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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박사가 사랑한 수식

by 기시군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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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모아논 책장에서 이 책이 눈에 띄였다. 대부분 장르소설에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하드고어 책들 사이에서 오롯이 자리를 지키는 착한 소설 한권. 수학과 일본소설의 만남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다. 성향상 모름지기 일본소설이란 피를 튀기거나 19금이 넘실거려야 한다는 못된 기준이 있어 착한 일본소설은 드물게 가지고 있기에 귀하다. 😊 한번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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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학자집에 아들딸린 가사도우미가 입주한다. 문제는 이 노인네가 사고를 당해 기억이 1975년에 멈춰있고 새로운 기억이란것이 겨우 80분씩 밖에 유지가 안된다. 매일 아침이 새로운 노인은 양복 곳곳에 꼭 기억해야 하는 상황과 내용들이 메모지로 잔뜩 붙여놨다. 매일 아침마다 박사와 도우미,그리고 열살먹은 그의 아들은 똑같은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며 생활해 간다. 수학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프로야구팀릉 응원하며 수학자와 모자는 점점 마음이 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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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멘토 가 연상된다. 다만 그정도의 사건은 없다. 큰 사건 전개 없이 소설은 편안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묵직하게 읽힌다. 그것은 아마 '수학' 때문일 것이다. 박사는 모든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다. 생긴것이 루트를 닮았다고 도우미 아들네미에게 '루트'라는 별명을 붙히면서도 그는 '루트'는 어려운 수학기호가 아니라 어떤 숫자든지 꺼려하지 않고 자기 안에 보듬는 관대한 기호라고 설명한다. 또한 약수, 우애수, 페르마의 정리 등 수학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결국은 수학을 통해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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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외계인을 만나더라도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수학'일 것이라한다. 우주의 본질을 알수 있는 근본적인 '수학'에 대해서 문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생긴다. 완전수라는 말이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왠지 엄청나게 완벽한 뉘앙스를 주지만, 실상 완전수는 그 체계안에서의 질서다. 수학은 질서를 찾아간다. 완전한 질서는 아름답고 수학에서의 아름다운질서는 진실이다. 용기있게 진실을 찾아가는 박사의 모습에서 두사람은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간만에 착한 소설을 살펴봤다.

덧,

박사가 가장 사랑하는 수식은 '오일러의 법칙'이다. 잠깐 본문에 내용을 설명할까 하다가 포기했다. 한번 수포자는 영원한 수포자라 가능이나 하겠는가 싶었다.  😅 구글링해서 한번 다시 읽어보긴 했다.

p26"...."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물론 제일 먼저 진실에 도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증명은 아름답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증명에 아릅답고 아름답지 않은 구별이 있나요.?" "물론이지"

"정말 옳은 증명은 한치의 빈틈도 없는 딱딱한 부드러움이 서로 모순되지 않게 조화를 이루고 있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너저분하고 짜증 나는 증명도 얼마든지 있어. 알겠니? 왜 별이 아름다운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수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곤란한 일이지만 말이야"...."

p144"신은 존재한단다. 왜냐하면 수학에는 모순이 없으니까. 그리고 악마도 존재한단다. 왜냐하면 그것을 증명할 수 없으니까."

p202"그렇다면 자네는 꽃이나 별처럼, 0도 인류가 태어났을 때 이미 눈앞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무 고생 없이 그 아름다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말이야? 아아, 오해야 오해. 자네는 인류의 진보가 얼마나 위대한지 감사해야해.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랄 지경이지. 벌 받을 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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