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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김박사는 누구인가?

by 기시군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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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재미를 같이 주는 소설가, 파격과 안정감을 같이 줄수 있는 소설가로 난 이기호작가를 뽑는다. 지난 책 정리할 시간에 책장을 보니 그를 처음 만났던 책이 눈에 띄어 책을 집어 들었다. 추리물을 연상시키는 제목, 사건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사건 사이의 이야기를 추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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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동'으로 시작하여 '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까지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빠짐없이 재미있다. 몇편의 개요부분만 보자.

- 밀수록 가까워지는

숫기없는 삼촌에게 할머니는 여자좀 꼬셔보라고 자신의 비상금을 털어 자동차(프라이드)를 사준다. 말수없는 삼촌은 사라지고 프라이드를 보니 '후진'이 안되는 상태다. 삼촌의 행방을 찾아 보는데...

*김박사는 누구인가?

게시판 댓글을 통해 김박사외 대화하는 주인공은 임용고시에 탈락한 아픔과 현실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김박사는 주인공에게 거침없는 카운셀링을 한다. 문제는 후반부. 갑자기 작가가 화자로 등장하는데…

- 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

집에 문이 잠겨 어쩔 수 없이 짧은 반바지를 입고 동네 슈퍼를 가게 되는 주인공, 문제는 이 반바지가 트렁크 팬티로 보이는 바람에 동네에서 시비가 붙는다. 곤경에 처한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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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이 있다. 주인공은 주요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어수룩하다. 허둥대며 어쩡쩡하다. 세련되고 똘똘해 잇권에 밝은 사람들이 아니다. 이 사람들이 사건을 일으키키고 휘말리기도 한다. 해결을 하는가 싶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우당당 넘어져 버린다. 슬프지만 우스꽝스럽다. 작가는 이런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툭툭 먼지 털어주고 또 이야기를 이어간다. 너무 자연스럽다.

📙

이 책을 시작으로 이기호작가의 전작을 뒤졌던것으로 기억한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위트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조금은 뻔뻔스럽게 '이야기'룰 이러저리 주무르는 소설가. 무난한 소설로 앞부분을 시작하나 여지없이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펼쳐진다. 어느 순간은 웃음이 나고 어느 순간엔 우울해 지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의 연민을 가장 잘 끌어내는 작가라고도 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것 처럼,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잘 잡는 작가, 이야기 축조의 내공이 깊은 작가. 내가 애정하는 작가 이기호가 바로 그다.

덧,

다른 피드에서도 한번 언급했던것 같은데, 뇌피셜이긴 하지만 이기호 작가는 내성적이면서도 결정적일 때 할말 다하는 스타일 같다. 비슷한 연배의 인싸 김중혁작가와는 조금 다른 성격으로 추정된다. 술친구를 하자면(그럴리는 없겠지만) 이기호 작가가 내 스타일이다. 😊

p85"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 속에 한 가지씩 여백을 두고, 그 여백을 채우려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법인데, 그게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인데, 그때의 나는 그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p130"Q: 김 박사님, 김 박사님...... 김 박사님께서 해주신 이야기 잘 들었어요. 하지만 김 박사님...... 이 개새끼야, 정말 네 이야기를 하라고! 남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네 이야기, 어디에 배치해도 변하지 않는 네 이야기 말이야! 나에겐 지금 그게 필요하단 말이야, 김 박사, 이 개새끼야."

p263"나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짐작과 진실 사이엔 그리 큰 강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짐작이란, 어쩌면 진실을 마주 보기 두려워서, 그게 무서워서 바라보는 그림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갖게 되었다. 그러니 이 이야기의 운명 역시 어쩌면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모르는 척 다른 이야기를 하는 마음들, 강의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하는 짐작들. 나는 지금 그것을 하려고 하고 있다."

p339"어쩌면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참아내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지금 참아내고 있는 그 무엇으로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독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죄의식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거절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망상을 참아내는 사람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사람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참아내기도 한다. 누가 어떤 괴물 같은 짓을 하더라도, 그것을 누가 참아내고 있는가, 누가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는가.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말해주는, 숨겨진, 또 하나의 눈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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