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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캐럴

by 기시군 202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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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천국보다낯선 을 인상적으로 읽고 바로 신작 장편이라는 이 책을 구매했다. 이장욱작가는 매끈한 문장력, 능숙한 캐릭터 축조 능력 등 기본기는 이미 장인의 경지에 이른 작가라 생각한다. 거기에 독특한 플롯구성을 통해 일반적인 '소설형식'을 뒤틀어 내보이는 매력이 일품이다. 읽어보니 이 책 '캐럴'도 그 뒤틀림이 만만치 않다. 쉽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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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보자. 제목 '캐럴'은 크리스마스 캐럴의 그 캐럴이다. 2019년 이브날 저녁 늦은 퇴근을 하는 잘나가는 컨설팅회사 젊은 사장 '윤호연'에서 낯선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은 아내의 전 남자친구이며 오늘 자살을 할것인데 그전에 자신을 만나달라는 것이다. 무시할까 하다가 이상한 호기심에 남자가 알려준 술집으로 발길을 향하게 된다. 술집에서 만난 남자는 자신이 죽으면 당신도 죽게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 알 수 없는 소리다. 소설은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1999년과 2019년을 오가며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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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해보다는 느끼며 읽는 책이다. 논리의 틀에서 세상과 나를 풀어내려 한 작품이 아니라 순환의 고리안에 개인의 삶과 고통을 자신만의 '뒤틈'의 스킬로 구현해 낸 작품이다. 예를들면 정교한 구상에서  예술성을 찾으려던 화가들이 어느날 강렬한 색감의 대비를 통해 자신 감정을 드려냈던 것 처럼 이 작품은 자신만의 서사방식로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실험한다. 쉽게보자. 글로 할 수 있는 것은 묘사와 서사이지만, 이장욱은 그안에 리듬을 집어 넣는다. 뿐만 아니라 개별단위의 장면들은 각종 이미지의 중첩으로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그 개별단위들 간은 비논리적으로 연결시켜버려 낯선 경험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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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반쯤에서는 초기 #하루키 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이상한 사건에 빠져드는 주인공과 거대서사보다 개인의 디테일에 집중하는 태도 등이 그런 연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아니다. 이장욱을 가르켜 '신서사'을 구사한다고 하는데 조금은 이해가 간다. 매력적이며 지적이고 매끈한 문장과 다면적이고 비논리적으로 얽힌 서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이장욱스타일이다 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재미있게 읽었다. 이해하려는 점을 포기하는 순간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 아직 작가의 단편을 못봤다. 단편도 챙기고 다음 장편도 필구하기로 결정했다.

덧,

사족이지만, 스트레이트한 서사를 즐기는 독자에겐 추천하기 어렵다. '무한'이라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사랑과 관계라는 카테고리에 집어넣어 일종의 추상화처럼 만들어 낸 작품이라 서사의 통쾌함은 없다고 봐야한다. 참고가 되시길.

p10"이상한 일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믿음의 대상이 되다니.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믿음이 강해지다니. 사랑도 마찬가지인가. 당신을 온전히 알지 못해서 사랑의 감정이 고양되는 건가. 나에게는 그런 것이 무섭고도 우울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p21"뭔가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는 마음속의 구멍과 비슷하다. 구멍으로 바람은 들게 마련이고, 그런 바람이라도 좀 들어야 숨을 쉴 수 있는 법이니깐."

p114"불길한 감각이 서서히 도의 몸에 스며들었다. 이 감각에 슬픔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일 것이다. 감정은 이름을 얻기 전에 이미 작동하는 것이다. 깨닫기 전에 육신을 잠식하는 것이다."

p303"당신은 지금까지의 삶이 낯설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 지금 이 순간은 삶보다 죽음 이후에 가깝다는 기분이 된다.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삶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다른 종류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상하고 신선한 세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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