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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아메토라

by 기시군 202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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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이 너무 이뻣다. 누드사철제본이라 하여 측면이 옛날 천자문같이 묶인채로 드러난다. 그위에 옅게 인쇄된 책제목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던 분야였다. 문화사 중에서도 복식사, 그것도 현대 남성 패션 관련해서 디테일한 컨텐츠를 다룬다. 궁금했다. 이 책은 미국인이 쓴 일본의 패션사로 패망 후 일본에서 어떻게 아메리카 스타일의 패션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를 아주 자세히 다룬다. 남자의 패션만을 다룬다. 흥미가 일었다. (안 어울리겠지만 남자패션에 관심이 조금 있는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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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에서 동아시아를 연구했던 저자는 일본 게이오에서 소비자 행동학을 공부했고 각종 매체에 일본문화관련 기고들을 이어가다 어느틈에 일본문화 전문가가 되었다. 이 책 '아메토라'는 아메리카 트래디셔날의 일본식 조어로 일본이 어떻게 아메리카의 패션을 흡수 변형해 나갔는지 패망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사회문화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이비스타일이 어떻게 일본에 전파되었으며 세월이 지나 자가발전을 거듭하던 일본 패션이 어느새 역으로 다시 미국 등으로 역수출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나 잡지의 천국답게 남성패션지와 산업계의 밀고 땡겨주는 그들만의 리그를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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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일본의 특정산업 발전에 공헌하는 현장을 목도할 수 있었다. 우리의 비극에서 시작된  '종잣돈'과 일본 특유의 '모방의 기술'이 조합이 빠르게 패션산업의 트랜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정말 일본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대학생들의 실용적인 옷차림을 일본은 아이비스타일로 가장 미국적인 패션의 첨단으로 인식시킨다. 그리고 미국 노동자들의 작업복에서 헤비듀티 스타일의 유행을 만들어낸다. 미국 중고 리바이스의 재판매에 열을 올리다 결국 가장 미국스러운 '진'을 스스로 개발해 일본에서 만든 '아메리카 패션'을 완성시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아이비스타일의 혈통을 이은 유니클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의류브랜드 중 하나이며, #KENZO #미야케 #꼼데가르송 등 고급브랜드 역시 세계 패션계의 한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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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알게된 나의 취향. 치노팬츠에 롤업한 스타일의 하의를 좋아하며 상의는 클래식보단 조금은 무채색계통의 어반스타일을 좋아한다. 단정한 플레피룩이나 개성강한 스트리트패션도 흥미는 있느나 무리스럽다. 매일 옷을 갈아입고 다니면서 내가 입는 옷에 대해선 책 한권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펼쳐본 책이었다. 일본시장을 대상으로 한 글이라 조금 아쉽긴했다. 우리나라의 남성패션의 역사를 이런식으로 풀어내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아무튼 새로운 분야의 독서는 언제나 즐겁다.  ☺️

덧,
작가가 일본통이니 일본 패션의 위상에 대해 당연히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런 종류의 책까지 가치판단의 기준을 세밀히 들이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장을 덮고 생각해 보니 이 책이 나온것도 벌써 7년전, 이미 우리나라의 패션도 일본을 앞지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TV나 인터넷에서 보이는 일본의 거리풍경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 세련된 느낌은 찾지 못하니 말이다. 그저 느낌적인 느낌이다. 😁

p17 " 일본 인구의 2.5배 정도 되는 미국을 보면 남성 스타일을 다루는 잡지가 열 종이 채 되지 않지만, 일본은 쉰 종이 넘는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일본의 쇼핑 체인점 파르코(PARCO)를 보고 '캘리포니아의 번화가 멜로즈 애비뉴의 쇼핑 체인 프레드 시걸(Fred Segal)은 몬타나 시골의 아울렛처럼 보인다.'라고 썼다. "

p42"  가장 이익이 남는 틈새시장은 다른 데 있었다. 한국전쟁으로 현금을 가득 쥔 부유한 엘리트들을 위한 고급 스포츠 코트였다. 이시즈는 의류 산업 전반과 마찬가지로 벼락부자들이 사업의 성공을 새 옷으로 기념하는 경제 성장의 파급 효과를 누렸다. 오사카의 한큐 백화점은 이시즈에게 코너 한쪽을 내주고, 이시즈는 교외에 거주하는 부유한 가족들을 단골고객으로 맞이했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브랜드명이 필요했고, 이시즈는 브랜드명을 ‘VAN 재킷’으로 바꾼다."

p134" 일본 패션의 역사에서 아이비는 남성이 옷을 차려입기 시작한 1960년대의 중요한 순간을 보여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그 뒤 50여 년 동안 아메리칸 스타일을 어떻게 수입해 소비하고, 변형하는지에 대한 방식을 설정했다는 데 있다. 아이비 이후 일본은 최신 아메리칸 스타일을 만들어내 퍼뜨릴 수 있는 기반 구조를 갖췄다."

p317" 급격히 늘어난 1990년대 말 일본의 빈티지 매장과 레플리카 제품 라인으로 소비자들은 전형적인 미국산 옷은 그 어떤 것이든 새것, 또는 중고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하지만 이와 같은 시기 일본에는 클래식 아메리칸 스타일을 모방하는 걸 멈추고 새로운 뭔가를 시도할 사람들이 있었다. 데님은 더 일본적인 무엇이 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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