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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기시군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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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느낌의 책이다. 그저 100년 미국 생물학자 전기인것 같은데 왜 이렇게 평이 좋을까 했다. 읽고 나니 알겠다. 생각을 잘못했다. 이 책은 한 인물에 삶을 조망하며 스스로를 비추어 보는 자기성장의 기록이다. 자신이 가진 틀을 깨어부수는 한 여성의 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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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모르지만, 미국에선 유명한 학자인것 같다. 스텐퍼드대학 초대 총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는 생물학자 특히 분류학자로 지구상의 어류 1/5을 수집하고 이름을 붙힌 학자로 유명하다고 한다. 저자는 그의 소년시절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점차 성장하는 학자의 모습을 그린다. 더불어 학자의 삶을 바라보는 저자 룰루 밀러 자신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학자가 살아가며 선택한 일들과 그 이유를 지켜보며 저자는 자신의 생각, 고통, 고민, 갈증을 성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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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솔직한 책이다. 타인의 삶을 내 삶 안으로 끌고 들어와 최대한 정교히 반추해 내려는 시도. 멋지게 성공했다. 젊은 여성인 저자는 어린시절 까칠한 과학자 아버지로부터 잔인한 진실을 듣게된다. 우리 인간은 우주의 먼지와 같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진실'을. 그 '진실'이 그녀의 삶에 도움이 되었을까? 저자에겐 아니었다. 한 생물학자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정리한 이 책은 그 '진실'에서 스며있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 그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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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필요없다. 그냥 읽기를 추천한다. 아무런 사전배경이 없어도 읽다보면 이 책의 마력을 느낄 것이다. 꼭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듯한 저자의 생각과 호흡을 느끼길 바란다. 또한 제목인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은다'는 그냥 비유만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에도 놀랄 것이다. 책을 덮고 잠시 머리속에 머물렸던 말, '성장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다른사람들의 말을 더이상 믿지 않은 법을 배우는 거야'라는 문장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좋은 책이다.

덧,

이 책은 #김금희 작가님의 피드에서 추천받았다. 사실 읽을 생각이 없던 책이었는데 작가님의 피드에 확 꽂혀버렸다. 더구나 짧게나마 댓글과 대댓글로 소통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친절한 작가님. 😁👍🏼

p54"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열렬히 기다려왔다는 듯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p141"우리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냉담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고, 수십만 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며, 자연 앞에서 무방비 상태이고,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이 결국에는 파괴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낼 수도 있고, 인생의 시련 속에서 계속 밀고 나아가도록 도와줄 수도 있으며, 그 시련 속에서 가끔 우리는 우연한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p189"이는 때로 ˝민들레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철학적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p228"아버지에게 할 반박의 말을 찾아냈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

p263"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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