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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춥고 더운 우리집

by 기시군 202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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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부터 앞섰다. 너무 추워보이는 표지에 독자들이 피할까 싶다. 우울한 이야기만 가득할 꺼라고 지레짐작할 것 같았다. 아니다. 물론 춥고 더운집에 살았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작가가 되어 부동산이 아닌 '집'을 찾고 짓고 '집'에서 살면서 사람들과 지내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다.  차분히 읽고 생각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좋은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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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집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능력없는 부친덕분에 오두막보다 못한 집에서 살아내던 이야기들, 하나둘 죽고 떠나 자신의 '집'이 사라진다. 2부는 성장한 저자가 '집'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집터를 찾고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마지막 3부는 나의 '집'을 두고 관계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 도시 아파트, 시멘트 위에선 느껴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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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다이나믹한 일생을 보낸 작가로 알고 있다.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들어갔으나 환경때문에 바로 그만두고, 가출을 해서 여공생활을 하기도 하고, 일을 하고 등단을 하고 곡성으로, 광주로, 전주로, 일산으로 심지어 독일까지 삶의 터전을 옮겨다닌 60여년의 일생이다. 책은 곁가지를 모두 쳐내고 자신의 '집'에만 집중한다. 당신에게 집은 무엇인가?  이렇게 독자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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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시간이 지나면 나도 정할 것이다. 마음 편한 아지트를 만들어야 한다. 나와 오랜세월을 같이한 잡동사니들과 함께 남은 세월을 새겨넣을 하나의 '집'을 정해 살 생각이다. 작가처럼 '수북'이라는 단어가 맘에들어 전남 '수북리'에 집을 짓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부동산가격이야 망하던 말든 아주크진 않더라도 넑직한 서재가 있는 '집'을 짓고 세상떠날때까지 '본부'로 써볼 요량이다. 벌레가 많고 아프면 병원이 멀어 힘들다 어쩐다 말들도 많다만, 내 마음 속 집은 그런걸 어떻게 하랴. 작가 덕분에 '집'에 대해 좀더 생각하게 되었다.

덧,
작가님의 사진을 보면 포스가 느껴진다. 이런 큰누님이 있다면 웬지 의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막걸리 한사발 받아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

p.31"집도 사람과 같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으며 집도 그와 같은 것이 있다. 집도 생각할 줄 안다. 집도 표정을 가지고 있다. 때는 집이 말도 한다. 집은 웃는다. 집은 울기도 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느낌으로 알았다."

p79"나에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인가. 내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이어야 하는가. 내게 집이란 무엇인가. 어디로 떠나도 언제고 돌아올 수 있는 집, 나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내 물건들이 편히 자리 잡고 있는 공간, 그곳이 내 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가지고 있다가 값 오르면 팔고 나올 ‘부동산’이 아닌, 비 오는 날의 우산으로서의 집. 눈 오는 날의 베이스캠프."

p.214"내가 기억하는 내 가족의 최초 모습은 어느 여름날 아침에 식구들이 평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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