제이다. 자기를 변호, 또는 보호해야 하고 타인의 반응을 예상, 또는 대비해야 하는 사람의 말은 직선일 수 없고 짧을 수 없다. 직선의, 짧은, 거침없는 문장은 권력자의 것이거나 바보의 것이다. 권력자나 바보는 고백을 모른다. 고백은 비밀을 가진 자의 문장인데 권력자와 바보에게는 비밀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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