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0년

by 기시군 2022. 5. 12.

✔️

📕

1945년에 종전말고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상세히 아는 사람은 적다. 나름 역사책를 소비했다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독일과 일본은 패망했고 세계의 정의를 세워졌겠구나했다. 우리에겐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한국인들의 사진 몇장으로 기억되지만,  2차세계대전 종전의 해인 1945년을 생각보다 복잡하고 끔찍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 한해였다. 그 1945년을 현대의 시작이라 보고 당시 세계를 디테일하게 분석한 책이 이 책 '0년'이다. 오랜만에 뒤적여 본다.

📗

책은 폐허로 끝난 세계대전의 현장들을 3부로 나누어 조망한다. 1부 '해방 콤플렉스'에서는 해방의 환호에 가득한 파리, 성매매을 할 수 밖에 없는 베를린의 여성들, 기아, 나치의 피해자들 가한 복수의 양태 등을 집는다. 2부 '잔해를 걷어내고' 에서는 여전히 박해를 받는 유태인들, 미국이 진행한 어설픈 탈나치화 작업들, 부역자 처벌에 열심이었던 드골이 의외로 기득권층은 보호했던 이야기 등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넘친다. 3부 '네버 어게인' 에선 우리 한반도의 비극을 비롯하여 일본 개조 프로젝트 등 다시 세계질서를 정리하는 과정등이 담겼다.

📘

전쟁이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것이 아니었다. 패배의 페허속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정리를 위한 승리자는 우왕좌왕했다. 도덕성은 무너졌고 기회주의자들은 승자의 완장을 차고 피해자인 패전국 국민들을 유린하기도 했다. 정치는 정의보다는 승리한 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졌다. 승리한 자 들끼리도 반목했으며 복수는 부조리하게 이루어졌다. 이해관계는 갈리게 되고 살아남았던 약자들은 더 희생하게되었다. 현대의 0년은 바로 냉전의 시작이 된다.

📙

책은 승리와 패배의 순간, 국가가 아닌 인간은 어떻게 그 혼돈의 시간들을을 보내는지와 어떻게 상처가 치유되는지에 집중한다. 소련군에게 강간당하고 생존을 위해 푼돈에 몸을 팔아야했던 독일여성들의 이야기. 막상 1945년 중반 종전이 된 후에도 지속되었던 살해의 현장들. 독일 일본의 전쟁포로들은 비굴한 패자로 취급받아 자국으로 돌아가 냉대와 무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귀향한 유태인들은 계속 위협받고 쫓겨난다. 나치 덕에 그들의 재산을 차지하고 있던 '일반인'의 소행이다. 1000명 이상의 유태인이 또 살해된다. 이들이 이스라엘 건국으로 모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후의 국가들은 정확한 부역의 처벌/반성/숙청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세상은 기회주의자들의 득세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이 전쟁을 겪고 독재정치에 오랜세월 시달렸던 20세기 대한민국의 배경이기도 하다. 역사 대해 좀 더 사유하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덧,

그리고 미시사로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다. 디테일하고 많은 사례들을 담고 있다. 생각보다 전후 일본과 한국의 관계도 꽤 나와있는 편이다. 나름 유명한 책이라 많이들 보셨겠지만, 아직 못보셨다면 세계사에 관심있으신 분들께는 추천할만 한 책이다. 😊

#0년 #이안부루마 #신보영옮김 #글항아리 #IanBuruma #YearZero #AHistoryof1945 #세계사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history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메토라  (0) 2022.05.13
김박사는 누구인가?  (0) 2022.05.12
해가 지는 곳으로  (0) 2022.05.12
분더카머  (0) 2022.05.12
이동진 독서법  (0) 20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