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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었다. 그냥 정리해볼 요량으로 책만 펼쳤을 뿐인데 다시 읽고 말았다. 밤 12시에 말이다. 다행인건 #드라이브마이카 의 원작인 3편의 단편 만 골라 다시 읽었다. 아직 이성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하루키의 얌체같이 사랑스러운 문장들에 난 그냥 녹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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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영화를 못봤다. 3편이 어떻게 영화에 한작품으로 묶어내었을까 궁금하다. 3편의 개요만 보자.
- 드라이브 마이 카
중년의 남자배우 '가후쿠'는 새로 채용한 여자운전기사 '미사키'의 무뚝뚝함이 맘에 든다. 예전 이야기들 하다가 여배우였다가 죽은 자기 아내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내는 다른 남자들과 바람을 피웠다. 가후쿠는 궁금했다. 아내가 왜 그랬는지. 아내의 남자들에게 접근했던 이야기를 미사키에게 하게된다.
- 셰에라자드
이유는 알수 없지만 남자는 숙소에 숨어있다. 정기적으로 여자가 식료품 등을 가져다 준다. 어느틈에 여자와 남자는 몸을 섞게된다. 섹스 직후 여자는 천일야화의 '세에라자드 왕비'처럼 어떤 기묘한 이야기를 남자에게 들려주게 된다.
- 기노
'기노'는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집에서 다른남자와 섹스를 하는 아내를 목격하고 바로 집을 떠난다. 그리고 이모의 도움으로 작은 술집을 연다. 회색고양이와 조금은 이상한 손님들이 드나드는 조그만 가게다. 어느날 고양이는 사라지고 어떤 경고를 받게 된다. 바로 가게를 떠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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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 제목처럼 여자가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는 자신의 페르소나들인 남자 등장인물을 통해서 '사랑'과 '사랑'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마음'과 ‘관계’을 그린다. 하루키 소설에서 상황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상황 안에 인물들의 대사와 묘사을 통해 울리는 문장들이 그 자체로 그 의미를 가지게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자를 '쾌락'의 대상으로만 이해하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이 비춰진다. 격렬한 섹스보다 섹스 후 나른하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나누는 대화와 쓰다듬는 손길이 더 사랑의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묻는듯하다. 역시 정답은 아니다. 여전히 하루키의 남자들은 여자와 사랑을 잘 알지는 못한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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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에 남자들은 사랑을 잃기도 하고 사랑에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문제는 자신이 상처 입었다는 사실 자체도 느끼기 힘들어 한다. 작품의 대사처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인지하고 최소한 자기의 마음이라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어 하는데, 그것에 미숙하다. 이 관계의 삐꺽임을 문학적으로 잘 꾸려 낸 것이 이 책 '여자없는 남자들'이다. 초기 단편들이 생각도 나고, 날렵한 문장들이 다시 봐도 재미있다. 👍🏼
덧,
영화는 나중에 확인해 보려한다. 어떤 세계를 재창조했을 지 궁금하다. 평이 무척 좋던데 아직 OTT에 올라온 것이 없어서 못봤다. 조금 기다려야겠다.
p37"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p214"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그에게 그것을 넉넉히, 그야말로 무한정 내주었다. 그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p265"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고 기노는 인정했다. 진짜 아픔을 느껴야 할 때 나는 결정적인 감각을 억눌러버렸다. 통절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진실과 정면으로 맞서기를 회피하고, 그 결과 이렇게 알맹이 없이 텅 빈 마음을 떠안게 되었다."
p268" 아무리 텅 비었을지라도 그것은 아직까지는 나의 마음이다. 어렴풋하게나마 거기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 있다. 몇 가지 개인적인 기억이 바닷가 말뚝에 엉킨 해초처럼 말없이 만조를 기다리고 있다. 몇 가지 감정은 베어내면 필시 붉은 피를 흘리리라. 아직은 그 마음을 영문 모를 곳으로 떠나보내 헤매게 할 수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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